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니혼고 프렌즈 홈

19화

제출된 말

2026-08-25 · 읽는 시간 약 12분

19화, 제출된 말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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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는 동양출판 건물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자동문은 평소처럼 열렸다.
출근하는 직원들이 그의 곁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는 인사를 했고, 누군가는 엘리베이터 시간을 놓칠까 봐 고개만 숙였다.

가방 안에는 갈색 봉투가 있었다.

1971년 세이와 협의 경위에 관한 보고 초안.
자료관리위원회 제출용.

종이는 몇 장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와타나베는 그 무게 때문에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타카하시를 만났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섰다. 엘리베이터 숫자가 천천히 내려왔다.
예전 같으면 날씨 이야기라도 했을 것이다. 회의 일정이나 자료 목록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말들이 너무 얇았다.

와타나베가 먼저 말했다.

“今日、出します。(오늘 제출하겠습니다.)”

타카하시는 그의 가방을 보았다.

“그렇습니까.”

“회의록에 남기겠습니다.”

타카하시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見届けます。(지켜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은 나란히 탔다.
같은 층 버튼에 손이 올라갔다가, 와타나베가 먼저 눌렀다.

숫자가 올라가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이 예전 같지는 않았다. 예전의 침묵은 숨기기 위한 것이었고, 오늘의 침묵은 무언가를 꺼내기 전의 것이었다.

동양출판 자료관리위원회는 오전 열 시 정각에 시작됐다.

회의실에는 타카하시 부장, 와타나베 이사, 자료관리 담당 과장, 총무부 직원, 편집부 실무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회의록을 쓰는 직원은 새 노트를 펼쳐 놓았다.

처음 안건은 평범했다.
30주년 기념 전시 자료 중 공개 가능한 항목, 내부 보존 항목, 원본 열람 제한. 그다음은 보류된 1971년 자료였다.

자료관리 과장이 말했다.

“마루산상사에서 대조한 공개 문헌 결과는 받았습니다. 1972년 초 업계지에 동양출판의 아동·교육서 유통망 확대 관련 보도가 있었고, 세이와 계열 출판 창구와의 협력 조정 표현도 확인됐습니다. 다만 개별 기획안이나 작성자명 언급은 없습니다.”

타카하시는 자료를 내려다보았다.

개별 기획안 및 작성자명 언급 없음.

이미 읽은 문장이었다.
그런데 회의실에서 다른 사람 입으로 들으니 또 다르게 아팠다.

와타나베가 봉투를 꺼냈다.

“이 건과 관련해, 제가 보고 초안을 제출하겠습니다.”

회의실 공기가 달라졌다.

와타나베는 봉투에서 문서를 꺼내 한 부씩 돌렸다. 회의록 담당 직원은 펜을 고쳐 잡았다.

자료 첫 장에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1971년 세이와 협의 경위에 관한 보고 초안.

와타나베는 천천히 말했다.

“1971년 동양출판 영업기획부에서 작성된 신매체 전개 기획안은, 당시 타카하시 류지가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해당 기획안은 부서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제가 세이와 측에 전달했습니다.”

아무도 바로 말을 끊지 않았다.

“당시 세이와 측과는 아동·교육서 분야의 지방 출판사 연계 창구, 학교·도서관 납품 루트, 일부 재판 협의 창구 등을 동양출판 쪽으로 조정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당 기획안이 동양출판 명의로 세이와에 제공됐습니다.”

편집부 실무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회사 차원의 협의였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동시에, 초안 작성자 개인의 이름이 충분히 남지 않은 협의이기도 했습니다.”

와타나베는 타카하시 쪽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는 것이 예의인지, 두려움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자료관리 과장이 문서를 넘기며 말했다.

“이 내용은 30주년 기념 전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일정도 있고, 외부 공개 자료도 이미 일부 준비되어 있어서...”

타카하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기념 전시라면 더 확인해야 합니다.”

회의실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그는 문서 한쪽을 손끝으로 짚었다.

“기념이니까 더더욱 틀린 채로 장식할 수 없습니다.”

말은 조용했지만, 회의실 안쪽까지 닿았다.

