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니혼고 프렌즈 홈

14화

식히는 시간

2026-08-25 · 읽는 시간 약 11분

14화, 식히는 시간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2

14화 대표 이미지

수요일 오후 4시, 마루산상사 IT추진실에는 프린터 열기와 커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아카리는 동양출판 30주년 자료 전산화 폴더를 열어 놓고, 화면 한쪽에 작은 메모를 붙였다.

자료 소유 - 동양출판
입력 담당 - 마루산상사 IT추진실

미사키가 옆에서 파일명을 확인하다가 말했다.

“요즘 동양출판 건만 하니까, 꼭 우리가 거기 직원 같아요.”

아카리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 착각이 제일 위험해.”

“왜요?”

“남의 자료를 우리 자료처럼 만지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봐도 되는지 모호해져.”

미사키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니까 타카하시 부장님이랑 와타나베 이사님은 동양출판 사람이고, 우리는 마루산상사 사람.”

“응. 우리가 하는 건 동양출판 자료를 대신 입력하고 정리하는 일이야. 소속이 섞이면 책임도 섞여.”

“책임이 섞이면요?”

아카리는 잠시 생각했다.

“나중에 누가 열어 보면, 누가 남긴 기록인지 모르게 돼.”

미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조금 어려운 듯하면서도, 최근 들어 그런 문장들이 자꾸 마음에 남는 얼굴이었다.

아카리는 입력창의 비고란에 한 줄을 추가했다.

‘외부 위탁 입력. 원자료 소유처 별도 표시.’

마루산상사 창밖으로 겨울 해가 낮게 기울고 있었다.
어떤 선은 종이에 긋는 게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의 손끝에 먼저 그어져야 했다.

같은 시각, 유이는 칸다역에서 내려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스낵 雪(눈)의 간판은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문 앞에는 영업 전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밤에 보면 술과 담배 냄새가 먼저 날 것 같은 가게였지만, 오후 6시 전의 가게는 이상하게 맨얼굴 같았다.

유이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빨랐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마마가 나왔다. 앞치마를 두른 채 의자를 내리던 중이었다.

“아, 왔네.”

“너무 일찍 왔죠?”

마마가 문을 더 열어 주며 말했다.

“아직 안 열었어.”

“알아요. 와타나베 씨랑 6시에...”

“들어와. 영업 전이니까 물밖에 없어.”

유이는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지난 밤에 들었던 이야기보다 조용했다. 카운터 위에는 아직 잔이 나와 있지 않았고, 재떨이도 비어 있었다. 낮의 빛이 좁은 창으로 들어와 오래된 벽지의 얼룩까지 보여 주고 있었다.

마마는 따뜻한 보리차를 내왔다.

“오늘은 술집이 아니라 그냥 찻집이라고 생각해.”

“네.”

“긴장돼?”

유이는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조금요.”

“조금이면 괜찮아. 하나도 안 긴장하는 사람이 더 위험해.”

유이는 웃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가방 안에는 녹음기와 새 카세트테이프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 30분은 녹음하지 않기로 했다.

기록하지 않는 시간이 인터뷰의 조건이 되는 건 이상했다. 그래도 유이는 이제 조금 알았다. 어떤 말은 바로 종이에 올라가면 부서진다. 먼저 사람 사이에 놓였다가, 천천히 기록이 되어야 하는 말도 있었다.

6시 정각, 문이 열렸다.

와타나베 이사는 회색 코트 차림이었다. 회사에서처럼 단단한 인상은 그대로였지만, 오늘은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매고 있었다.

“기다리게 했습니까?”

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닙니다. 제가 일찍 왔습니다.”

마마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둘 다 물로 하지?”

와타나베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합니다.”

두 사람은 카운터가 아니라 안쪽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유이는 녹음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걸 본 와타나베가 먼저 말했다.

“조건을 기억해 주셨군요.”

“네.”

와타나베는 손목시계를 한 번 보았다.

“지금부터 30분은 녹음 없이 부탁합니다.”

유이는 가방 지퍼를 닫았다.

“메모는 해도 될까요?”

“짧게는 괜찮습니다. 다만 문장으로 완성하지는 말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상한 부탁이라는 건 압니다.”

“이상하긴 한데... 이해는 됩니다.”

와타나베는 그 말에 잠시 유이를 바라보았다.

“타카하시 부장에게 많이 배웠군요.”

“아버지에게 배운 것도 있고, 제가 겪으면서 배운 것도 있습니다.”

그 대답에 와타나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마는 두 사람 앞에 물잔을 놓고, 아무렇지 않게 카운터 쪽으로 물러났다. 그녀는 듣고 있는 듯했고, 듣지 않는 척도 잘했다. 오래된 가게에는 그런 기술이 있었다.

와타나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말하겠습니다. 그 기획안의 초안은 타카하시 부장이 썼습니다. 당시에는 부장이 아니었지만요.”

유이는 펜을 들었다.
하지만 바로 적지 않았다.

“그 문장은요?”

“이야기는 책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문장 말입니까?”

“네.”

“그것도 그 사람의 문장에 가깝습니다. 회의를 거치면서 조금씩 바뀌었지만, 처음 생각한 사람은 타카하시였습니다.”

