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늦어진다는 말
20화, 늦어진다는 말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2

목요일 아침, 오차노미즈역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촘촘히 서 있었다.
전광판의 시간이 한 번 깜박였고, 곧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遅れております。(지연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작게 한숨을 쉬었고, 누군가는 시계를 보았다.
유이는 가방 끈을 고쳐 잡고 플랫폼 끝에 섰다.
늦어진다는 말은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오지 않는 열차보다 나았다. 적어도 기다릴지, 돌아갈지, 다른 길을 찾을지 선택할 수는 있으니까.
유이는 어제 아버지에게 들은 말을 떠올렸다.
보고 초안은 동양출판 자료관리위원회에 제출됐다.
세이와에는 공식 조회가 나갔다.
이제 답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능동적이었다.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매번 붙잡는 일이었다.
전철이 늦게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묵묵히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용서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다들 안내를 들은 사람처럼 움직였다.
유이도 그 안에 섞였다.
세이와미디어그룹 홍보부에서는 오전부터 전화가 이어졌다.
동양출판에서 보낸 공식 조회서가 접수되었다.
1971년 세이와 협의 관련 자료 확인 요청.
신매체 기획안 수령 기록, 지방 출판 창구 조정 관련 자료, 당시 담당자 기록 확인.
오오츠카는 조회서 사본을 들고 지하 자료실로 내려갔다.
쿠로다는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오래된 철제 선반 사이에 서서, 장갑을 낀 손으로 청색 폴더를 다시 펼치고 있었다.
“공식 조회가 들어왔습니다.”
오오츠카가 말했다.
쿠로다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예상보다 빠르군요.”
“답변 기한은 다음 주 월요일로 되어 있습니다.”
“그건 어렵습니다.”
쿠로다는 폴더를 닫았다.
“すぐには返事できません。(바로 답할 수 없습니다.)”
오오츠카는 바로 받아 적지 않았다.
“기한 연장 요청을 보내겠습니다. 다만 이유와 새 기한이 필요합니다.”
“법무 확인, 인사 관련 자료 포함 여부 검토, 퇴직자 기록 대조. 이유는 충분합니다.”
“새 기한은요?”
쿠로다는 잠시 생각했다.
“다음 주 수요일. 더 늦추면 동양출판 쪽에서도 불필요하게 의심할 겁니다.”
오오츠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메모했다.
그때 책상 위에 놓인 청색 폴더가 눈에 들어왔다.
겉면에는 손글씨가 남아 있었다.
인재 접촉 메모.
폴더 안에는 짧은 문장들이 있었다.
타카하시 씨: 기획 담당자로 면담 희망.
와타나베 씨: 영업 협의 계속. 이직 관련 타진 보류.
문장은 짧았지만, 짧은 만큼 피할 곳이 없었다.
오오츠카가 말했다.
“이건 단순한 수령 기록이 아닙니다. 인사 접촉 기록에 가깝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법무에서는 공개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겁니다.”
“그럼 제외할까요?”
쿠로다는 그제야 오오츠카를 보았다.
“隠すとは言っていません。(숨기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오츠카는 펜을 멈췄다.
쿠로다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出し方を間違えたくないんです。(내놓는 방식을 틀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은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고, 처음으로 책임을 생각하는 사람의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오오츠카는 메모지에 적었다.
관련 인사 접촉 메모 존재.
공개 범위 및 제공 방식 법무 검토 필요.
은폐 아님. 절차 확인.
쿠로다는 그 메모를 보고 작게 웃었다.
“그렇게 적으면 너무 솔직한 것 아닙니까?”
“요즘은 너무 솔직한 쪽이 나중에 덜 위험합니다.”
“홍보부 사람이 할 말은 아니군요.”
“홍보부라서 하는 말입니다.”
자료실 형광등이 작게 떨렸다.
오래된 종이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그 침묵을 해석하려 하고 있었다.
동양출판에는 오후 1시 반에 세이와의 중간 회신이 도착했다.
공식 답변 기한 연장 요청.
관련 자료 확인 중.