총무부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해당 항목은 외부 공개에서 제외하고, 내부 검토 후 수정 반영하는 방향으로...”

와타나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보고 초안이 제출되었다는 사실도 회의록에 남겨 주십시오.”

그는 회의록 담당 직원을 향해 분명히 말했다.

“議事録に残してください。(회의록에 남겨 주세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고 펜을 움직였다.

와타나베는 말을 이어 갔다.

“또한 저는 이 건의 당사자입니다. 이후 공개 여부나 사내 처리 방침을 결정하는 자리에서는 판단 권한에서 빠지겠습니다.”

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 말은 사과보다 건조했다.
하지만 어떤 사과보다 실질적인 말이기도 했다.

타카하시는 문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자료관리 과장이 정리했다.

“그럼 오늘 결정 사항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해당 1971년 자료의 30주년 전시 공개 반영은 보류. 둘째, 와타나베 이사 제출 보고 초안을 내부 검토 자료로 접수. 셋째, 세이와 측에 관련 기록 확인을 공식 요청. 맞습니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문장이 남았다.

보류. 접수. 공식 요청.

아주 차가운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오래 숨은 일이 처음으로 회사의 책상 위에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타카하시와 와타나베는 회의실 밖 복도에 잠시 함께 서게 됐다.

직원들은 각자 서류를 들고 흩어졌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복도 끝에서는 누군가 도시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회사는 늘 그랬다. 한쪽에서는 오래된 잘못이 책상 위로 올라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늘 점심 메뉴가 정해졌다.

타카하시가 말했다.

“편해지셨습니까?”

와타나베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타카하시는 그를 바라보았다.

“これで終わったと思わないでください。(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고서가 접수됐다고 해서, 제 시간이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제가 혼자 착각한 시간은 아니었다는 게 남겠죠.”

와타나베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타카하시는 서류철을 가슴에 안고 돌아섰다.

“세이와 답변이 오면 알려 주십시오. 유이보다 먼저.”

“그렇게 하겠습니다.”

타카하시는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와타나베는 한동안 그 뒷모습을 보았다.

젊은 시절 자신이 꺾었다고 생각했던 날개는, 사실 완전히 부러진 적이 없었을지도 몰랐다. 다만 아주 오래 접혀 있었을 뿐이었다.

그 사실이 와타나베를 조금 안도하게 했고, 동시에 더 부끄럽게 했다.

마루산상사 IT추진실에 팩스가 도착한 건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미사키가 팩스 용지를 들고 아카리 자리로 왔다.

“주임님, 동양출판에서 왔어요.”

아카리는 문서를 받아 들었다.

동양출판 30주년 자료 전산화 관련 지시.
1971년 세이와 협의 관련 항목: 공개 반영 보류 유지. 내부 재검토 중.
마루산상사 IT추진실: 원본 입력본 및 대조 자료 현 상태 유지. 추가 출력 금지.

미사키는 옆에서 읽다가 작게 말했다.

“뭔가 진짜 시작된 느낌이네요.”

“응.”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하는 거죠?”

아카리는 팩스를 투명 파일에 넣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흐트러지지 않게 두는 거야.”

“그게 일이에요?”

“중요한 일일수록 그래. 괜히 손대면 나중에 뭐가 원래였는지 모르게 돼.”

미사키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다 멈췄다.

“주임님.”

“응?”

“저 가끔 빨리 알고 싶어서 막 열어 보고 싶을 때 있어요.”

“나도 있어.”

“주임님도요?”

아카리는 웃었다.

“당연하지. 사람인데.”

“그런데 어떻게 참아요?”

아카리는 화면 속 파일 목록을 보았다.

“참는다기보다 표시해 둬. 지금 열면 안 되는 이유를.”

그녀는 진행표 비고란에 한 줄을 입력했다.

동양출판 내부 재검토 완료 전 추가 처리 금지.

그리고 미사키에게 말했다.

“急いで触らない方がいいこともあります。(서둘러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은 일도 있어.)”

미사키는 그 말을 메모했다.

“이것도 전화 응대 교육이에요?”

“아니. 이건 사고 방지.”

“회사 사고요?”

“사람 사고.”

