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니혼고 프렌즈 홈

11화

미니 싱글 CD

2026-07-16 · 읽는 시간 약 14분

11화, 미니 싱글 CD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1

11화 대표 이미지

편의점 계산대 옆에는 작은 음악 잡지들이 꽂혀 있었다.

표지에는 CHAGE and ASKA의 이름이 크게 박혀 있었고, 드라마 사진 속 남녀는 금방이라도 헤어질 것 같은 얼굴로 서 있었다. 1991년의 도쿄에서는 사랑도, 이별도, 대개 노래와 함께 찾아왔다.

8센티 싱글은 책갈피처럼 길고 얇은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작고 가벼웠지만, 이상하게 그 안에는 월요일 밤의 도쿄가 통째로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자, 양복 차림의 젊은 여직원 둘이 잡지 코너 앞에 섰다.

“이거, 어제 봤어?”

“봤어, 봤어. 울었어.”

한 사람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僕は死にましぇん。(저는 죽지 않아요.)”

두 사람은 웃었다. 계산대 안쪽에서 유이도 살짝 웃었다. 켄타는 영수증을 정리하는 척했다. 모르는 척했지만, 그 대사가 어디서 나온 건지는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렌털 CD숍에서도 모두가 그 얘기를 했다.

손님들이 나가고 나자 유이가 물었다.

“켄타 군, 드라마 안 봐?”

켄타는 잡지 표지를 힐끗 보았다.

“안 봐요.”

“진짜?”

“길어요.”

“한 시간인데?”

“사람들이 좋아해서 힘들고, 헤어져서 힘들고, 다시 만나서 또 힘들잖아요.”

유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 안 본다면서 되게 잘 아네.”

켄타는 귀가 조금 빨개졌다.

“TV가 켜져 있으면 들리니까요.”

그 말 뒤에 집의 풍경이 잠깐 묻어났다. 누가 TV를 켜두는지, 누가 보지 않는 척 들었는지, 유이는 묻지 않았다.

대신 가방에서 작은 CD 하나를 꺼냈다.

“오늘 샀어. ラブ・ストーリーは突然に(러브 스토리는 갑자기).”

“도쿄 러브스토리요?”

“응.”

“유이 누나, 그런 것도 들어요?”

“왜, 내가 논문만 읽게 생겼어?”

“조금요.”

유이는 계산대 아래에서 그를 노려보는 척했다. 켄타는 아주 작게 웃었다.

유이는 8센티 싱글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작지? 그런데 이 안에 드라마도 있고, 거리도 있고, 사람들 추억도 있어. 이상하지 않아?”

켄타는 CD 케이스를 보았다.

“작은 데 너무 많이 들어가면, 좀 무섭지 않아요?”

“또 그 말 한다.”

“뭐가요.”

“전부 연결되면 도망칠 곳 없어진다던 말도 네가 했잖아.”

켄타는 시선을 피했다.

“괜히 이상한 말 했네요.”

“아니. 좋은 말이었어.”

유이는 그렇게 말하고, CD를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 좋은 말을 했다고 바로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 자기 말을 좋은 말이라고 불러주는 순간은 오래 남는다. 켄타는 그걸 아직 몰랐다. 다만 그날 유이의 말투가 조금 오래 귀에 남을 것 같았다.

손님이 뜸해지자 유이는 계산대 아래에서 대학 노트를 펼쳤다.

켄타는 컵라면 박스를 정리하다가, 노트 표지의 東都大学(동도대학)이라는 글자를 보았다.

“대학은 재밌어요?”

유이가 고개를 들었다.

“음. 재밌을 때도 있고, 다들 너무 미래 얘기만 해서 피곤할 때도 있어.”

“미래요?”

“응. 어디 취직할 건지, 무슨 회사가 앞으로 뜰 건지. 스물두 살인데 다들 평생을 미리 정해야 하는 분위기야.”

켄타는 잠시 박스를 내려놓았다.

“대학은 가는 게 좋아요?”

유이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이런 질문에 너무 빨리 답한다. 가야지. 안 가도 돼. 네가 알아서 해.

다 맞는 말인데, 이상하게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말들.

유이는 조금 생각하다가 말했다.

