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지워진 자리
8화, 지워진 자리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2

유이가 보낸 확인용 원고가 돌아온 건, 연초의 건조한 바람이 대학 복도까지 밀려오던 월요일이었다.
봉투는 생각보다 얇았다. 세이와미디어그룹 로고가 박힌 흰 봉투.
안에는 원고 복사본과 짧은 안내문, 그리고 검은 사인펜으로 몇 줄이 굵게 그어진 페이지들이 들어 있었다.
유이는 복도 창가에 선 채로 첫 장부터 천천히 넘겼다.
문장 대부분은 그대로였다. 혼마의 말도, 오오츠카가 허락한 회사 설명도, 1971년 자료의 흐름을 설명한 부분도 남아 있었다.
문제는 두 군데였다.
한 곳은 기획안 작성자의 이름이 들어간 자리.
다른 한 곳은 그 기획안이 누구를 거쳐 갔는지 적은 자리.
둘 다 새까맣게 칠해져 있었다.
유이는 잠시 그 검은 줄을 바라보았다. 지워진 게 아니라, 덮인 것처럼 보였다. 종이는 그대로인데 문장만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옆에서 지나가던 동기가 물었다.
“그거 뭐야? 수정본?”
유이는 봉투를 접어 노트 사이에 끼웠다.
“응. 수정본이라기보단... 아직 못 보여주는 부분.”
“졸업작품 힘들다. 그냥 인터뷰 몇 개 따서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유이는 웃었다.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
동기가 멀어지고 나서야 유이는 공중전화 쪽으로 걸어갔다. 오오츠카의 번호는 이미 외울 만큼 여러 번 걸었다. 전화는 세 번 울리고 연결됐다.
“오오츠카입니다.”
“유이입니다. 원고 받았습니다.”
“네. 도착했군요.”
“이거, 거절은 아니죠?”
수화기 너머로 아주 작은 웃음이 들렸다.
“거절이면 이렇게 정성껏 돌려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검은 줄은요?”
“지금 회사 이름으로 공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이는 창밖을 보았다. 대학 운동장 한쪽에 남은 눈이 흙빛으로 얼어 있었다.
“확인된 건데 공개할 수 없는 거네요.”
“그렇게 봐 주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그 검은 줄이 있다는 사실을 써도 되나요?”
오오츠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침묵도 문장처럼 다뤘다. 유이는 이제 그걸 조금 알았다.
“추측해서 채우지만 않는다면요.”
“검은 줄을 그대로 쓰는 건 괜찮고요?”
“네. 검은 줄도 원고에 남은 처리 결과니까요. 다만,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단정하지는 말아 주세요.”
유이는 펜 뚜껑을 열었다. 노트 한쪽에 짧게 적었다.
검은 줄은 부정이 아니다.
하지만 허락도 아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오오츠카가 덧붙였다.
“그리고 혼마 씨 발언은 개인 의견으로 표시해 주세요. 회사 입장처럼 보이면 곤란합니다.”
“알겠습니다.”
“유이 씨.”
“네.”
“원고, 잘 쓰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 말은 칭찬처럼 들리기도 했고 경고처럼 들리기도 했다.
유이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손바닥에 묻은 차가운 플라스틱 감촉이 오래 남았다.
세이와미디어그룹 홍보부 복사실에서는 오오츠카가 같은 원고 사본을 다시 넘기고 있었다.
복사기 열 때문에 방은 바깥보다 조금 따뜻했다. 그러나 종이에 그어진 검은 줄들은 이상하게 차가워 보였다.
혼마가 문 옆에 기대어 섰다.
“많이도 칠했네요.”
오오츠카는 돌아보지 않았다.
“법무에서 온 그대로입니다.”
“제 이름도 빠졌습니까?”
“발언은 남겼습니다. 다만 개인 의견이라고 표시했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제 이름보다 말이 오래 가면 됐죠.”
혼마는 복사기 위에 놓인 원고를 한 장 들었다. 검은 줄이 지나간 곳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칠하면 사람들은 더 궁금해합니다.”
“그래도 회사는 칠합니다.”
“알죠. 회사는 궁금증보다 책임을 더 무서워하니까.”