미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마루산상사 IT추진실에서는 파일이 하나 잠겼고, 출력 권한이 하나 줄었고, 진행표에 다음 확인일이 붙었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카리는 알았다.
어떤 일은 열리는 순간보다, 열리지 않도록 지켜지는 시간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

켄타는 학교 상담실 앞에서 작문 용지를 들고 서 있었다.

국어 선생님은 그의 글을 읽고, 학교 문집에 싣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주변 어른의 일”이라는 주제에 잘 맞고, 문장이 솔직하다는 이유였다.

칭찬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켄타는 바로 좋다고 말하지 못했다.

상담실 안에서 선생님이 물었다.

“싫니?”

“싫은 건 아닌데요.”

“그럼?”

켄타는 작문 용지 중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거기에는 아카리 이야기가 있었다. 보호자 면담, 혼자 보호자라고 말했던 날, 강한 척해야 했던 사람이라는 문장.

그는 천천히 말했다.

“まだ出したくないです。(아직 내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은 펜을 내려놓았다.

“문집에 싣고 싶지 않다는 뜻이구나.”

“네. 제가 쓴 건 맞는데, 엄마 이야기도 있어서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이야.”

켄타는 조금 놀랐다.

“안 내도 괜찮아요?”

“당연하지. 글을 썼다고 해서 전부 공개해야 하는 건 아니야. 특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 있으면 더 그렇고.”

켄타는 작문 용지를 접었다.

“그럼 이건 그냥 저만 갖고 있어도 돼요?”

“그래.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다시 생각해도 되고.”

상담실을 나오자 켄타는 복도 창가에 잠시 섰다.
운동장에서는 누군가 축구공을 차고 있었다. 공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제출하지 않는 것도 도망은 아닐 수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같이 들고 있을 때는, 더 신중해도 된다.

켄타는 작문 용지를 가방 안쪽에 넣었다.
오늘은 거기까지면 충분했다.

세이와미디어그룹의 오래된 자료실은 지하 주차장 옆에 있었다.

쿠로다는 오오츠카와 함께 철제 선반 사이를 걸었다. 지금은 고문 직함으로 회사에 남아 있었지만, 이 자료실에 내려오는 건 몇 년 만이었다. 젊은 직원들은 그를 어려워했고, 오오츠카는 더 어려워했다.

“동양출판에서 공식 조회가 올 겁니다.”

쿠로다가 말했다.

오오츠카는 파일 목록을 확인했다.

“아직 접수되지는 않았습니다.”

“곧 올 겁니다. 오기 전에 위치만 확인해 두고 싶습니다.”

“열람 기록은 남기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두 사람은 1971년 관련 상자 앞에서 멈췄다.

영상기획실 확장.
지방 출판 연계.
신매체 공동 검토.

오오츠카가 장갑을 끼고 상자를 꺼냈다. 먼지가 얇게 일었다.
쿠로다는 기침을 한 번 했다.

안에는 회의록 사본, 송부 기록, 당시 담당자 명함철, 그리고 얇은 청색 폴더가 있었다. 폴더에는 손글씨로 ‘人材接触メモ(인재접촉메모)’라고 적혀 있었다.

오오츠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것도 관련 자료입니까?”

쿠로다는 폴더를 열었다.

첫 장에는 짧은 메모가 있었다.

타카하시 씨: 기획 담당자로 면담 희망.
와타나베 씨: 영업 협의 계속. 이직 관련 타진 보류.

쿠로다는 오래 그 문장을 보았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세이와가 진짜 궁금해했던 사람은 문장을 쓴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료를 계속 가져온 사람은 와타나베였다. 그 어긋남 사이에서, 누군가는 질투했고 누군가는 모른 척했다.

오오츠카는 문서를 보려 하지 않았다. 보이긴 했지만, 읽었다고 말하지 않을 만큼만 시선을 피했다.

쿠로다는 폴더를 닫았다.

“이 상자는 위치를 따로 표시해 두세요.”

“비공개로 돌릴까요?”

“아니요. 공식 조회가 오면 검토 대상에 넣습니다.”

오오츠카가 그를 보았다.