법무 및 자료관리 부서 검토 후 다음 주 수요일까지 회신 예정.
타카하시는 회신지를 읽고 창가에 섰다.
회의실이 아니라 복도 끝 작은 창가였다. 직원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이라 잠깐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잠시 뒤 와타나베가 다가왔다.
“회신 보셨습니까?”
“봤습니다.”
“기한을 붙였습니다.”
“네. 붙어 있더군요.”
타카하시는 회신지를 접었다.
“기한이 있으면 기다릴 수는 있습니다.”
와타나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카하시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待つ側にも時間があります。(기다리는 쪽에도 시간이 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스무 해가 들어 있었다.
와타나베는 천천히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요.”
“세이와가 늦어진다고 말한 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늦어진다는 말이 면죄는 아닙니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창밖을 보았다.
아래 도로에는 택시와 버스가 지나갔다. 회사 안에서는 오래된 일이 다시 올라오고 있었지만, 도쿄는 여전히 자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타카하시가 말했다.
“유이에게는 제가 말하겠습니다.”
와타나베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공식 답변이 오면,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요.”
“네.”
타카하시는 회신지를 들고 돌아섰다.
와타나베는 그 자리에 조금 더 서 있었다.
기다리는 쪽에도 시간이 있다.
그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 다시 읽었다.
자신은 오래도록 누군가의 시간을 멈춰 놓고도, 자기 시간이 지나는 것만 걱정하며 살았다.
그 사실이 오늘은 유난히 선명했다.
마루산상사 IT추진실에는 동양출판에서 온 일정 갱신 팩스가 들어왔다.
아카리는 문서를 확인한 뒤 진행표를 열었다.
동양출판 30주년 자료 전산화.
1971년 세이와 협의 관련 항목.
상태: 세이와 회신 대기.
예정일: 다음 주 수요일 이후 재확인.
미사키는 옆자리에서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대기 상태가 자꾸 늘어나네요.”
“응.”
“대기만 하다 보면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카리는 커서를 비고란에 놓았다.
“대기 중에도 할 일은 있어. 원본 위치 확인, 출력 제한, 파일명 고정, 변경 이력 남기기.”
“움직이지 않는 걸 지키는 일이네요.”
“맞아.”
미사키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늦어질 때도 이렇게 해야 해요?”
“당연하지.”
“그냥 나중에 한꺼번에 보내면 안 돼요?”
아카리는 미사키 쪽으로 의자를 돌렸다.
“遅れるなら、ちゃんと言ってください。(늦을 거면 제대로 말해 주세요.)”
미사키는 눈을 깜박였다.
“저한테 화내시는 거예요?”
“아니. 일한테 하는 말이야.”
“일한테요?”
“응. 늦어진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기다리는 사람은 자기 시간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그러면 불안해지고, 불안하면 자꾸 손대게 돼.”
미사키는 메모지에 적었다.
늦으면 늦는다고 말하기.
기다리는 쪽의 시간도 생각하기.
아카리는 그걸 보고 웃었다.
“오늘은 전화 응대 교육 아니고 일정 관리 교육이네.”
“주임님 교육은 왜 다 인생 같아요?”
“일이 자꾸 인생인 척해서 그래.”
두 사람은 잠깐 웃었다.
아카리는 진행표에 최종 문장을 입력했다.
‘다음 확인 예정일 전까지 원본 및 입력본 변경 금지.’
마루산상사는 동양출판의 결정을 대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자료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키는 일은 할 수 있었다.
그건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렇게나 하지 않는 일이었다.
켄타는 구립도서관에 계획했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학교 청소가 길어졌다. 평소 같으면 뛰어서 도착한 뒤 숨을 몰아쉬며 사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학교 앞 공중전화에서 도서관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말하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덜 조급했다.
도서관 사서는 어린이 열람실 앞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켄타가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서는 웃었다.
“전화해 줬잖아. 그래서 괜찮았어.”
“그래도 늦었는데요.”
“늦은 건 늦은 거고, 알려 준 건 잘한 거야. 기다리는 사람은 그걸로 시간을 바꿀 수 있으니까.”