“갈 수 있다면 가도 좋아. 그런데 안 간 인생이 틀린 건 아니야.”

켄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유이가 덧붙였다. “알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너무 빨리 포기하지는 마.”

켄타는 박스 모서리를 손끝으로 만지작 거렸다.

“돈 들잖아요.”

그 말은 가볍게 나왔지만 가볍지 않았다.

유이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말했다.

“공부가 꼭 대학에만 있는 건 아니야. 근데 네가 뭘 궁금해하는지는, 너도 알아야 해.”

켄타는 고개를 숙였다.

“누나는 왜 대학 갔어요?”

“알고 싶은 게 있어서.”

“뭔데요?”

유이는 잠깐 대답을 멈췄다.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지.
아버지가 말하지 않는 표정 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머니라면 뭐라고 했을지.

그 많은 말을 다 할 수 없어서, 그녀는 가장 짧은 말만 골랐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사는지.”

켄타는 그 말을 이해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얼굴을 했다.

“그건 알았어요?”

유이는 웃었다.

“아직. 그래서 졸업을 못 하나 봐.”

오후 9시 45분.

점장이 켄타 쪽을 보며 말했다.

“나카무라 군, 퇴근해도 돼.”

“네.”

켄타는 유니폼 조끼를 벗고 사물함에 넣었다. 가방을 메고 나가려는데, 유이가 그를 불렀다.

“켄타 군.”

그녀는 아까의 8센티 싱글을 내밀었다.

“빌려줄게. 녹음해서 돌려줘.”

켄타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괜찮아요.”

“왜?”

“더럽히면 곤란하니까요.”

“그럼 안 더럽히면 되지.”

유이는 CD를 그의 가방 위에 올려놓았다.

“노래 하나쯤은 빌려도 돼.”

켄타는 한참 CD를 보았다.
얇고 작고, 자기 것이 아닌 물건.
빌린다는 건 언젠가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라서 조금은 안심됐다.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빌릴게요.”

“응. 그리고 감사 인사는 필요 없어.”

“안 해요.”

“너 진짜 안 할 것 같아서 서운하다.”

켄타는 처음으로 조금 또렷하게 웃었다.

자동문이 열리고, 밤공기가 들어왔다. 밖에는 비가 그친 뒤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켄타는 워크맨 헤드폰을 목에 건 채 몇 걸음 걸었다. 가방 안에는 빌린 8센티 싱글이 들어 있었다.

A면에는 친구들 앞에서 듣는 노래가 있었고, B면에는 혼자 듣는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빌린 작은 CD는 아직 어디에도 넣지 못한 미래 같았다.

집에 가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할 것이다.
엄마가 잠든 뒤, 아주 작은 소리로.

노래는 아마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켄타는 그 안에서 다른 것을 들을지도 몰랐다.

어딘가로 가고 싶지만,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의 발소리 같은 것.

편의점 안에서 유이는 그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취재 노트 한쪽에 작게 적었다.

작은 것에 많은 것이 들어갈수록, 사람은 조심스러워진다.

그 문장은 졸업 작품에 들어갈 수도 있고,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떤 문장은 발표되지 않아도, 사람을 조금 바꾸기도 한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僕は死にましぇん。 [ぼくは しにましぇん。]
저는 죽지 않아요.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1991)의 유명 대사. 정식 활용형은 `死にません`이지만, 감정을 실은 강한 어조로 `ましぇん`이라 발음한 게 그대로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1991년 도쿄를 상징하는 한마디.

2. ラブ・ストーリーは突然に。 [ラブ・ストーリーは とつぜんに。]
러브 스토리는 갑자기.
드라마 『도쿄 러브스토리』(1991) 주제가 제목. `突然に`는 "갑자기·문득"이라는 부사로, 예상 못한 순간에 사랑이 시작된다는 그 시대의 정서를 담습니다.

3. 借りてもいい? [かりても いい?]
빌려도 돼?
유이가 켄타에게 CD를 건네는 장면 "노래 하나쯤은 빌려도 돼"에 해당하는 자연스러운 일본어. `〜てもいい`는 허락을 구하거나 주는 구조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부드럽게 좁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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