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니혼고 프렌즈 홈

7화

원치 않던 재회

2026-10-07 · 읽는 시간 약 15분

7화, 원치 않던 재회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3

7화 대표 이미지

우에노역 공원구 개찰 앞에는 주말마다 전단지가 많이 붙었다.

미술관 전시, 어린이 인형극, 과학관 특별전, 중고 레코드 장터.

그 사이에 세이와미디어그룹 로고가 들어간 흰 전단지가 있었다.

「어린이를 위한 정보검색과 미래의 도서관」
세이와미디어그룹 교육콘텐츠 공개 시연회
협력: 도쿄 도서관협회

켄타는 그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전단지 한가운데에는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아이와, 그 옆에서 설명하는 남자의 사진이 있었다. 화면에는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이 작은 글자로 떠 있었다. 아래쪽 협력자 명단에는 익숙한 회사 이름들이 보였고, 그중 하나가 눈에 걸렸다.

개발부: 혼마 마사유키.
홍보 담당: 오오츠카.
교육출판 협력: 사토 켄지.

사토 켄지.

켄타는 그 이름을 입속으로 읽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족 연락표의 빈칸보다 더 크게 보였다. 이상했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어느 날 전단지 아래쪽 작은 글씨로 도착했다는 것이.

그는 도서관에 가려던 길이었다.
하지만 발은 이미 우에노공원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미래 도서관이 궁금해서 가는 거야.’

켄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거짓말이었다.

행사장은 우에노공원 안쪽 작은 문화회관 2층이었다.

입구에는 접이식 책상이 놓여 있었고, 오오츠카가 방문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유이를 발견하자 고개를 숙였다.

“타카하시 씨, 오늘은 공개 행사라 녹음은 가능합니다. 다만 질의응답 중 어린이 목소리는 인용 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오오츠카는 얇은 프로그램과 자료 봉투를 건넸다.

“오늘 자료는 전부 공개용입니다.”

그 말을 듣고 뒤쪽에서 혼마가 다가왔다. 그는 평소의 사원증 대신 행사 명찰을 달고 있었다. 회색 재킷에 조금 구겨진 넥타이. 회사 안에서보다 오히려 덜 멀게 느껴졌다.

“오늘은 제가 먼저 말하겠습니다. 오늘 드리는 건 전부 공개 자료입니다.”

유이는 살짝 웃었다.

“지난번 일 이후로 아주 모범적이시네요.”

혼마도 웃었다.

“배우는 중입니다.”

그는 유이가 앉아야 할 자리를 미리 정해 놓은 듯 앞줄 끝자리를 가리켰다.

“녹음기 놓기 편한 자리가 저쪽입니다. 오오츠카 씨에게 확인받아뒀습니다.”

그 말은 친절했다.
그리고 너무 세심했다.

유이는 고맙다고 말하려다 잠시 멈췄다. 요즘 그녀는 누군가의 친절 앞에서 바로 마음을 내밀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확인해줘서 고마워요.”

혼마는 그 짧은 대답만으로도 그녀가 경계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불편하면 다른 자리도 있습니다.”

“아니요. 취재하기엔 좋아요.”

“그럼 취재자님 자리로 두겠습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지난번보다 더 조심스러운 공기가 있었다.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까워졌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진 것이었다.

유이는 자료 봉투를 열었다.

프로그램 중간쯤에서 손이 멈췄다.

佐藤健司. (사토 켄지)

그 이름은 이제 단순한 외부 협력자 이름이 아니었다. 아카리의 침묵과 켄타의 빈칸 사이에 놓인 이름이었다. 유이는 프로그램을 덮었다.

혼마가 그 시선을 알아차렸다.

“그 이름, 신경 쓰이죠.”

유이는 조용히 말했다.

“네. 하지만 지금은 취재에 집중하려고요.”

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 점이 유이를 조금 안심하게 했다.

그리고 그 안심이 또 마음에 걸렸다.

시연이 시작되자 행사장 조명이 조금 어두워졌다.

무대 위에는 PC-9801과 작은 모니터, 오버헤드 프로젝터, 그리고 책 몇 권이 놓여 있었다. 혼마는 아이들이 보기 쉽게 천천히 설명했다. 키보드를 누르면 책 제목이 나오고, 작가 이름을 누르면 다른 작품 목록이 펼쳐졌다.

“미래의 도서관에서는 책을 찾는 방식이 조금 달라집니다. 제목만이 아니라 작가, 주제, 삽화, 낭독 자료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앞줄의 어린아이가 손을 들었다.

“그림 그린 사람도 나와요?”

혼마는 화면을 넘기다 멈췄다.

“좋은 질문이에요. 나와야 합니다.”