오오츠카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혼마 씨도 책임을 무서워해야 합니다.”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더 말하고 싶은 겁니다.”
“그게 제일 위험한 조합입니다.”
두 사람은 잠깐 웃었다. 피곤한 사람들이 잠깐 숨을 고를 때 나오는 웃음이었다.
혼마는 원고를 내려놓았다.
“그 학생, 함부로 쓰는 사람은 아니던데요.”
“그래서 확인용 원고를 보낸 겁니다. 함부로 쓰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상대하지 않았겠죠.”
“그럼 한 줄만 전해주세요.”
“또 개인 의견입니까?”
“아니요. 그냥... 선배로서.”
오오츠카가 펜을 들었다.
혼마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검은 줄은 구멍이 아니라고요. 거기에 무언가 있었다는 표시라고.”
오오츠카는 그 말을 바로 적지 않았다.
“그건 원고에 넣어도 되는 말입니까?”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됩니다. 다만 그 애가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오오츠카는 결국 빈 메모지에 그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작게 ‘개인 메모’라고 덧붙였다.
동양출판 자료 전산화 작업실에서는 아카리가 공개용 목록과 보존용 목록을 나누고 있었다.
같은 자료인데도, 두 목록의 표정은 달랐다.
공개용에는 이름이 빠졌고, 보존용에는 원문 표기가 남았다.
공개용에는 문장이 짧아졌고, 보존용에는 지저분한 주석까지 그대로 따라왔다.
외근을 자처한 미사키가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
“또 표예요?”
“오늘은 표보다 더 귀찮은 거.”
“뭔데요?”
“가릴 데를 정하는 일.”
미사키는 아카리 옆에 서서 화면을 들여다봤다.
“이름이 빠지면 나중에 못 찾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보존용에는 남겨.”
“그럼 공개용에서는 왜 빼요?”
아카리는 잠시 손을 멈췄다.
“보는 사람이 달라서.”
“어렵네요.”
“어려운 게 맞아. 쉬우면 아무나 막 지웠겠지.”
그때 와타나베 이사가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오늘도 서류 봉투를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다. 예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걷는 듯했지만,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공개용 목록, 어디까지 됐습니까?”
아카리가 출력물을 건넸다.
“민감한 개인명은 가렸고, 원문은 보존용에 유지했습니다. 자료 흐름은 남겨 두었습니다.”
와타나베는 출력물을 훑었다.
“내 이름은 가려도 됩니다.”
아카리는 예상한 말이라는 듯 고개를 들었다.
“이사님 이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 이름이면 내가 허락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 이름이 지나간 문서에 다른 사람의 시간이 붙어 있으면요?”
와타나베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업실 안에는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만 남았다. 미사키는 괜히 커피 컵을 만지작거렸다.
아카리가 말을 이었다.
“가리는 게 보호일 수도 있고, 삭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왜 가렸는지 남겨야 합니다.”
와타나베는 출력물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말을 참 무섭게 하네요.”
“제가 젊어서가 아니라, 자료가 오래돼서 그렇습니다.”
와타나베는 아주 작게 웃었다. 웃었다기보다 숨이 새어 나온 것에 가까웠다.
“좋습니다. 공개용은 이대로 진행하세요. 대신 보존용 원문은 분실되지 않게.”
“이미 별도 보관 처리했습니다.”
“빠르군요.”
“늦으면 누가 먼저 정리해 버릴까 봐요.”
그 말에 와타나베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가 나간 뒤, 미사키가 작게 속삭였다.
“방금 좀 멋있었어요.”
“뭐가?”
“늦으면 누가 먼저 정리해 버릴까 봐요.”
아카리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멋있는 말 아니야. 무서운 말이지.”
그리고 공개용 목록의 비고란에 한 줄을 추가했다.
가림 처리 사유 별도 기록.
저녁 6시가 조금 넘었을 때, 오차노미즈 근처 편의점의 자동문이 열렸다.
켄타는 계산대 아래에서 인수인계 노트를 꺼내고 있었다. 유이는 앞치마를 묶으며 시계를 봤다.
“반품 잡지는 묶어 놨어요. 우유는 10시 반에 확인하면 되고요.”
