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사진관 앞에서
2화, 사진관 앞에서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3

사진관 의자는 생각보다 낮았다.
유이는 거울 앞에서 재킷 단추를 다시 잠갔다. 대학 입학식 때 산 감색 정장은 이제 조금 낡았지만, 사진 속에서는 아직 그럭저럭 단정해 보일 것이다. 사진관 주인은 회색 배경지를 내리고, 조명을 한 번 더 조절했다.
“어깨 힘 빼요. 취업사진은 너무 웃어도 이상하고, 너무 굳어도 이상해.”
유이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사진관 주인이 카메라 뒤에서 말했다.
“턱을 조금만 내려주세요.”
유이는 턱을 살짝 당겼다.
렌즈 너머에서 자기 얼굴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입사지원서에 붙일 사진. 이름보다 먼저 회사에 도착할 얼굴. 설명도 변명도 없이, 흰 종이 오른쪽 위에 붙어 있을 작은 사각형.
‘사진은 참 이상해.’
유이는 생각했다.
분명 자기 얼굴인데, 꼭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잠시 빌린 얼굴 같았다.
셔터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
사진관 주인은 폴라로이드 견본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유이는 세 장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모두 자신이었고, 조금씩 자신이 아니었다.
“이걸로 할까요?”
“네. 이걸로요.”
유이는 가장 덜 긴장해 보이는 사진을 골랐다. 주인은 봉투에 접수증을 넣어주며 말했다.
“오후 5시 이후에 찾으러 와요. 스무 장이면 충분하죠?”
“아마도요.”
사진관 밖으로 나오자, 진보초 거리는 벌써 점심시간 냄새가 났다. 라멘집 앞에는 양복 입은 회사원들이 줄을 섰고, 중고서점 앞에는 대학생들이 책표지를 훑고 있었다. 유이는 접수증 봉투를 가방에 넣으려다 멈췄다.
“유이 누나?”
건너편 전봇대 옆에 켄타가 서 있었다. 교복 위에 짙은색 점퍼를 걸치고, 품에는 도서관 책 두 권이 끼워져 있었다.
“켄타? 학교는?”
“오늘 오전 수업만요. 도서관 가는 길이었어요.”
켄타는 유이의 정장을 보았다. 평소 편의점 앞에서 보던 면 스커트와 카디건이 아니었다. 어깨선이 딱 맞는 재킷, 낮은 굽 구두, 가방 속 접수증 봉투.
켄타는 잠깐 말이 없었다.
유이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왜? 이상해?”
켄타는 고개를 저었다.
“잘 어울려요. 그런데 조금 멀어 보여요.”
유이는 웃으려다가, 웃지 못했다.
“멀어 보여?”
“네. 회사 가는 사람 같아서요.”
“그게 목적이긴 한데.”
켄타는 시선을 접수증 봉투에 두었다.
“그 사진이 유이 누나보다 먼저 회사에 가겠네요.”
“그러네. 나보다 먼저 면접 보는 셈이네.”
두 사람은 사진관 앞에서 잠시 나란히 서 있었다. 도로 건너편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지만, 둘 다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켄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도 세이와 가요?”
“응. 오오츠카 씨가 자료 준비해놨대. 그리고 혼마 씨랑 지난번 인터뷰 이어서 하기로 했어.”
켄타의 손가락이 책 모서리를 세게 잡았다.
“그 사람, 계속 도와줘요?”
“응. 개발부 이야기는 그 사람이 제일 잘 아니까.”
“좋은 취재원이라는 거랑 좋은 사람이라는 건 다를 수도 있잖아요.”
유이는 켄타를 바라보았다. 예상보다 어른스러운 말이었다. 아니, 어른스러운 척을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걸렸다.
“맞아. 그래서 조심하려고.”
켄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유이는 켄타가 들고 있는 책표지를 보았다. 하나는 직업 안내서였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과학 잡지였다.
“너도 요즘 뭔가 많이 찾네.”
“그냥요.”
“그냥 찾는 건 별로 없던데.”
켄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멀리서 전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유이는 세이와로 가기 위해 역 쪽으로 걸어야 했고, 켄타는 도서관 쪽으로 가야 했다. 둘의 방향은 처음부터 달랐다.
유이가 먼저 손을 들었다.