그는 마이크를 조금 가까이 당겼다.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 칸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이는 그 말을 노트에 적었다.

칸을 만들지 않으면 이름은 남지 않는다.

그건 개발부 설명이었지만, 1971년의 타카하시에게도, 가족 연락표의 켄타에게도, 오래전 학원 교실의 아카리에게도 와닿는 말이었다.

무대 옆에 앉아 있던 사토 켄지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교육출판 협력자로 소개되었지만, 아직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가끔 자료를 넘기거나 아이들의 반응을 적을 뿐이었다.

유이는 그를 보았다.

누군가의 인생에 파장을 일으킬 사람처럼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이상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큰 상처를 남긴 사람도, 멀리서 보면 그저 평범한 중년 남자였다. 명찰을 달고, 프로그램을 들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유이는 뒤쪽 출입문 근처에서 아카리를 발견했다.

아카리는 회사 옷차림이 아니었다. 짙은색 코트에 낮은 굽 구두. 관객처럼 서 있었지만, 관객의 얼굴은 아니었다. 무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토와 유이와 혼마를 한꺼번에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유이는 알았다.

아카리는 자신을 지키러 온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 과거가 어디까지 흘러 들어왔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기도 했다.

켄타는 행사장 맨 뒤에서 서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앉으면 정말 보러 온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는 벽 쪽에 기대어 섰다.

유이는 앞쪽에 있었다.
혼마는 무대 위에 있었다.
아카리는 출입문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사토 켄지는 무대 옆에 있었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

켄타는 갑자기 숨이 답답해졌다. 가족 연락표의 빈칸과 세이와 자료 봉투와 유이의 취업사진과 엄마의 옛날 사람이 한꺼번에 같은 방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사토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이들이 정보를 너무 복잡하게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이름과 과정을 보여주면 흥미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켄타는 그 말이 싫었다.

복잡한 것을 숨기면 아이들이 편해지는 걸까.
아니면 어른들이 편해지는 걸까.

혼마가 부드럽게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하지만 흥미와 출처는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작가 이름을 기억하듯, 그림을 그린 사람과 소리를 녹음한 사람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토는 잠시 혼마를 보았다.
그 표정은 불쾌함보다 당황에 가까웠다.

켄타는 그 둘을 번갈아 보았다.

혼마가 싫었다.
그런데 방금 말은 싫지 않았다.

그래서 더 복잡해졌다.

시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로비로 흩어졌다.

아이들은 팸플릿을 들고 스탬프 코너로 몰려갔고, 어른들은 전시 테이블 앞에서 자료를 뒤적였다. 유이는 녹음기를 끄고 노트를 정리했다. 혼마가 다가왔다.

“아까 답변 좋았어요.”

“그림 그린 사람 이름이요? 사실 개발 일정에서는 자주 뒤로 밀리는 부분입니다. 오늘 아이가 물어봐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유이는 그를 보았다.

“혼마 씨는 왜 그렇게 이름에 신경 써요?”

혼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제 이름도 언젠가 빠질 수 있다는 걸 알아서요.”

그 말은 사적인 것처럼 들렸지만, 회사 이야기도 되었다. 혼마는 유이 쪽으로 한 걸음 가까워졌다가, 다시 스스로 멈췄다.

“그리고 타카하시 씨가 그런 질문을 계속하니까요.”

유이는 시선을 피했다.

그때 로비 반대편에서 사토가 아카리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유이의 손끝이 멈췄다.

아카리는 사토보다 먼저 말했다.

“여기서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사토가 멈춰 섰다.

“나카무라 씨, 오늘 여기에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당신 이름이 여기 있을 줄 몰랐어요.”

사토는 고개를 숙였다.

“일 때문에 온 겁니다.”

“그 말이 제일 무서워요.”

아카리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가까이 있던 유이에게는 들렸다.

“우리의 사적인 일을 다른 일에 끌어들이지 말아주세요.”

사토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장면을 켄타도 보았다.

정확히는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토의 명찰과 아카리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했다. 엄마가 말했던 ‘너에게 아버지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던 사람’. 그 사람이 저 남자라는 것을, 켄타는 설명 없이 알아버렸다.

알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니,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켄타는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유이가 그 모습을 보았다.

우에노공원 연못 근처는 오후 햇빛이 기울고 있었다.

켄타는 난간 옆에 서서 물 위를 보고 있었다. 오리배들은 아직 영업 중이었고, 아이들이 과자를 들고 뛰어다녔다. 주말의 공원은 너무 평온했다. 그래서 켄타는 더 화가 났다.

“켄타.”

유이가 뒤에서 불렀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봤구나.”