쿠로다는 천천히 말했다.

“正式に聞かれたら、隠しません。(공식적으로 물으면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 말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애매했다.
오오츠카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오오츠카는 목록표에 상자 번호를 적었다.

자료실 형광등은 희미하게 떨렸다.
오래된 종이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다시 묻기 시작하면, 종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 줄 수 있었다.

유이는 대학 학생회관 구석에 앉아 있었다.

취업 설명회 안내 방송이 복도에 울렸다. 누군가는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누군가는 기업 브로슈어를 넘기고 있었다. 유이 앞에는 원고가 펼쳐져 있었지만, 오늘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와타나베가 보고 초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그 대목은 멈춰 두기로 했다.
기다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쓰지 않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문장이 계속 만들어졌다. 어떤 문장은 너무 화가 나 있었고, 어떤 문장은 너무 슬펐다. 어떤 문장은 아버지를 지키려고 아버지를 다시 작게 만들었다.

유이는 그 문장들을 바로 원고에 넣지 않고, 따로 노트에 적었다.

원고가 아닌 곳.
아직 남에게 보여 주지 않을 곳.

그때 학생회관 공중전화가 울렸다.
유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자기에게 걸려 온 전화는 아니었다. 다른 학생이 받아 짧게 통화하고 끊었다.

곧이어 유이의 호출기가 울렸다.
아버지의 번호였다.

유이는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아빠?”

수화기 너머에서 타카하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출됐어.”

유이는 눈을 감았다.

“회의에서?”

“응. 보고 초안으로 접수됐고, 세이와에 공식 조회하기로 했다.”

“아빠는 괜찮아?”

“괜찮다고 말하긴 아직 어렵다.”

“응.”

“하지만 오늘은 적어도, 회의록에 남았다.”

유이는 수화기 줄을 손가락으로 감았다.

“나, 지금 원고는 안 쓰고 있어.”

“그래.”

“기다리기로 했으니까.”

타카하시는 잠시 조용했다가 말했다.

“기다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응. 자꾸 쓰고 싶어져.”

“쓴다면 사실로 써라. 네 감정은 네 노트에 먼저 두고.”

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전화를 끊고 유이는 한동안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제출됐다.
접수됐다.
회의록에 남았다.

세 단어는 너무 건조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건조함이 필요했다. 불타는 말만으로는 오래된 종이를 다룰 수 없었다.

유이는 자리로 돌아와 노트에 썼다.

‘오늘, 오래 전 진실이 담긴 문서가 회사에 제출되었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누군가가 함께 읽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와타나베는 회사 밖 공중전화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내가 받았다.

“제출했소.”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물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아마 부엌에 있었을 것이다.

“그랬군요.”

“회의록에도 남겼소.”

“오늘 바로 다 말할 수 있어요?”

와타나베는 잠시 생각했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소.”

아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帰ったら聞かせて。(돌아오면 들려줘요.)”

와타나베는 눈을 감았다.

그 말은 추궁이 아니었다.
면죄도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와 말하라는, 아주 평범하고 어려운 초대였다.

“알겠소.”

전화를 끊고, 와타나베는 스낵 雪(눈)이 있는 골목 쪽을 잠깐 바라보았다. 오늘은 가지 않기로 했다.

오늘의 말은 술집에 먼저 내려놓을 말이 아니었다.
집으로 가져가야 할 말이었다.

그는 역 쪽으로 걸었다.

도쿄의 저녁은 평소처럼 붐볐다. 누군가는 회식 장소를 찾고, 누군가는 장바구니를 들고, 누군가는 피곤한 얼굴로 전철역을 향했다.

와타나베의 가방은 아침보다 조금 가벼웠다.
하지만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무게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것 같았다.

제출한다는 것은 언제나 밖으로 내보내는 일만은 아니었다.

어떤 것은 회의에 제출되고,
어떤 것은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되고,
어떤 것은 아직 마음속에서만 접수된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1971년의 못다한 말은 더 이상 혼자만의 서랍에 있지 않았다.
누군가 읽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기다리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직 용서가 온 것은 아니었다.
화해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닫혀 있던 문서에,
마침내 접수 날짜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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