“나중에 사진 잘 나왔나 봐줘.”
켄타는 조금 늦게 대답했다.
“네.”
유이가 걸어간 뒤에도 켄타는 사진관 앞에 남아 있었다. 유리창에는 ‘취업사진 당일 완성’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켄타는 그 글씨를 한참 보았다.
당일 완성.
사람 마음도 그렇게 몇 시간 만에 완성되면 좋겠다고, 켄타는 생각했다.
그날 오전 동양출판에서는 와타나베가 직접 작성한 공문 초안이 회람되었다.
제목은 간단했다.
「1971년 세이와 협의 관련 별첨 3 열람 요청의 건」
타카하시는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읽었다. 예전 같으면 “회사 차원의 협의”라는 말 뒤에 누가 숨어 있는지 먼저 보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와타나베는 연락 책임자 칸에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
와타나베 히로시
동양출판 이사
타카하시는 그 이름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번에는 이름을 빼지 않으셨군요.”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빼면 안 되는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문에는 세 가지 요청이 적혀 있었다.
별첨 3의 열람 가능 일자 통보
사본 제공 가능 여부 및 법무 검토 사유 명시
1971년 당시 참석자·작성자·전달자 표기 기준 확인
타카하시는 마지막 줄에 시선을 두었다.
전달자.
그것은 와타나베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세이와에서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쿠로다 씨가 움직이겠지요.”
“그래서 더 늦추면 안 됩니다.”
와타나베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이전보다 단단했다. 타카하시는 그 변화가 반갑지는 않았다. 너무 늦은 변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없는 일은 아니었다.
총무부 직원이 팩스 송신 대기 중이라는 표시를 확인했다. 종이가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 후 길게 늘어진 송신음이 사무실에 퍼졌다.
그 소리가 끝났을 때, 와타나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보냈습니다.”
타카하시는 창밖을 보았다.
마루산 상사 IT추진실의 전화벨은 점심시간 직전에 울렸다.
미사키가 수화기를 들었다.
“마루산 상사 IT추진실입니다.”
잠시 뒤 그녀는 손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아카리를 불렀다.
“주임님. 사토 켄지라는 분이 찾으세요.”
아카리의 손에서 출력 목록 한 장이 미끄러졌다.
종이는 책상 모서리를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사키는 그것을 주우려다 멈췄다. 아카리의 얼굴이 너무 하얘져 있었기 때문이다.
“연결할까요?”
아카리는 수화기를 보았다.
사토 켄지.
엽서 위에 얌전히 적혀 있던 이름이 이제 전화선 너머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아카리는 천천히 말했다.
“회의 중이라고 해줘.”
미사키는 더 묻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나카무라씨는 지금 회의 중입니다. 전해드릴 말씀 있으십니까?”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무언가 짧게 말한 듯했다. 미사키는 메모지에 글씨를 적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연락하겠대요. 그리고... 오래전 학원 일이라고 하면 알 거라고.”
아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미사키는 조용히 출력 목록을 주워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개인적인 일이 있으시면, 오늘 동양출판 쪽 자료는 제가 먼저 정리해둘까요?”
아카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니. 내가 할게.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섞으면 더 복잡해져.”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섞이고 있었다. 오래전 학원 교실의 냄새, 누군가의 칭찬, 여름 교복, 병원 복도,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오늘의 출력 목록, 처리 날짜, 원본 대조 표시.
아카리는 새 메모지 위에 업무용 글씨로 적었다.
「동양출판 1971 자료 - 원본 대조 전 수정 금지」
그 아래, 자신도 모르게 다른 글씨가 따라왔다.
佐藤健司. 사토 켄지
아카리는 그 이름을 바로 지웠다.
하지만 눌린 자국은 종이에 남았다.
오후 3시, 아카리는 진보초의 오래된 찻집에서 타카하시를 만났다.
업무상 확인할 것이 있었다. 세이와가 별첨을 늦게 보내거나 일부만 열람하게 할 경우, 마루산 상사 쪽 입력 기록을 어떤 상태로 보존해야 하는지 의견을 맞춰야 했다.
찻집 안에는 담배 냄새와 커피 향이 섞여 있었다. 벽에는 1980년대 아이돌 포스터가 아직 붙어 있었고, 계산대 옆에는 스포츠신문이 접혀 있었다.