켄타는 그 말을 마음에 넣어 두었다.
그날 그는 반납된 그림책을 크기별로 꽂는 일을 도왔다.
책등이 보이도록 맞추고, 찢어진 책은 따로 빼고, 예약된 책에는 작은 쪽지를 끼웠다.
예약 대기.
그 문구를 보며 켄타는 생각했다.
어른들의 일에도 다 예약 대기 같은 표가 붙어 있으면 좋겠다고.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차례가 오면 어떻게 알려 줄지 알 수 있게.
정리 시간이 끝날 무렵, 사서가 물었다.
“자료 관리 쪽 일에 관심 있다고 했지?”
“네. 아직 잘 모르지만요.”
“몰라도 괜찮아. 관심은 처음엔 보통 그렇게 생겨. 정확하지 않지만 자꾸 눈이 가는 쪽으로.”
켄타는 책수레 손잡이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기 전, 그는 도서관 출입 기록표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대여 도서들은 대체로 정해진 반납 기한보다 늦기 마련이다.
하지만 켄타의 반납 도서 대여 카드에는
늦었다는 사실과, 늦는다고 알렸다는 사실이 함께 남아 있었다.
유이는 대학 학생식당 구석에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식당은 조금 어수선했다. 누군가는 취업 원서를 고치고 있었고, 누군가는 빈 컵을 앞에 두고 졸고 있었다.
“세이와에서 중간 회신이 왔다.”
타카하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답은 아니고?”
“기한 연장 요청. 다음 주 수요일까지 회신하겠다고.”
유이는 펜을 잡았다가 놓았다.
“또 기다리는 거네.”
“응.”
“괜찮아?”
수화기 너머에서 타카하시가 조금 웃는 듯했다.
“요즘 네가 나한테 그 질문을 자주 하는구나.”
“자꾸 물어보게 돼.”
“괜찮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못 기다리겠다고 말하기엔 기한이 있으니 기다려야지.”
유이는 고개를 숙였다.
“원고는 그 부분 계속 멈춰 둘게.”
“그래.”
“근데 멈춰 두면, 자꾸 마음속에서 문장이 생겨.”
“그건 네 노트에 써 둬. 원고에 넣는 건 나중에 하고.”
“응.”
타카하시는 잠시 조용했다가 말했다.
“話せるところからでいい。(말할 수 있는 데부터 하면 돼.)”
유이는 조금 놀랐다.
“갑자기?”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너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빠도 아직 말 못 한 게 있어?”
“있지.”
유이는 더 묻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데부터.
그건 도망치는 말이 아니었다. 전부를 한 번에 꺼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작은 계단 같은 말이었다.
전화를 끊은 뒤, 유이는 노트를 펼쳤다.
원고 파일이 아니라, 개인 노트였다.
거기에 오늘 들은 말을 적었다.
‘기한이 붙은 기다림은 침묵과 다르다.’
그리고 한 줄 더 적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하루가 지나간다.’
그날 저녁, 와타나베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스낵 雪(눈) 앞을 지나치지 않았다. 일부러 다른 길을 택했다. 오늘의 말은 술집에 내려놓고 올 말이 아니라 집에 가져가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부엌에서 무를 썰고 있었다.
칼이 도마에 닿는 소리가 일정했다.
와타나베는 식탁 앞에 앉았다.
“오늘 세이와에서 중간 회신이 왔소.”
아내는 칼질을 멈추지 않았다.
“답은요?”
“아직. 늦어진다고 했소. 다음 주 수요일까지.”
“그쪽도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렇겠지.”
아내는 썬 무를 냄비에 넣고 불을 줄였다.
그리고 식탁 맞은편에 앉았다.
“오늘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요?”
와타나베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세이와가 그때 타카하시를 만나고 싶어 했던 기록이 있소.”
아내는 가만히 들었다.
“나도 세이와로 가고 싶었소. 그런데 그들이 궁금해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타카하시였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 와타나베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아내는 바로 위로하지 않았다.