켄타는 한참 뒤에 말했다.

“유이 누나는 알고 있었어요?”

유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름은 봤어. 하지만 내가 먼저 말할 수는 없었어.”

“그래서 엄마한테는 말했어요?”

“응. 자료에서 봤다고 말했어.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

켄타는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다들 맞는 일을 하네요.”

그 말에는 비꼼보다 서러움이 많았다.

유이는 옆에 섰다. 너무 가까이 서지는 않았다.

“미안해.”

“유이 누나가 미안할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네가 혼자 보게 된 건 미안해.”

켄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그가 말했다.

“혼마 씨도 봤어요.”

“응.”

“그 사람은 어른처럼 말하더라고요. 이름을 남겨야 한다고. 맞는 말이잖아요.”

“응. 맞는 말이었어.”

“그래서 더 싫었어요.”

유이는 조용히 켄타를 보았다.

켄타가 드디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을 보면 싫은 기분이 들어요.”

유이는 웃지 않았다.

“혼마 씨?”

켄타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흔들었다.

“혼마 씨만은 아니에요. 사토라는 사람도, 엄마가 아무 말 못 하게 되는 것도, 유이 누나가 그 사람들이 있는 곳에 혼자 가는 것도... 다 싫어요. 근데 제가 왜 싫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은 서툴렀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유이는 켄타가 지금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에 대한 혼란, 엄마에 대한 걱정, 혼마에 대한 질투, 자신을 향한 마음.

그중 어느 하나를 쉽게 이름 붙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싫다고 말해도 돼.”

켄타의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

“그럼 안 가면 안 돼요? 세이와에.”

유이는 숨을 들이켰다.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내가 해야할 일은 내가 정해.”

켄타는 고개를 숙였다.

유이는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

“하지만 걱정해주는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 혼자 숨기지 않을게. 아카리 씨에게도 말하고, 오오츠카 씨 통해서 일정 남기고, 자료도 공식으로 받을 거야.”

“그걸로 충분해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도 내가 멈출지 계속할지는 내가 정해야 해. 그래야 내 취재야.”

켄타는 물 위를 보았다.

“저는 아무것도 정한 게 없는데요.”

“오늘 하나 정했잖아.”

“뭘요?”

“싫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어.”

켄타는 그 말에 조금 놀란 듯했다.

유이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공원 한쪽에서 아이가 넘어져 울기 시작했다. 곧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달려와 무릎을 털어주었다. 켄타는 그쪽을 보다가 눈을 돌렸다.

유이는 그 시선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 대신 말했다.

“켄타, 사토 씨에 대해서는 아카리 씨와 이야기해. 내가 옆에서 들을 수는 있어도, 대신 말해 줄 수는 없어.”

켄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는 알고 있었다.
알지만, 그래도 서운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마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카리는 행사장 뒤편 계단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사토는 더 다가오지 않았다. 그 점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켄타가 보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았다. 아들이 문밖으로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쫓아가야 했다.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옆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카무라 씨.”

타카하시였다.

그는 행사장 안쪽이 아니라 복도 끝 전시 패널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세이와 공개 자료가 들려 있었다.

동양출판 부장으로 온 것도 아니고, 유이의 아버지로 온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1971년에 자신이 그렸던 미래가 지금 어떤 모양으로 세상에 나와 있는지 보러 온 사람의 얼굴이었다.

“부장님도 오셨군요.”

“예. 보지 않고는 다음에 할 말을 못 할 것 같아서요.”

아카리는 계단 난간을 잡았다.

“켄타가 봤어요.”

타카하시는 바로 무엇을 봤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분을요.”

“네.”

“힘들었겠군요. 켄타 군도, 나카무라 씨도.”

아카리는 낮게 웃었다.

“저는 늘 너무 늦게 말하는 것 같아요.”

타카하시는 잠시 복도 창밖을 보았다. 우에노공원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유이 씨에게요?”

“네. 회사에 대해서도, 제 이름에 대해서도, 제가 부끄러웠던 마음에 대해서도.”

둘은 나란히 복도 끝 창가로 걸어갔다. 행사장 안에서는 아직 아이들이 키보드를 누르며 웃고 있었다. 미래의 도서관을 체험하는 밝은 소리가 벽 너머로 들렸다.

아카리가 말했다.

“그 사람은 처음으로 제 글을 알아봐준 사람이었어요. 그게 오래 저를 붙잡았어요. 내가 잘못 본 건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 건지, 아직도 가끔 헷갈려요.”

타카하시는 천천히 대답했다.

“누가 먼저 알아봤는지보다, 지금 스스로를 어떻게 마주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카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처음 알아봐 준 사람.
먼저 칭찬해 준 사람.
이름을 불러준 사람.

