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카세트테이프 B면
7화, 카세트테이프 B면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1

켄타의 워크맨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었다.
A면은 친구들 앞에서 듣는 얼굴이었다. X, B'z, THE BLUE HEARTS. 기타 소리가 세고, 드럼이 빠르고, 가사가 무슨 뜻인지 몰라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노래들.
B면은 방 안에서만 듣는 얼굴이었다. 松任谷由実(마츠토야 유미), 中島みゆき(나카지마 미유키). 엄마 세대의 노래. 오래된 비누 냄새 같고, 다림질 끝난 셔츠 같고, 누군가 울지 않으려고 창문을 여는 밤 같은 노래들.
켄타는 그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방과 후, 친구 타카기가 교문 앞에서 물었다.
“너 오늘 알바?”
“오늘은 없어.”
“그럼 렌털 CD 가자.”
켄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1991년의 고등학생에게 CD는 조금 비쌌다. 사는 건 특별한 일이었고, 빌리는 건 생활이었다.
렌털 CD숍에서 마음에 드는 음반을 빌려와 카세트테이프에 복사했다. 그렇게 노래는 주머니 사정에 맞춰 조금씩 복제되었다.
오차노미즈 골목의 렌털 CD숍에는 포스터가 빽빽했다. B'z의 새 싱글, X의 검은 머리와 진한 화장, 드라마 주제가 코너에 꽂힌 8센티 CD들. 타카기는 B'z 코너 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거, 진짜 좋다니까.”
“또 그 말이냐.”
“너, 모르는구나.”
켄타는 대충 웃었다. 친구 앞에서 웃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진짜 취향을 들키지 않는 게 어려웠다.
그는 X 음반을 하나 집었다. 그러다 손끝이 자연스럽게 다른 칸으로 옮겨갔다.
松任谷由実(마츠토야 유미). 中島みゆき(나카지마 미유키). 표지만 봐도 집 안의 저녁 냄새가 나는 이름들.
타카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취향 올드하네.”
켄타는 얼른 말했다.
“엄마 거야.”
거짓말이었다.
엄마는 부탁한 적 없었다.
계산대에서 지갑을 열었을 때, 낡은 사진 한 장이 살짝 보였다. 외할머니와 어린 켄타가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타카기가 물었다.
“누구?”
“할머니.”
“흐음.”
그뿐이었다.
타카기는 더 묻지 않았다. 켄타는 그게 고마웠다.
집에 돌아왔을 때, 아카리는 아직 오지 않았다.
켄타는 현관 앞에서 헤드폰을 목으로 내렸다. 빈집에 들어갈 때도 그랬다. 습관은 사람이 없을 때 더 정확했다.
밥솥에는 아침에 남은 밥이 있었고, 냉장고에는 된장국 냄비가 있었다. 그는 가스를 켜고 국을 데웠다. 거품이 가장자리에서 작게 올라왔다. 엄마가 보면 “내가 할게”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됐어”라고 할 것이다. 그 대화까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카세트 데크에 새 테이프를 넣었다.
A면에는 X와 B'z를 넣었다. 친구들이 빌려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노래들.
B면에는 마츠토야 유미와 나카지마 미유키를 넣었다.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을 노래들.
테이프가 돌아가는 동안, 방 안에는 작은 기계음이 났다. 노래를 옮겨 담는 소리.
저녁 7시 48분, 현관문이 열렸다.
“다녀왔어.”
켄타는 가스 불을 줄이고 대답했다.
“어서 와.”
아카리는 부엌 쪽을 보고 잠깐 멈췄다.
“밥 데웠어?”
“응.”
“엄마가 할게.”
“됐어.”
역시 정해진 대화였다.
아카리는 가방을 내려놓고 재킷을 벗었다. 얼굴에는 회사의 피로가 얇게 붙어 있었다. 켄타는 그것을 보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엄마가 더 피곤해질 것 같았다. 이 집에서는 서로를 위해 말하지 않는 말이 너무 많았다.
저녁 식탁에서 아카리가 물었다.
“학교 어땠어?”
“그냥.”
“친구랑 어디 갔어?”
“CD 빌렸어.”
“뭐 빌렸는데?”
켄타는 젓가락을 멈췄다.
“이것저것.”
아카리는 더 묻지 않았다.
켄타는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집의 고마움은 대체로 말 밖에 있었다. 데운 국, 닫아준 방문, 남겨둔 계란말이, 묻지 않은 질문 같은 것들 속에 있었다.
밤이 깊어졌을 때, 켄타는 방 안에서 카세트 테잎의 B면을 틀었다.
소리는 작게 했다. 벽 하나를 넘지 않을 만큼. 하지만 오래된 노래들은 이상하게 벽을 잘 넘었다. 가냘퍼 보이는 것들이 더 멀리 가는 법이었다.
부엌에서 컵 씻는 소리가 멈췄다.
잠시 뒤, 아카리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懐かしいね。(그립네.)”
켄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노래가 멈출 것 같았다.
아카리도 더 말하지 않았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방 안에 남았다. 그립다는 말은 예쁘지만, 조금 위험한 말이었다. 무엇이 그리운지 묻기 시작하면, 대답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니까.
켄타는 볼륨을 아주 조금 더 낮췄다.
그래도 노래는 계속 흘렀다.
친구들 앞에서는 A면을 들으면 됐다. 세고, 빠르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만들 수 있는 노래들.
하지만 밤에는 B면이 필요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쪽. 엄마에게 한 발 다가가고 싶은데, 다가가면 엄마가 울 것 같아서 멈추는 쪽.
켄타는 지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꺼냈다. 사진 속 어린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옆의 외할머니도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이제 어디에도 없지만, 사진 안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는 사진을 다시 지갑에 넣었다.
테이프는 천천히 돌아갔다.
A면이 끝나면 B면이 시작되고, B면이 끝나면 다시 뒤집어야 했다.
사람도 그랬다.
겉으로 들리는 면이 있고, 방문을 닫은 뒤에야 겨우 나오는 면이 있었다.
켄타는 그 밤, 처음으로 생각했다.
엄마에게도 B면이 있을까.
그리고 곧바로 그 생각을 지웠다.
아직은 묻지 않을 것이었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懐かしいね。 [なつかしいね。]
그립네.
아카리가 방문 너머로 켄타에게 흘리듯 건넨 한마디. `懐かしい`는 옛것에 대한 부드러운 향수를 담은 형용사로, 짧아서 더 깊이 남는 말입니다.
2. お母さんがやるよ。 [おかあさんが やるよ。]
엄마가 할게.
원문에서는 한글 대사로 나오는, 이 집 모자(母子)의 정해진 리듬. 종조사 `よ`가 상대에게 부드럽게 자기 몫을 주장할 때 붙습니다.
3. いいよ。 [いいよ。]
됐어. / 괜찮아.
호의를 거절할 때 쓰는 짧은 표현. 문맥에 따라 "괜찮아", "필요 없어", "됐어" 모두로 해석됩니다. 켄타가 엄마에게 반복해 쓰는 이 한마디에, 감사의 말이 대신 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