그냥 물었다.
“그걸 그때도 알았어요?”
와타나베는 오래 침묵했다.
“조금은.”
“지금은요?”
“더 분명히 압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거기까지.”
와타나베가 아내를 보았다.
“화가 나지 않소?”
“납니다.”
대답은 조용했다.
“그런데 지금 화를 내면 당신이 또 입을 닫을 것 같아서요.”
와타나베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내는 잠시 뒤 덧붙였다.
“그래도 계속 말해요. 한꺼번에 말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말할 수 있는 데부터.”
와타나베는 낮게 말했다.
“話せるところからでいい。(말할 수 있는 데부터 하면 돼.)”
아내가 조금 웃었다.
“방금 제가 한 말이에요.”
“좋은 말이라 따라 했소.”
“좋은 말이면 지키세요.”
그 말에 와타나베는 아주 작게 고개를 숙였다.
식탁 위에는 아직 저녁이 차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이 집의 식탁 위에 회사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조금 놓였다.
같은 시각, 세이와미디어그룹 자료실에서는 오오츠카가 중간 회신 발송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쿠로다는 다시 청색 폴더 앞에 섰다.
인재 접촉 메모.
그는 폴더를 열었다가 닫고, 다시 열었다.
이 문서가 밖으로 나가면 와타나베만 흔들리는 게 아니었다. 세이와도 흔들릴 수 있었다. 당시 회사가 어떤 사람을 원했고, 어떤 사람을 이용했고, 어떤 사업을 접고 어떤 미래에 투자했는지 다시 설명해야 했다.
그는 한때 그런 설명을 피하는 법을 잘 알았다.
문서를 다른 상자에 넣고, 답변 범위를 좁히고, 공식 질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간을 끌면 됐다.
하지만 동양출판은 공식적으로 물었다.
와타나베는 보고서를 냈다.
타카하시의 이름은 이제 회의록에 남았다.
쿠로다는 폴더 위에 작은 메모지를 붙였다.
공식 조회 범위 내 검토.
법무 확인 후 제공 방식 결정.
누락 금지.
오오츠카가 그 메모를 보고 말했다.
“그렇게 쓰면 나중에 빠뜨릴 수 없겠네요.”
“그러려고 썼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쿠로다는 잠시 생각했다.
“괜찮지는 않겠죠.”
그는 폴더를 상자 맨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괜찮은 자료만 남기는 게 기록은 아니니까요.”
오오츠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목록표의 해당 줄에 별표를 하나 붙였다.
자료실 문을 닫을 때, 형광등이 한 번 깜박였다.
오래된 종이는 다시 어둠 속에 놓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둠 속에서도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밤늦게, 유이는 원고 파일을 열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와의 통화, 세이와의 기한 연장,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에 대해 노트에 적었다. 문장들은 아직 거칠었다. 누군가를 향해 너무 날카로운 문장도 있었고, 스스로를 달래려는 문장도 있었다.
그녀는 그 문장들 위에 날짜를 적었다.
아직 원고 아님.
그렇게 쓰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됐다.
모든 문장이 바로 세상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어떤 문장은 먼저 자기 안에 머물러도 됐다.
창밖에서는 늦은 전철 소리가 낮게 지나갔다.
아침에 늦어졌던 열차와 같은 노선일지도 몰랐다.
늦어진다고 말하는 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일.
기다리지만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
하루 동안, 여러 사람이 그 말을 조금씩 배웠다.
세이와는 바로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양출판은 기한을 확인했다.
마루산상사는 대기 중인 자료를 흔들지 않기로 했다.
켄타는 늦는다고 먼저 전화했다.
와타나베는 집에서 말할 수 있는 데까지 말했다.
유이는 원고가 아닌 노트에, 아직 뜨거운 문장을 따로 두었다.
늦어지는 모든 것이 도망은 아니었다.
하지만 늦어진다는 말을 하지 않는 순간,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은 사라진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도 완전히 도착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몇 사람은 서로에게 늦어진다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관계는, 아주 조금 덜 차가워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