3화
오후 9시 45분의 편의점
3화, 오후 9시 45분의 편의점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1

오후 9시 45분은, 그 편의점에서 아이와 어른을 가르는 시간이었다.
스루가다이시타의 작은 편의점은 저녁 6시가 지나면 냄새가 바뀌었다. 낮에는 복사기 토너와 잡지 종이 냄새가 났고, 밤에는 오뎅 국물과 캔커피, 막 데운 도시락 냄새가 섞였다. 진보초에서 야근을 마친 회사원, 오차노미즈에서 내려온 대학생, 학원 가방을 멘 고등학생들이 같은 형광등 아래 줄을 섰다.
켄타는 계산대 안쪽에서 영수증 롤을 갈아 끼우고 있었다. 네이비색 교복 위에 편의점 조끼를 걸친 모습은 어른 흉내 같기도 하고, 아직 덜 큰 어른 같기도 했다.
점장이 계산대 뒤에서 말했다.
"나카무라 군, 오늘도 10시 전에는 퇴근해."
"네."
켄타는 짧게 대답했다.
열다섯 살은 법으로도 밤 열 시를 넘기면 안 되는 나이였다. 그게 가끔은 창피했고, 가끔은 다행이었다. 어른이 되고 싶다가도, 완전히 어른이 되는 건 무서웠다. 어른들은 너무 자주 괜찮지 않은 얼굴로 괜찮다고 말했다.
오후 6시 8분, 유이가 뛰어 들어왔다. 짧고 밝은 갈색 단발이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한 손에는 대학 노트와 카세트 녹음기가 든 가방, 다른 손에는 접은 우산이 들려 있었다.
"ごめん、遅れた。(미안, 늦었어.)"
켄타는 벽시계를 보았다.
"まだ時間です。(아직 시간 괜찮아요.)"
유이가 웃었다.
"堅いなあ。(딱딱하네.)"
켄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도, 그가 가진 예의 중 하나였다.
유이는 유니폼 앞치마를 매고 계산대 옆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명찰에는 高橋(타카하시)라고 적혀 있었고, 켄타의 명찰에는 中村(나카무라)라고 적혀 있었다. 둘에게 각자의 성은 아직 아무 의미도 갖지 못했다. 세상에는 그런 이름들이 많았다. 서로의 인생에 이미 들어와 있으면서도, 아직 서로를 모르는 이름들.
"켄타 군, 그거 좀 줄래."
유이가 높은 선반 위의 캔커피 박스를 가리켰다.
켄타는 말없이 박스를 내렸다. 그러다 발주표를 한 번 보고 말했다.
"그거, 오늘 분 아니에요."
"어?"
"내일 아침 배송분이에요. 오늘 채워야 하는 건 오른쪽 박스예요."
유이가 발주표를 다시 보았다. 정말 그랬다.
"너 이런 거 잘 본다."
"그냥 보였어요."
켄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오른쪽 박스를 옮겼다. 유이는 그 옆모습을 잠깐 보았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고등학생. 그런데 뭔가를 볼 때는 쓸데없는 것까지 같이 보는 아이였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자 손님이 몰렸다.
양복 차림의 남자는 맥주 두 캔과 주간지를 샀고, 대학생 셋은 컵라면 앞에서 한참 웃었다. 초등학생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는 삼각김밥 두 개와 우유를 계산했다. 아이가 계산대 위의 껌을 만지작거리자 엄마가 낮게 말했다.
"だめよ。(안 돼.)"
켄타는 그 목소리를 듣고 아주 잠깐 손을 멈췄다.
유이는 보았지만,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건 무관심이 아니었다.
가끔은 묻지 않는 쪽이 더 오래 곁에 있는 방법이었다.
손님이 빠진 뒤 유이는 휴게실 작은 테이블 위에 노트를 펼쳤다. 표지에는 '세이와미디어그룹'이라고 적힌 자료가 끼워져 있었다. 켄타는 컵라면 박스를 정리하다가 그 이름을 보았다.
