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니혼고 프렌즈 홈

17화

대조표

2026-07-16 · 읽는 시간 약 17분

17화, 대조표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1

17화 대표 이미지

대조표는 의심하기 위해 만드는 서류가 아니었다.

왼쪽에 적힌 것과 오른쪽에 적힌 것이 같은지, 다른지, 어디가 비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드는 문서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상한 일이 많았다.
확인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대체로 먼저 의심하는 얼굴을 했다.

오전 9시 12분.

마루산상사 IT추진실의 PC-9801 화면 위에 초록색 글자가 떠 있었다.

照合表(대조표).

아카리는 화면을 보며 천천히 항목을 입력했다.

자료명. 연도. 출처. 작성자. 관련처. 확인 상태.

손끝은 차분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동양출판 쪽 자료에는 1971년의 기획서가 있었다.
신매체 전개 기획안
작성자, 타카하시 류지

공동연구회 참석자 명부도 있었다.
동양출판 영업기획부 타카하시 류지
그리고 잉크가 번진 와타나베의 이름.

세이와 쪽 자료에는 사내보 복사본이 있었다.
本棚を出る物語(책장을 나서는 이야기).

타카하시가 조심스럽게 건넨 그 복사본의 출처는 분명했다. 유이의 졸업 제작 취재 과정에서 받은 열람용 복사본. 그래서 아카리는 그것을 정식 증거처럼 다루지 않았다.

대신 출처 칸에 이렇게 적었다.

참고자료/출처 확인 중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없애지도 않는다.

아카리는 그런 식으로 일해왔다.

그때 미사키가 종이컵 커피를 들고 책상 앞에 섰다.

“나카무라 주임님, 또 심각한 얼굴 하고 계시네요.”

“그렇습니까?”

“대조표라니, 무슨 사건 같아요.”

아카리는 키보드 위의 손을 멈췄다.

“사건이 아닙니다. 확인입니다.”

미사키는 웃었다.

“확인도 너무 열심히 하면 사건이 되던데요.”

아카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맞는 말이었다.
어떤 확인은 조용히 끝났고, 어떤 확인은 사람의 자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확인하지 않아서 오래 흔들리는 일도 있었다.

미사키가 모니터를 힐끗 보았다.

“출처 확인 중... 이런 것도 다 남겨요?”

“네.”

“확실하지 않으면 빼는 게 편하지 않아요?”

아카리는 아주 잠깐 미사키를 보았다.

“편한 것과 정확한 것은 다릅니다.”

미사키의 웃음기가 조금 옅어졌다.

“나카무라 주임님은 가끔 너무 정확해서 무서워요.”

“업무니까요.”

아카리는 다시 화면을 보았다.
업무라는 말은 오늘도 안전감을 줬다. 그 안에 숨어 있으면, 개인적인 감정을 잘 가릴 수 있었다.

오후 2시, 동양출판 자료실.

타카하시는 아카리가 출력해 온 대조표를 한 장씩 넘겼다. 종이는 아직 따뜻했다. 복사기에서 막 나온 종이는 늘 잠깐 살아 있는 것처럼 온기가 있었다.

“항목이 늘었군요.”

“출처와 확인 상태를 넣었습니다. 나중에 누가 보더라도 어디까지 확인된 자료인지 알 수 있게 하려고요.”

“좋습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와타나베 이사가 들어왔다.

그는 오늘도 반듯했다. 반듯한 양복, 반듯한 넥타이, 반듯한 표정. 다만 종이를 볼 때의 눈빛만은 조금 빨랐다.

“대조표라니, 일이 꽤 커졌군요.”

아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와타나베는 대답 대신 의자에 앉았다.

“창립 30주년 자료 정리에서 출처 확인까지 해야 합니까?”

아카리는 조용히 말했다.

“출처가 없는 자료일수록 나중에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와타나베의 시선이 아주 잠깐 타카하시에게 갔다.

“꼭 누가 곤란해질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 자료 관리 기준상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타카하시가 대조표 한 줄을 가리켰다.

“1971년 공동연구회 자료는 내부 보존으로 남깁니다. 공개 여부는 나중에 판단하겠습니다.”

와타나베가 웃었다.

“또 보존입니까.”

“네.”

“고집이 세지셨습니다, 타카하시 부장.”

타카하시는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요, 오히려 너무 늦었습니다.”