유이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미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짐작이 정작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면 무게가 달라졌다.

와타나베는 물잔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세이와는 영상기획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동양출판은 책의 다음 길을 찾고 있었고요. 우리는 서로 필요한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기획안을 세이와에 가져가신 거예요?”

“네.”

와타나베는 피하지 않았다.

“제가 가져갔습니다.”

유이는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허락은 받으셨나요?”

와타나베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이 제일 어렵습니다.”

“왜요?”

“당시 회사에서는 허락이라는 말이 지금보다 흐렸습니다. 부서 안에서 나온 기획은 부서의 것이고, 부서의 것은 회사의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버지 개인에게는요?”

“충분히 묻지 않았습니다.”

유이는 고개를 들었다.

와타나베는 말을 이어 갔다.

“빌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의에 가져가고, 반응을 보고, 다시 돌려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는 잠시 멈췄다가 또렷하게 말했다.

“빌린 셈이었습니다.”

그 말은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이는 그 안에 변명보다 더 오래된 피로가 섞여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돌려주지 못한 거네요.”

“돌려주는 방식을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그게 문제였습니다.”

와타나베는 손가락으로 물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질렀다.

“세이와 쪽 회의에서는 ‘동양출판 영업기획부 안’으로 소개됐습니다. 제 이름은 경유자로 남았고, 타카하시의 이름은 초안과 일부 기록에만 남았습니다. 저는 그걸 바로잡지 않았습니다.”

“왜요?”

“그때는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요?”

와타나베는 고개를 들었다.

“회사에게요.”

짧은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 짧은 대답 때문에, 유이는 더 이상 바로 질문하지 못했다.

와타나베가 스스로 말을 이었다.

“젊은 직원의 이름이 밖으로 나가면 책임도 같이 따라갑니다. 실패하면 개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서명으로 나가면 보호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름도 같이 사라졌죠.”

“네.”

“그걸 나중에 아셨나요, 아니면 그때도 아셨나요?”

와타나베는 조금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인정에 가까웠다.

“그때도 조금은 알았습니다. 나중엔 더 알았고요.”

카운터 뒤에서 마마의 잔을 닦는 소리만 들렸다.

와타나베는 천천히 말했다.

“가로챘다고 말하면 이야기는 간단해집니다. 하지만 그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책임이 없었다고 말하면 제가 편해집니다. 하지만 그건 더 정확하지 않죠.”

유이는 펜을 내려놓았다.

“그럼 뭐라고 써야 할까요?”

“그걸 쓰려고 저를 만난 거 아닙니까.”

와타나베의 말투는 딱딱했지만, 화가 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유이에게 답을 넘겨주는 사람처럼 보였다.

“저는 답을 정하러 온 게 아니라 듣기 위해 왔습니다.”

“듣고 나면 정해야 할 겁니다.”

“단정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와타나베가 처음으로 유이를 조금 오래 바라보았다.

“그건 좋은 태도지만, 때로는 두려움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유이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네. 저도 무섭습니다.”

“무엇이요?”

“아버지 편만 들게 될까 봐요. 아니면 반대로, 공정해 보이려고 아버지의 상처를 너무 작게 쓸까 봐요.”

와타나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이는 처음으로 와타나베가 조금 흔들린다고 느꼈다.

시계가 6시 반을 가리켰다.

와타나베는 손목시계를 보고 말했다.

“이제 녹음해도 됩니다.”

유이는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카세트테이프 비닐을 뜯는 소리가 가게 안에 작게 울렸다.

녹음기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유이가 말했다.

“남기고 싶은 말씀만 하셔도 괜찮습니다.”

와타나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남겨야 할 말을 남기겠습니다.”

유이는 빨간 버튼을 눌렀다.

작은 불빛이 켜졌다.

“성함과 당시 소속을 말씀해 주세요.”

유이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질문은 분명했다.

“와타나베 히로시입니다. 1971년 당시 동양출판 영업기획부에서 대외 협의와 영업 기획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1971년 11월, 동양출판에서 세이와미디어그룹 측으로 전달된 신매체 전개 기획안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와타나베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해당 기획안의 초안은 타카하시 류지가 작성했습니다. 이후 동양출판 영업기획부 내부 검토를 거쳤고, 제가 세이와 측에 전달했습니다.”

유이는 펜을 움직였다.

“세이와 측 기록에는 ‘타카하시 안, 와타나베 씨 경유’라는 취지의 비고가 남아 있습니다. 그 표현은 사실과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공식 자료에서는 타카하시 씨의 이름이 부서명 뒤로 사라졌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와타나베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녹음기의 빨간 불빛이 그의 침묵까지 삼키고 있었다.

“그때 저는 회사의 절차를 따랐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절차가 사람의 이름을 가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바로잡지 않았습니다.”

유이는 고개를 들었다.

와타나베는 똑바로 말했다.

“제가 고치지 않았습니다.”

유이의 펜이 멈췄다.

그 문장은 짧았다.
하지만 오늘 나온 어떤 말보다 무거웠다.

“이 발언은 실명으로 써도 됩니까?”