"대학에서는 그런 것도 해요?"
유이가 고개를 들었다.
"응. 졸업 작품."
"영화예요?"
"영화라기보다 기록이라고 해야할까. 책이 영상이 되고, 음악이 상품이 되고, 게임이 이야기를 이어받고. 앞으로는 그런 것들이 전부 연결될 것 같아서."
켄타는 잠시 생각했다.
"全部つながったら、逃げる場所なくなりませんか。(전부 이어지면, 도망칠 곳이 없어지지 않아요?)"
유이의 손이 멈췄다.
그건 열다섯 살이 우연히 던진 말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했고, 너무 정확했다. 세상이 모두 연결된다는 말은 유이에게 미래였지만, 켄타에게는 어쩌면 숨을 곳이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제가 이상한 말을 했네요."
켄타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유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밌어."
그리고 노트 한쪽에 적었다.
'전부 이어지면, 도망칠 곳이 없어진다.'
그 문장은 유이의 졸업 작품 어디에도 아직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꼭 들어갈 것 같았다. 좋은 문장은 대체로, 처음에는 자리가 없다.
오후 9시 42분.
복사기 앞에서 중년 여자가 당황하고 있었다. 복사 용지가 걸린 모양이었다. 유이가 달려갔지만, 기계는 낮게 웅웅거리기만 했다.
켄타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잠깐 열겠습니다."
그는 덮개를 열고, 구겨진 종이를 조심스럽게 빼냈다. 손놀림이 익숙했다. 무언가 망가진 것을 다룰 때, 켄타는 이상하게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하면 괜찮습니다."
여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마워."
"아닙니다."
유이는 계산대 안으로 돌아오는 켄타에게 말했다.
"덕분에 살았어."
켄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별거 아니에요."
오후 9시 45분.
점장이 손뼉을 한 번 쳤다.
"나카무라 군, 퇴근해도 돼."
켄타는 유니폼 조끼를 벗어 접었다. 워크맨을 가방에서 꺼내 목에 걸고, 명찰을 사물함 안쪽에 넣었다.
유이가 계산대 너머에서 말했다.
"조심해서 들어가."
"네."
"また今度。(그럼 다음에 봐.)"
"お疲れさまです。(수고하셨습니다.)"
"お疲れさま。(수고했어.)"
자동문이 열렸다.
밤공기가 잠깐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 나갔다.
켄타는 밖으로 나가면서 헤드폰을 귀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목에 건 채로 몇 걸음 걸었다. 유리는 그를 비추었고, 형광등은 그의 등을 잠깐 붙잡았다가 놓아주었다.
유이는 계산대 아래에 둔 노트를 다시 펼쳤다.
아까 적어둔 문장을 한 번 더 보았다.
'전부 이어지면, 도망칠 곳이 없어진다.'
그녀는 그 밑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中村健太(나카무라 켄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는 아이.
도쿄의 밤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과,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어른들이 같은 불빛 아래 있었다.
편의점은 그 사이에 놓인 작은 역 같았다. 누군가는 도시락을 사고, 누군가는 맥주를 사고, 누군가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하나를 내려놓고 갔다.
오후 9시 45분.
그 시간에 켄타는 매번 아이로 돌아갔다.
그리고 유이는, 그걸 모른 척해주는 어른이 되어갔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ごめん、遅れた。 [ごめん、おくれた]
미안, 늦었어.
친한 사이에서 쓰는 반말 사과. 유이와 켄타 사이의 거리감을 순간에 좁혀주는 표현입니다.
2. 堅いなあ。 [かたいなあ]
딱딱하네.
상대의 격식 있는 말투를 가볍게 놀리듯 꼬집는 표현. `~なあ` 어미는 혼잣말에 가까운 감탄을 만듭니다.
3. お疲れさまです。 [おつかれさまです]
수고하셨습니다.
프롤로그의 `お疲れさま` 반말형과 대비되는 존댓말형. 열다섯 살 켄타가 자기보다 어른인 유이에게 매일 밤 건네는 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