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반납일
14화, 반납일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1

편의점에는 모든 것에 기한이 붙어 있었다.
우유에는 유통기한이 있었고, 도시락에는 폐기 시간이 있었고, 잡지에는 반품일이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에게도 퇴근 시간이 있었다. 켄타에게는 그중 퇴근 시간이 제일 정확했다.
열다섯 살은 밤 10시를 넘기면 안 된다고, 점장은 매번 시계를 보며 말했다.
빌린 CD에도 반납일이 있었다.
다만 사람에게서 빌린 마음에는, 반납일이 적혀 있지 않았다.
오후 9시 18분.
오차노미즈와 진보초 사이의 편의점은 하루 중 가장 이상한 시간에 들어서 있었다. 저녁 손님은 빠졌고, 막차 전 손님은 아직 오지 않았다. 형광등은 조금 피곤한 얼굴로 매대를 비추고 있었고, 계산대 옆 잡지 꽂이에는 월요일 밤 드라마 특집, 취업 정보지, 그리고 작은 음악 잡지들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CHAGE and ASKA의 이름이 표지에 있었고, B'z의 새 소식도 있었다.
세상은 아직 노래가 있으면 괜찮아질 것처럼 굴었다.
“나카무라 군, 반품 묶음은 안쪽에 둬.”
점장이 말했다.
“네.”
켄타는 잡지 묶음을 끈으로 묶었다. 반품될 잡지들은 어제까지 새것이었는데, 오늘은 너무 빨리 낡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한 번도 펼치지 않은 페이지들이 그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켄타는 문득 자기 가방 안쪽을 보았다.
작은 8센티미터 싱글 CD가 흰 봉투에 들어 있었다. 유이가 빌려준 것이었다. 그는 집에서 조심스럽게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다. 녹음 버튼을 누르는 동안 숨도 크게 쉬지 않았다. 혹시 숨소리까지 들어갈까 봐서가 아니라, 빌린 물건 앞에서는 사람이 괜히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이었다.
돈을 주고 산 물건은 자기 것이 되지만, 빌린 물건은 잠시 자신을 시험하는 물건 같았다.
9시 35분.
자동문이 열리고 유이가 들어왔다.
짧은 갈색 단발 끝에 비 냄새가 조금 묻어 있었다. 어깨에는 낡은 천 가방, 손에는 대학 노트와 작은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유이는 편의점 불빛 아래로 들어오며 가볍게 손을 들었다.
“수고했어.”
켄타가 허리를 조금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이가 웃었다.
“그렇게 회사원처럼 말 안 해도 되는데.”
“버릇이에요.”
“열다섯 살한테 벌써 그런 버릇 생기면 큰일인데.”
켄타는 대답 대신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거, 고마웠습니다.”
유이는 봉투를 받아 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녹음했어?”
“네. 빌린 건 빨리 돌려주려고 해요.”
“도서관 같네.”
“흠집은 없을 거예요.”
“그걸 또 확인했어?”
“망가뜨리면 곤란하니까요.”
유이는 봉투를 가볍게 흔들어 보았다. 안에서 작은 CD 케이스가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켄타가 얼마나 조심했는지, 봉투 모서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접힌 자국은 반듯했고, 테이프도 너무 많이 붙이지 않았다.
사람이 무언가를 소중히 다뤘다는 건,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드러났다.
유이는 봉투를 가방에 넣었다.
“소리, 어땠어?”
켄타는 잠깐 생각했다.
“테이프로 옮기면 조금 멀어져요.”
“遠いくらいが、ちょうどいい時もあるよ。(조금 멀리 들리는 정도가 딱 좋을 때도 있어.)”
유이는 그렇게 말하고 계산대 안쪽으로 들어왔다. 점장은 휴게실 쪽에서 재고표를 넘기고 있었다. 유이는 유니폼 앞치마를 걸치며 켄타 옆에 섰다.
그때 양복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넥타이는 비싸 보였지만 구두 앞코에는 비가 말라 붙어 있었다. 그는 캔커피 두 개와 영양 드링크 하나를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영수증 주세요.”