와타나베는 바로 대답했다.

“네. 실명으로 써도 됩니다.”

“아버지께는...”

유이는 말을 멈췄다.
취재자가 아니라 딸의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와타나베가 대신 말했다.

“사과해야겠죠.”

유이는 조용히 그를 보았다.

“하지만 유이 씨의 졸업작품을 빌려 사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요?”

“사과한다면 본인에게 하겠습니다.”

유이는 그 문장을 받아 적었다.
이번에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저는 이 내용을 단정적으로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책임은 흐리면 안 됩니다.”

“네.”

유이는 녹음기를 보았다가 다시 와타나베를 보았다.

“단정짓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모호하게 쓰지도 않겠습니다.”

와타나베의 얼굴에 아주 희미한 안도가 스쳤다.

마마가 카운터 쪽에서 말했다.

“이제 둘 다 물 좀 마시지 그래.”

그제야 두 사람은 자기 앞의 물잔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유이는 물을 마셨다. 목이 조금 아팠다.

녹음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와타나베는 필요한 사실을 말했다.
세이와 측 담당자 중 한 명이 쿠로다였다는 것.
처음 회의는 공식 회의실에서, 후속 이야기는 회사 밖에서 여러 번 오갔다는 것.
스낵 눈은 그 무렵 사람들이 들렀던 장소 중 하나였지만, 여기에서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었다는 것.

마마는 그 대목에서 손을 들었다.

“나는 증인 아니야.”

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쓰지 않겠습니다.”

마마는 만족한 듯 다시 잔을 닦았다.

와타나베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 시절의 우리에게는 미래라는 말이 쉬웠습니다. 책이 화면으로 가고, 소리가 붙고, 아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읽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요?”

“미래를 말할 때, 현재의 사람을 너무 쉽게 지나쳤습니다.”

인터뷰가 끝났을 때,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영업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마는 간판 불을 켰다.

雪(눈)이라는 글자가 골목에 희미하게 떠올랐다.

와타나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들은 내용을 바로 타카하시 부장에게 말할 겁니까?”

유이는 잠시 생각했다.

“전부는요.”

“전부?”

“아니요. 전부는 아직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들은 말과 아버지가 들어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해서요.”

와타나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사과하실 거라는 건 말씀드려도 될까요?”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와타나베는 코트를 걸쳤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문 쪽으로 걸어가다 멈췄다.

“유이 씨.”

“네.”

“아버지의 편을 드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다만 아버지의 편을 들기 위해 사실을 줄이지는 마세요.”

유이는 와타나베의 진심을 확인하려는듯 한참을 바라보았다.

“네.”

문이 열리고, 차가운 바람이 잠깐 들어왔다.
와타나베는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마마는 유이 앞의 빈 잔을 치웠다.

“얼굴이 아까보다 더 어른 같아졌네.”

“좋은 건가요?”

“그건 모르지. 어른 같아지는 게 꼭 좋은 일은 아니라서.”

유이는 녹음기를 가방에 넣었다. 테이프에는 오늘의 절반만 들어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유이의 기억 안에 있었다.

“처음 30분을 녹음 안 한 게 맞았을까요?”

마마는 카운터에 팔을 기대며 말했다.

“전부 담으려고 하면 넘쳐. 넘치면 못 마셔.”

“그럼 제가 잊으면요?”

“중요한 건 쉽게 안 잊혀. 대신 네 마음대로 모양을 바꾸니까, 나중에 조심해서 꺼내.”

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오자 겨울밤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칸다역 쪽으로 걸어가다, 유이는 공중전화 앞에서 잠시 멈췄다.

아버지에게 전화할 수 있었다.
지금 바로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화기를 들지 않았다.

오늘 들은 말은 아직 뜨거웠다.
뜨거운 말을 그대로 건네면, 받는 사람 마음도 데일 수 있었다.

유이는 역으로 걸어갔다.

전철 안에서 그녀는 노트를 펼쳤다. 흔들리는 글씨로 한 줄을 썼다.

‘녹음하지 않은 30분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말이 기록이 되기 전 머무른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작게 적었다.

‘다음 질문 : 사과는 기록이 되기 전에 해야 할까.’

그날 밤, 와타나베는 집에 돌아와 코트를 벗고 책상 앞에 앉았다.

유이의 편지는 여전히 서류가방 안에 있었다. 그는 편지를 꺼내 다시 읽지 않았다. 대신 작은 메모지 한 장을 꺼냈다.

내일 오전, 타카하시 부장에게 시간을 청할 것.

문장은 짧았다.
그러나 그 문장을 쓰기까지 스무 해가 걸렸다.

와타나베는 펜을 내려놓고 한동안 손등을 바라보았다.
도장은 쉽게 찍혔고, 문서는 쉽게 돌았다.
하지만 어떤 말은 너무 늦게야 자기 주인을 찾아갔다.

도쿄의 밤은 조용했다.
마루산상사 IT추진실의 불은 이미 꺼졌고, 동양출판의 몇몇 창문만 아직 밝았다.
서로 다른 회사, 서로 다른 책상, 서로 다른 책임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밤을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한 학생에게 전해진 말들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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