타카하시는 먼저 와 있었다. 그의 앞에는 식어가는 블렌드 커피가 놓여 있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아니요. 어차피 밖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아카리는 봉투에서 처리 기준표를 꺼냈다.
“별첨 3은 ‘미수령’으로 표시하는 게 맞습니다. ‘누락’이라고 쓰면 마치 동양출판 내부에서 잃어버린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타카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받지 못한 것과 잃어버린 것은 다르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리고 받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도 기록해야 합니다.”
타카하시는 그 말을 천천히 되풀이했다.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기록해야 한다.”
그는 잠시 커피잔을 보았다. 아카리는 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타카하시도 아카리가 오늘 평소보다 말끝이 조금 늦다는 것을 알았다.
두 사람은 각자의 침묵을 건드리지 않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타카하시가 먼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아카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오래 전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고 싶다고 합니까?”
“네.”
“만나고 싶으십니까?”
아카리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걸 모르겠어요.”
타카하시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답장은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카리는 그 말을 듣고 손에 힘을 뺐다. 커피잔 받침 위에 놓인 숟가락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사과하고 싶은 사람은 시간이 빨리 가겠죠.”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장님도요?”
타카하시는 대답 대신 창밖을 보았다. 길 건너편 문구점 앞에 취업 정보지가 쌓여 있었다. 유이 또래의 학생들이 그것을 넘겨보고 있었다.
“늦은 사과는 받는 사람의 시간을 또다시 빌리는 일이니까요.”
아카리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사토가 자신에게 빌려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시간, 이름, 아이의 아버지라는 자리, 아니면 아무것도 몰랐던 소녀의 얼굴.
타카하시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래도... 답하지 않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답을 누가 대신 정하게 두지는 마십시오.”
아카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이 업무 조언인지, 인생 조언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있었다.
“부장님은 가끔 아주 정확하게 말하세요.”
“나카무라 씨가 정확하게 들어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거의 동시에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커피 향은 그대로였다.
세이와미디어그룹 아카사카 본관의 쇼룸은 지난번보다 덜 낯설었다.
유이는 방문자 출입증을 목에 걸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오오츠카는 오늘도 홍보부 파일을 들고 있었지만, 처음처럼 긴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저번에 보신 전시물의 원자료 일부와 개발부 쪽 보충 인터뷰입니다. 공개 자료와 비공개 메모가 섞이지 않게 제가 중간에서 확인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오오츠카는 유이의 대답을 듣고 살짝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개발부 시연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쪽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혼마는 화면을 보다가 유이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정장이네요.”
“사진 찍고 오는 길이에요. 취업사진.”
“아.”
혼마는 아주 짧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축하와 아쉬움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잘 나왔습니까?”
“아직 몰라요. 오후에 찾으러 가야 해서.”
“그럼 오늘 인터뷰는 사진이 나오기 전의 타카하시 씨네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직 회사에 보내지기 전의 얼굴이라는 뜻입니다.”
유이는 대답하지 못하고 웃었다. 혼마는 가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상하게 노트에 적고 싶어지는 말.
혼마는 시연용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는 아동 백과사전 CD-ROM의 검색 메뉴가 떠 있었다. 책 제목, 저자, 삽화가, 출판사, 관련 영상, 낭독 음성. 항목은 깔끔했다.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많은 것이 빠져나간 듯 보였다.
혼마가 의자를 권하며 말했다.
“지난번 이야기 조금만 이어서 할 수 있을까요?”
“네. 녹음은요?”
“공개 가능한 부분은 괜찮습니다. 다만 개발 중인 화면은 메모만 부탁드립니다.”
유이는 녹음기를 꺼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혼마는 자료를 넘기며 설명했다. 책이 화면으로 옮겨질 때, 어떤 이름은 살아남고 어떤 이름은 사라지는지. 원저자, 번역자, 편집자, 삽화가, 감수자, 음성 녹음자. 칸이 있는 이름은 살아남고, 칸이 없는 이름은 설명문 속으로 밀려난다.
“개발부 사람들도 비슷해요.”
혼마가 말했다.
“기획서에는 제 이름이 있어도, 홍보자료에는 부서명만 나갑니다. 상품이 성공하면 회사 이름이 남고, 실패하면 담당자 이름이 남죠.”