자료실 안에 잠깐 먼지가 가라앉는 소리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와타나베는 대조표를 다시 보았다.
棚を出る物語(책장을 나서는 이야기).
物語は、本棚で終わらない(이야기는 책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두 문장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진 말도 아니었다.

“비슷한 문장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와타나베가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카리가 대답했다.

“그래서 확인하려는 겁니다.”

와타나베는 더 말하지 않았다.
사람은 부정할 때보다, 확인하자는 말 앞에서 더 불편해질 때가 있었다. 부정은 문을 닫는 말이지만, 확인은 문을 열어보자는 말이니까.

회의가 끝난 뒤, 타카하시는 자료실에 남아 대조표를 다시 읽었다.

“나카무라 씨.”

“네.”

“이걸로 뭔가 증명할 수 있을까요?”

아카리는 잠시 생각했다.

“증명은 아직 어렵습니다.”

타카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리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찾을 수 있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 말에 타카하시의 손이 멈췄다.

찾을 수 있게 만든다.

오래전에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 책은 책장에만 있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는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그런데 그 이야기가 멀리 가는 동안, 자신의 이름은 문턱에 놓고 온 것 같았다.

아카리는 대조표 맨 아래에 연필로 적었다.

양사 자료 대조 계속

확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끝도 아니었다.

같은 시각, 동도대학 세미나실에서 유이는 녹음기를 앞에 두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세이와 자료실에서 받은 복사본, 혼마의 인터뷰 메모, 그리고 어젯밤 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뒤섞여 있었다.

유이는 노트 맨 위에 적었다.

照合(대조).

세이와 사내보.
동양출판.
1971년.
외부 출판사와의 공동연구회.
잘린 이름.
棚を出る物語(책장을 나서는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의 말.

'반만 보고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아.'

반만 보고 단정하지 않으려면, 나머지 반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나머지 반을 찾는 일이 누군가의 오래된 침묵을 건드리는 일이라면, 그건 취재일까, 딸의 고집일까.

옆자리 친구가 취업 세미나 안내지를 접으며 말했다.

“유이, 너 요즘 얼굴이 완전 기자야.”

“기자는 아직 아니야.”

“그럼 뭐야?”

유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딸. 학생. 취재자.
아직 어느 쪽에도 완전히 서 있지 않은 사람.

그녀는 공중전화로 가기 위해 세미나실을 나왔다. 복도 끝에는 동전식 전화기가 있었다. 유이는 수첩을 펼쳐 세이와 홍보부 번호를 찾았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오오츠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세이와미디어그룹 홍보부입니다.”

유이는 허리를 조금 숙였다. 전화 통화 중에도 몸은 저절로 예의를 차렸다.

“지난번 취재했던 동도대학의 타카하시 유이입니다.”

“타카하시 님, 지난번에는 감사했습니다.”

“혼마 씨께 추가 취재가 가능할까요?”

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일정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다만 혼마는 개발부 직원이라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오오츠카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지난번에 드린 복사본은 취급에 주의해 주세요.”

유이의 손가락이 수화기 줄을 살짝 감았다.

“네. 졸업 작품 제작 범위 안에서 사용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유이는 한동안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주의해 주세요.

그 말은 친절한 안내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선처럼도 들렸다.
여기까지.
이 이상은 조심해서.

저녁 무렵, 유이는 오차노미즈와 진보초 사이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자동문이 열리자 익숙한 전자음이 울렸다.

“어서 오세요.”

켄타가 계산대에서 고개를 들었다가 유이를 보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셨네요.”

“수고했어.”

켄타는 계산대 아래에서 인수인계 노트를 꺼냈다. 노트 한쪽에는 작은 노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要確認(확인 필요).

“가격표와 계산대 금액이 달라요. 샌드위치 하나요. 점장님한테 말씀드렸는데, 아직 수정 전입니다.”

유이는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꼼꼼하네.”

“틀린 채로 있으면 손님들이 당황할 수 있으니까요.”

“확인 필요라고 적어두면 안심돼?”

켄타는 잠깐 생각했다.

“확인 중인 채로 두면, 틀린 게 됩니다.”

유이는 그 말을 듣고 웃지 못했다.

확인 중인 채로 두면, 틀린 게 된다.

오늘 하루 종일 그녀를 따라다니던 말들이 편의점 계산대 위에서 갑자기 단순해졌다.

별지, 명부, 출처, 사내보, 아버지의 이름.