켄타가 노트를 넘겼다.
“그리고 분실물 하나 있어요. 학생수첩.”
“이름 봤어?”
“봤는데... 봉투 겉에는 안 썼어요. 괜히 아무나 보고 가져갈까 봐.”
유이는 카운터 안쪽 선반을 확인했다. 갈색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겉면에는 ‘학생수첩, 오후 4시경 습득’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잘했네.”
켄타는 안심한 듯하면서도 아직 생각이 남은 얼굴이었다.
“근데 이름을 안 쓰면 찾기 어려운 거 아닌가요?”
“안에는 있잖아.”
“밖에 안 보이게 한 거랑 없앤 거랑 다르다?”
유이는 잠깐 멈칫했다.
가방 안에는 검은 줄이 그어진 원고가 들어 있었다. 켄타는 그걸 알 리 없었다. 그런데도 꼭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응. 다르지.”
“어떻게 달라요?”
유이는 봉투를 선반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주인을 지키려고 가리는 거면 보호고, 주인한테 묻지도 않고 없던 일로 만들려고 가리는 거면 삭제 아닐까.”
켄타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누가 왜 가렸는지가 중요하네요.”
“맞아.”
“그거, 노트에 써도 돼요?”
“편의점 노트에?”
“아니요. 제 노트에요.”
유이는 웃었다.
“써. 나도 어디서 써먹을 것 같아.”
그때 손님이 들어왔다. 유이는 계산대로 돌아섰고, 켄타는 가방을 멨다.
“수고하세요.”
“조심히 가. 길 얼었을 수도 있어.”
자동문이 열리고 닫혔다. 차가운 바람이 잠깐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그날 밤, 켄타는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다가 아카리에게 물었다.
“엄마, 이름은 가리는 게 맞아?”
아카리는 국그릇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편의점에서 분실물 때문에.”
“아.”
“이름을 보이게 두면 찾기 쉬운데, 아무나 볼 수 있잖아. 안 보이게 하면 안전한데, 또 못 찾을 수도 있고.”
아카리는 젓가락을 잠깐 멈췄다. 낮에 자신이 작업실에서 했던 말들이 식탁 위로 따라온 것 같았다.
“정답은 없어.”
켄타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게 말하면 학교 숙제에는 못 써.”
“인생은 학교 숙제보다 채점이 까다로워.”
“그럼 뭐라고 써야 돼?”
아카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름을 가릴 때는 이유도 같이 남겨야 한다고 써.”
켄타는 밥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
“응. 누구를 지키려고 가렸는지, 무엇을 숨기려고 가렸는지. 그걸 안 남기면 나중 사람은 헷갈려.”
“엄마 일도 그래?”
아카리는 켄타를 보았다.
켄타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른도 아니었다. 질문은 어른처럼 하고, 상처는 아직 아이처럼 받는 나이였다.
“응. 엄마 일도 그래.”
“그럼 엄마는 많이 헷갈리겠다.”
“많이 헷갈리지.”
“그래도 계속해?”
아카리는 웃었다.
“헷갈리니까 계속하지. 다 알면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잖아.”
켄타는 그 말을 오래 씹었다. 밥보다 더 천천히.
식탁 한쪽에는 학교에서 받은 진로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켄타는 며칠 전까지 빈칸으로 두었던 작은 칸에 연필로 무언가를 적어 두었다.
아카리는 설거지를 하려다 그걸 보았다.
‘기록을 다루는 일에 관심 있음.’
정해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미정에 가까웠다.
하지만 빈칸은 아니었다.
아카리는 모른 척하고 싱크대 물을 틀었다.
“켄타.”
“네?”
“그거 좋은데.”
켄타는 안내문을 얼른 뒤집었다.
“보지 마요.”
“봤어.”
“아직 정한 거 아니에요.”
“알아. 관심 있다고 쓴 거잖아.”
켄타는 귀가 조금 빨개졌다.
“그냥... 그런 거예요.”
아카리는 물소리 사이로 말했다.
“그냥 그런 게 제일 오래 갈 때도 있어.”
유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 타카하시는 거실에서 신문을 접고 있었다.
“늦었네.”
“교대 시간이 조금 밀렸어.”