유이는 펜을 멈췄다.
“그게 억울하세요?”
“예전에는 억울했는데, 요즘은 조금 무섭습니다.”
“왜요?”
“익숙해질까 봐요. 남의 이름이 빠지는 것도, 제 이름이 빠지는 것도.”
그 말은 뜻밖이었다. 유이는 혼마를 다시 보았다. 그는 유이를 보고 있지 않았다. 화면 속 저자명 항목을 보고 있었다.
잠시 뒤 혼마는 책상 옆 서랍에서 얇은 복사본 묶음을 꺼냈다.
“이건 지난번에 말씀하신 질문에 도움이 될 겁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세이와가 추진한 교육 콘텐츠 내부 개요입니다. 공식 공개 자료는 아닌데, 민감한 부분은 지웠습니다.”
유이는 손을 내밀다가 멈췄다.
오오츠카가 없는 순간이었다.
유이는 복사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개인적으로 받으면 곤란해요.”
혼마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저를 못 믿겠다는 뜻입니까?”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 혼마 씨가 준 자료인지, 세이와가 준 자료인지 나중에 모르게 되면 곤란하잖아요.”
혼마는 잠시 유이를 보았다. 그리고 복사본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럼 오오츠카 씨를 통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타카하시 씨는 가끔 고맙다는 말로 사람을 혼내는군요.”
유이가 이번에는 웃었다.
문밖에서 오오츠카가 들어왔다. 혼마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봉투를 건넸다.
“오오츠카 씨, 이거 공개 가능 여부 확인해서 타카하시 씨에게 전달해 주세요.”
오오츠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알겠습니다.”
유이는 그때 알았다. 방금 자신이 지킨 것은 자료의 절차만이 아니었다. 혼마와의 관계가 너무 빨리 사적인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은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았기 때문에 더 선명해진 것이 있었다.
혼마가 자신을 특별하게 대해주려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걸 싫어하지만은 않는다는 것.
유이가 떠난 뒤, 시연실에는 혼마와 오오츠카만 남았다.
오오츠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요, 타카하시 씨가요?”
“둘 다요.”
혼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쿠로다가 문 앞에 나타났다.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동양출판에서 공식 요청이 왔습니다. 별첨 3 열람 요청입니다.”
오오츠카의 표정이 굳었다.
“일정은 제가 조정하겠습니다.”
“네. 하지만 사본 제공은 아직입니다. 법무 검토 중이라고 하세요.”
쿠로다는 혼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혼마 군은 개발부 자료 중 1971년 기획과 연결되는 표현을 정리해두세요. 그리고 타카하시 양 취재는 계속 도와주고.”
혼마는 눈썹을 움직였다.
“공식 조회와 개인 취재를 같이 두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쿠로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가까이 두는 겁니다.”
“그녀를 이용할 생각입니까?”
쿠로다는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협력이라고 말하게.”
혼마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동의가 아니었다.
오오츠카는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봉투를 바라보았다. 봉투 위에는 아직 아무 도장도 찍히지 않았다.
아무 것도 찍히지 않은 종이는 늘 깨끗했다.
문제는 누가, 어떤 이름으로 도장을 찍느냐였다.
유이는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다시 사진관으로 돌아갔다.
봉투 안에는 같은 얼굴 스무 장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유이는 그중 한 장을 꺼내 보았다. 아침의 긴장도, 세이와에서의 흔들림도, 혼마가 건넨 말도 사진 속에는 없었다.
그저 단정한 취업준비생의 얼굴만 있었다.
사진관 유리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다가, 유이는 문득 켄타의 말을 떠올렸다.
조금 멀어 보여요.
그 말은 칭찬보다 오래 남았다.
그날 저녁, 켄타는 역 앞 자동증명사진기 앞에 앉아 있었다.
사진을 찍을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증도 있고, 도서관 카드도 있었다. 하지만 동전 투입구 위에 붙은 글씨를 보자 왠지 들어가보고 싶어졌다.
4장 700엔
켄타는 동전을 꺼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커튼 안쪽 작은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아직 학생 같은 얼굴. 어른인 척하려고 해도 금방 들킬 얼굴. 유이 옆에 서면 더 어려 보일 얼굴.
그는 사진을 찍지 않고 커튼을 열었다.