다 어려운 말 같았는데, 결국은 샌드위치 가격표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틀린 것을 아는데도 그대로 두면, 다음 사람이 곤란해진다.

켄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졸업 작품 제작, 힘드세요?”

“확인할수록 모르는 게 늘어나.”

“그럼, 나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요?”

유이는 켄타를 보았다.

“왜 그렇게 생각해?”

“몰랐던 게 늘었다는 건, 전보다 더 보인다는 뜻이니까요.”

켄타는 그 말을 하고는 조금 민망한 듯 시선을 피했다.

“미안해요. 제가 이상한 말을 했네요.”

“아니. 좋은 말이야.”

유이는 인수인계 노트에 적힌 要確認(확인 필요) 스티커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노란색 종이는 작았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켄타가 가방을 멨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수고했어. 조심해서 들어가”

“누나도요.”

켄타가 나가고, 유이는 계산대 안에 섰다. 형광등은 오늘도 희고 조금 피곤한 듯 했다. 손님들은 컵라면과 담배, 복권과 우유를 사갔다. 어떤 회사원은 영수증을 받아갔고, 어떤 대학생은 취업 정보지를 펼쳐보다 다시 내려놓았다.

세상은 여전히 팔리고, 반품되고, 폐기되고, 기록되었다.

밤 10시가 조금 넘어 니시오기쿠보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 불은 켜져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서재에서 타카하시가 나왔다.

“어서 와.”

유이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숨기거나 미루고 싶지 않았다.

“세이와에 전화했어. 혼마 씨 추가 취재 요청했어.”

타카하시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렇구나.”

“하지 말라고 할 거야?”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해.”

“위험한 일이 뭔데?”

타카하시는 조금 오래 생각했다.

“사람의 이름을 다루는 일.”

유이는 조용해졌다.

그 말은 겁주려는 말이 아니었다.
타카하시는 이름이 얼마나 쉽게 떨어져 나가는지 아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하려고 해.”

유이가 말했다.

“반만 보고 단정하지 않으려고.”

타카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회사에서도 대조표를 만들었어.”

유이는 조금 놀라 웃었다.

“나도 오늘 노트에 그 단어 썼어. 照合(대조).”

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보았다.

아버지와 딸은 같은 질문을 각자의 문을 찾기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회사의 자료실에서, 한 사람은 졸업 작품 제작 노트에서.

아직 모든 것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적어도 같은 단어 앞에 서 있었다.

그날 밤, 마루산상사 사무실에서는 아카리가 마지막으로 대조표 출력본을 파일에 끼워 넣고 있었다.

확인 완료
확인 중
출처 확인 중
확인 필요

확인되지 않은 칸은 빈칸이 아니었다.
아직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리였다.

아카리는 파일 표지에 작게 적었다.

다음 확인 사항

그리고 불을 껐다.

도쿄의 밤은 여전히 밝았다.
아카사카의 은색 로고도, 진보초의 낡은 자료실도, 편의점 계산대 아래의 인수인계 노트도 각자의 빛 아래 놓여 있었다.

대조표는 누군가를 몰아세우기 위한 종이가 아니었다.

다음 사람이 길을 잃지 않도록 남겨두는 지도였다.
그리고 어떤 지도는,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이름을 다시 찾아가는 길이 되기도 했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楽な方と正確な方は違います。 [らくなほうと せいかくなほうは ちがいます。]
편한 것과 정확한 것은 다릅니다.
아카리가 미사키에게 "확실하지 않으면 빼는 게 편하지 않아요?"라는 물음에 답한 문장. `楽`은 "편함", `正確`은 "정확함", `違います`는 "다릅니다". 회사·일상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어른의 짧은 원칙 표현입니다.

2. 危ない事はしないでほしい。 [あぶないことは しないで ほしい。]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해.
타카하시가 딸 유이에게 조심스럽게 건넨 부탁. `危ない`는 "위험하다", `〜ないでほし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부드러운 바람 표현. 가족·친구 사이에서 자주 쓰는 회화 문형입니다.

3. 確認中のままだと、間違いになります。 [かくにんちゅうの ままだと、まちがいに なります。]
확인 중인 채로 두면, 틀린 게 됩니다.
켄타가 무심히 던진 결정적 한마디. `〜のままだと`는 "~한 채로 있으면", `〜になります`는 "~이 됩니다". 유이의 취재, 아카리의 대조표, 타카하시의 침묵을 한 문장으로 연결한 이 화의 주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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