“네.”
켄타가 영수증 용지를 꺼내자 남자가 짧게 말했다.
“회사명은 토토개발로요.”
유이는 옆에서 가격을 확인했다. 남자는 지갑을 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은 물건값 때문이라기보다, 영수증이 필요한 삶 자체에 대한 한숨처럼 들렸다.
편의점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왔다.
누구는 회사 돈으로 커피를 샀고, 누구는 자기 돈으로 컵라면을 샀고, 누구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잡지만 오래 들여다보다 나갔다. 버블이 끝났다는 말을 신문은 조심스럽게 썼지만, 편의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전보다 작은 것을 더 오래 고민한다는 사실을.
남자가 나가자마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취업 정보지를 집었다. 표지에는 굵은 글씨로 '합격'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지갑을 열었다 닫고, 다시 잡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도 합격하고 싶다.”
유이는 그 말을 들은 척하지 않았다.
하지만 듣지 않은 척하는 것도, 듣는 일의 한 방식이었다.
손님이 빠지고 난 뒤, 켄타는 잡지 묶음을 안쪽으로 옮겼다. 유이는 계산대에 팔꿈치를 살짝 올리고 노트를 펼쳤다. 노트 한쪽에는 '세이와미디어그룹', '출판', '영상', '음악', '게임', 'CD-ROM' 같은 단어들이 흩어져 있었다.
켄타가 물었다.
“취재는 뭘 하는 거예요?”
유이는 펜을 멈췄다.
“음... 사람한테 질문하고, 들은 걸 정리하고, 모르는 척 지나갈 수 있는 걸 굳이 붙잡는 일?”
“힘들겠네요.”
“응. 가끔은. 그런데 재밌어.”
“왜요?”
유이는 대답을 바로 찾지 못했다.
이유가 확실한 일은 의외로 오래가지 않았다. 이유가 조금 불명확한 일들이 사람을 더 오래 붙들었다.
“取材って、人の話を借りることかもしれない。(취재는 사람의 이야기를 빌리는 일일지도 몰라.)”
켄타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조용히 물었다.
“돌려줄 수 있어요, 사람의 이야기는?”
유이는 펜 끝을 노트 위에 세웠다.
그 질문은 열다섯 살이 하기엔 너무 차분했고, 스물두 살이 듣기엔 너무 날카로원다.
“돌려줄 수 없어서 무서운 걸지도 몰라.”
켄타는 계산대 옆 봉투 정리함을 손가락으로 밀어 넣었다. 딸깍, 작은 플라스틱 소리가 났다.
“그럼 제대로 듣고 간직하고 있어야겠네요.”
유이는 그 말을 노트에 적으려다가 멈췄다.
사람의 말은, 들은 순간 바로 적으면 자료가 된다.
하지만 조금 기다렸다 적으면 기억이 되었다.
유이는 오늘 그것을 기억 쪽에 두기로 했다.
9시 50분.
점장이 휴게실 문을 열고 나왔다.
“나카무라 군, 10시 전에는 퇴근해.”
“네.”
켄타는 계산대 아래 서랍을 닫고, 손을 씻고, 유니폼 앞치마를 벗었다. 유이는 그의 가방 옆에 놓인 카세트테이프를 보았다. 케이스 안에는 직접 쓴 작은 라벨이 붙어 있었다.
A면.
B면.
B면에는 아무 제목도 없었다.
유이는 묻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제목을 붙이지 않은 면이 있었다. 그것을 묻지 않는 것도, 가끔은 예의였다.
켄타가 가방을 멨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
“누나도요.”
자동문이 열렸다.
비는 그쳐 있었지만, 아스팔트는 아직 젖어 있었다. 편의점 불빛이 젖은 길 위에 길게 번졌다. 켄타는 동쪽으로 걸어갔다. 유이는 잠시 그 뒷모습을 보다가, 봉투 속 CD를 한 번 더 만져 보았다.
빌려준 물건이 돌아오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지만, 사실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누군가의 방을 지나왔고, 누군가의 밤을 지나왔고, 누군가의 카세트테이프 속을 거쳐 갔으니까.