밖으로 나오자, 역 앞 공중전화 부스에 줄이 길에 늘어 서 있었다. 누군가는 회사에 늦는다고 말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집에 저녁을 먹고 들어간다고 말하고 있었다.
켄타는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디론가 연락할 곳이 많아지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조금 외로워졌다.
아카리는 밤이 되어서야 사토의 엽서를 다시 꺼냈다.
켄타는 방에서 라디오를 작게 틀어놓고 숙제를 하고 있었다. 부엌 형광등 아래에서 엽서의 글자는 낮보다 더 선명해 보였다.
'오래전 일을 사과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아카리는 찬장 위 작은 상자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갓난 켄타를 안고 있는 어린 자신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아카리는 웃고 있지 않았다. 피곤하고, 겁먹고, 그래도 아이를 놓지 않으려는 얼굴이었다.
사진 뒷면에는 어머니의 글씨가 남아 있었다.
「켄타, 3개월
아버지의 이름은 없었다.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쓸 수 없었던 이름.
아카리는 엽서를 사진 아래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아직 같은 곳에 둘 수는 없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켄타가 방문을 열었다.
“엄마, 내가 받을까?”
아카리는 서둘러 엽서를 뒤집었다.
“아니. 내가 받을게.”
수화기를 들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아카리?”
아카리는 눈을 감았다.
그 목소리는 오래전보다 낮아져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이 잊었다고 생각한 부분을 정확히 건드렸다.
“끊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방문 앞에 서 있던 켄타가 물었다.
“누구야?”
아카리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대답했다.
“오래 전에 알던 사람.”
켄타는 더 묻지 않았다.
그날 밤, 아카리는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켄타도 라디오를 끄지 못했다.
한편 세이와미디어그룹의 자료실에서는 쿠로다가 혼자 검은 파일을 열고 있었다.
파일 안에는 오래된 회의 메모, 술집 영수증 사본, 인재 접촉 기록, 그리고 손글씨로 적힌 이름 몇 개가 들어 있었다.
타카하시 류지.
와타나베 히로시.
쿠로다 마사오.
神田・雪. (칸다·유키.)
쿠로다는 종이 끝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는 오래전 자신이 한 일을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가 커지려면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회사의 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 시대의 방식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라는 말은 편리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지운 뒤에도,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때는 다 그랬다고.
쿠로다는 파일을 닫았다. 그리고 혼마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한 장 더 끼워 넣었다.
그날 밤, 사진관의 봉투 속에는 유이의 얼굴 스무 장이 들어 있었고, 아카리의 서랍 속에는 사토의 엽서가 들어 있었고, 세이와의 검은 파일 속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이 들어 있었다.
어떤 얼굴은 회사에 먼저 도착하고,
어떤 이름은 너무 늦게 돌아오고,
어떤 마음은 말보다 먼저 멀어졌다.
도쿄의 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불을 켜고 있었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もう少し顎を引いてください。 [もうすこし あごを ひいてください]
턱을 조금만 내려주세요.
사진을 찍을 때 자세를 조심스럽게 부탁할 때 · 사진관 주인이 취업사진을 찍는 유이에게 한 말
2. 似合ってます。でも、少し遠く見えます。 [にあってます。でも、すこし とおく みえます]
잘 어울려요. 그런데 조금 멀어 보여요.
상대의 변화가 낯설고 아쉽게 느껴질 때 · 켄타가 정장을 입은 유이를 보며 솔직하게 건넨 말
3. 前の続き、少しだけ話せますか。 [まえの つづき、すこしだけ はなせますか]
지난번 이야기 조금만 이어서 할 수 있을까요?
이미 나눴던 대화를 자연스럽게 다시 시작할 때 · 혼마가 유이에게 추가 인터뷰를 제안하며 한 말
4. 個人でもらうのは困ります。 [こじんで もらうのは こまります]
개인적으로 받으면 곤란해요.
호의와 절차 사이에 선을 그어야 할 때 · 유이가 혼마에게 자료는 공식 경로로 받고 싶다고 말한 장면
5. 返事は急がなくていいと思います。 [へんじは いそがなくていい とおもいます]
답장은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상대가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부담을 덜어주는 말 · 타카하시가 오래전 사람의 연락으로 흔들리는 아카리에게 건넨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