“밥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먹었어.”
“그걸 밥이라고 부르기엔 좀 억울하지 않나.”
“오늘은 그 정도면 충분해.”
유이는 가방에서 세이와의 원고를 꺼냈다. 타카하시는 신문을 완전히 접었다.
“돌아왔구나.”
“응.”
유이는 검은 줄이 그어진 페이지를 아버지 앞에 놓았다.
타카하시는 한참 말없이 보았다. 그가 가장 오래 바라본 곳은 유이도 예상한 자리였다. 기획안 이름이 가려진 곳, 그리고 경유자가 가려진 곳.
“화나?”
유이가 물었다.
타카하시는 고개를 저었다.
“화가 난다기보다... 익숙해서 싫구나.”
“익숙해?”
“회사 문서라는 게 그래. 남겨 놓고도 안 보여주고, 안 보여주면서도 버리진 않았다고 말하지.”
유이는 아버지 맞은편에 앉았다.
“이걸 졸업작품에 써도 될까?”
“검은 줄을?”
“응.”
“써도 되지. 다만 그 안을 네가 마음대로 채우면 안 돼.”
“오오츠카 씨도 같은 말 했어.”
“그 사람이 맞는 말을 했네.”
유이는 검은 줄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짚었다.
“근데 아빠 이름이 여기 있으면?”
타카하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겨울 바람이 전선에 걸려 낮게 울었다. 1990년대의 도쿄는 밤이 되면 더 조용한 척했다. 회사들은 여전히 불을 켜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예전만큼 미래를 쉽게 말하지 않았다.
“내 이름이 있으면,” 타카하시가 천천히 말했다. “그것도 사실의 일부겠지.”
“아빠가 다치는 건 싫어.”
“나도 네가 다치는 건 싫다.”
두 사람은 같은 말을 다른 방향으로 붙잡고 있었다.
타카하시가 먼저 웃었다. 조금 쓸쓸한 웃음이었다.
“글이라는 게 참 곤란해. 누군가를 다치게 하려고 쓰는 건 아닌데, 아무도 안 다치게 쓰려고 하면 아무 말도 못 하게 되거든.”
유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어떻게 써야 해?”
“다치게 하는 글이 아니라, 책임지는 글로 써.”
“그 차이를 내가 알 수 있을까?”
“쓰면서 알아가는 거지.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어.”
타카하시는 검은 줄이 그어진 페이지를 다시 유이에게 밀어 주었다.
“그리고 하나 더.”
“응.”
“네가 보호하려는 사람이 정말 보호를 원하는지도 확인해라. 가끔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할 때도 있으니까.”
그날 밤, 유이는 책상 앞에 앉아 원고 제목 아래에 새로운 소제목을 써 넣었다.
‘가려진 이름을 읽는 법.’
그리고 그 아래에 한 문장을 더했다.
검은 줄은 빈칸이 아니다. 누군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알려 주는 가장 어두운 표시다.
다음 날 아침, 동양출판 자료실의 보존용 파일에는 원문 사본이 들어갔다.
공개용 파일에는 가려진 문장이 들어갔다.
아카리는 두 파일의 등록번호를 따로 적고, 같은 자료가 서로 다른 얼굴로 남게 된 이유를 비고란에 붙였다.
세이와미디어그룹 홍보부에서는 오오츠카가 유이에게 보낼 짧은 메모를 다시 읽었다. 혼마의 문장은 끝내 공식 답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별도의 개인 메모로 접혀 봉투 안쪽에 끼워졌다.
편의점에서는 유이가 전날 분실물 봉투 위치를 인수인계 노트에 적었다.
다음 근무자인 켄타가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은 쓰지 않고 확인 절차만 남겼다.
그리고 켄타는 학교 안내문을 다시 펼쳐, 어제 적은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아직 정해진 것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검은 줄 사이에는 이름이 있었다.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고, 말하지 않기로 한 책임이 있었고, 언젠가 누군가 다시 확인해야 할 시간이 있었다.
도쿄의 겨울은 종이를 마르게 하고, 사람의 입을 조금 무겁게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적었다.
누군가는 가렸다.
그리고 누군가는, 가려진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잊지 않으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