그날 밤 켄타는 코토구의 집에 저녁 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다녀왔어요.”
부엌에서 아카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와.”
식탁 위에는 작은 접시에 남겨 둔 생선구이와 미소시루가 있었다. 아카리는 야근하고 돌아온 날에도, 켄타가 먹을 것만은 이상하게 잊지 않았다. 세상에는 너무 피곤해서 못 하는 일이 있고, 너무 피곤해도 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밥 데워 줄까?”
“조금만요.”
켄타는 가방에서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책상 서랍에 넣었다. A면에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노래가 들어 있었다. B면에는 혼자 들어야 하는 노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빌린 CD에서 온 노래 하나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아카리는 전자레인지 앞에서 기다리며 켄타를 보았다. 묻고 싶은 말은 있었다. 학교는 어땠는지, 편의점은 힘들지 않았는지, 요즘 누구와 자주 이야기하는지. 그러나 질문은 너무 많이 던지면 걱정이 아니라 조사처럼 들렸다.
그래서 아카리는 오늘도 하나만 물었다.
“춥진 않았어?”
켄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아카리는 그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믿지 않는다는 티도 내지 않았다.
같은 시각, 니시오기쿠보의 집에서는 유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 왔다.
“다녀왔습니다.”
거실에서 타카하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와.”
그는 신문을 접고 있었다. 종이 한쪽에는 경제면이 보였고, 다른 한쪽에는 출판업계 광고가 작게 실려 있었다. 유이는 천 가방을 내려놓다가, 문득 아까 켄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빠.”
“응?”
“사람의 이야기는 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
타카하시는 신문을 완전히 접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딸의 질문은 늘 조금 갑작스러웠고, 그래서 대충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한참 생각했다.
“어렵구나.”
유이는 기다렸다.
타카하시는 조용히 말했다.
“돌려줄 수 없는 것일수록 정성껏 다루는 수밖에 없어.”
유이는 그 말을 노트에 적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까지 자료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두지 않아도 오래 남는 말이 있었다. 오히려 적지 않아서 더 오래 남는 말.
그날 밤, 반납된 것은 CD 한 장뿐이었다.
하지만 어떤 말은 켄타의 서랍 안으로 들어갔고, 어떤 말은 유이의 노트 바깥에 남았고, 어떤 말은 타카하시의 오래된 상자 속 문장 곁에 조용히 앉았다.
도쿄는 여전히 밝았다.
편의점 불빛도, 전철 창문도, 젖은 도로 위의 네온도 아직은 화려했다.
다만 사람들은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돌려줄 수 없는 것을 빌렸을 때는, 오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遠いくらいが、ちょうどいい時もあるよ。 [とおいくらいが、ちょうどいい ときも あるよ。]
조금 멀리 들리는 정도가 딱 좋을 때도 있어.
유이가 CD 음질 이야기 끝에 흘린 말. `〜くらいが ちょうどいい`는 "~정도가 딱 좋다"라는 관용 구조로, 완벽함보다 여유를 택하는 어른의 감각을 담습니다. 소리에 대한 말이지만, 관계에 대한 말이기도 합니다.
2. 取材って、人の話を借りることかもしれない。 [しゅざいって、ひとのはなしを かりること かもしれない。]
취재는 사람의 이야기를 빌리는 일일지도 몰라.
유이가 취재를 정의하는 문장. `〜って`는 "~라는 것은"의 회화체 정의, `〜かもしれない`는 "~일지도 모른다"라는 유보. 확신 대신 조심스러움으로 자기 직업을 정의하는, 이 화의 주제 문장입니다.
3. 大事に扱うしかない。 [だいじに あつかうしかない。]
정성껏 다루는 수밖에 없어.
타카하시가 "돌려줄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라는 딸의 질문에 답한 말. `大事に`는 "소중히·정성껏", `扱う`는 "다루다·취급하다", `〜しかない`는 "~할 수밖에 없다"로 다른 길이 없다는 체념 섞인 결의를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