그런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열여섯의 아카리는 몰랐다.

“부장님은 참 이상해요.”

타카하시가 그녀를 보았다.

“왜입니까?”

“정확하게 말하는데, 밀어붙이지는 않아요.”

타카하시는 조금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

“젊었을 때는 많이 밀어붙였습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겠다고 남의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1971년 이야기도 되었고, 유이 이야기이기도 했고, 지금 자기 앞의 아카리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무게를 들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카리가 작게 말했다.

“켄타를 찾아야겠어요.”

“네.”

“혼자 가도 괜찮습니다.”

타카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필요하면, 저는 아래 로비에 있겠습니다.”

그 말은 따라가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기다리겠다는 말이었다.

아카리는 그 차이를 정확히 알아들었다.

그래서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행사가 끝난 뒤, 혼마는 무대 뒤쪽에서 케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오츠카가 자료 박스를 닫으며 말했다.

“오늘 타카하시 유이 씨, 사토 씨 이름을 봤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나카무라 주임도 왔고요.”

혼마는 손을 멈췄다.

“그쪽까지 연결돼 있습니까?”

오오츠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 다만 쿠로다 전무는 아는 것 같습니다.”

혼마는 케이블을 천천히 감았다.

그때 쿠로다가 무대 뒤로 들어왔다.

“수고했네. 반응이 좋더군.”

혼마는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쿠로다는 아이들이 남긴 설문지를 넘겨보며 말했다.

“타카하시 양은 계속 취재하게 두게. 특히 교육 콘텐츠 쪽은 관심이 깊어질 거야.”

혼마가 물었다.

“사토 켄지 씨도 계속 참여합니까?”

“그럴 예정이네. 좋은 경력이지. 학원, 교재, 교육출판. 현장을 아는 사람은 필요해.”

“그 사람의 과거는 확인하셨습니까?”

쿠로다의 손이 멈췄다.

“무슨 뜻이지?”

“그가 누군가의 개인사와 연결되어 있다면, 유이 씨 취재와 같은 자리에 두는 건 위험합니다.”

쿠로다는 웃었다.

“위험을 알기 때문에 가까이 두는 거야.”

혼마는 그 말을 이제 거의 외울 수 있었다.

가까이 두는 것이 관리.
보호라는 이름의 통제.
기록이라는 이름의 삭제.

혼마가 낮게 말했다.

“저는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만나는 게 아닙니다.”

쿠로다는 그를 빤히 보았다.

“그럼 무엇 때문에 만나나?”

혼마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예상보다 깊이 들어왔다.

일 때문이라고 말하면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녀의 질문이 좋다고 말해도 사실이었다.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그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말 속에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유이의 얼굴이 섞여 있다는 것을, 혼마는 부정할 수 없었다.

쿠로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그 마음을 너무 믿지 말게. 나이 어린 이성에 대한 친절은, 생각보다 쉽게 자기 욕심이 되네.”

그 말은 옳았다.
그래서 더 불쾌했다.

쿠로다는 방을 나갔다.

혼마는 무대 위 꺼진 모니터를 보았다. 화면은 검게 변해 있었고, 그 위에 자신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는 오늘 아이들에게 이름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유이에게 어떤 이름으로 남고 싶은지는 알지 못했다.

취재원.
개발부 사람.
세이와의 사람.
친절한 사람.
위험한 사람.

어느 것도 완전히 틀리지 않았다.

저녁 무렵, 켄타는 우에노역 플랫폼에서 아카리를 기다렸다.

먼저 집에 가려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오늘 본 것이 전부 자기 안에서만 커질 것 같았다.

아카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천천히 다가왔다.

“켄타.”

“봤어.”

아카리는 멈춰 섰다.

“응.”

“그 사람이 사토 켄지지?”

“응.”

켄타는 전광판을 보았다. 다음 전철까지 4분. 너무 짧은 시간 같기도 하고, 너무 긴 시간 같기도 했다.

“엄마가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지?”

“아니야. 미안해. 내가 말하기 전에 네가 먼저 보게 했어.”

켄타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래 간 거야. 미래 도서관 보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아카리는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아이 같기도 했고, 오늘 하루 사이에 조금 더 자라 버린 것 같기도 했다.

“오늘 다 말하지 않아도 돼.”

켄타가 말했다.

아카리는 놀라 그를 보았다.

“엄마도. 나도.”

잠시 뒤 전철이 들어왔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움직였고, 문이 열렸다. 둘은 나란히 탔다. 손을 잡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은 손잡이 아래에 섰다.

창밖으로 플랫폼이 천천히 뒤로 밀렸다.

켄타는 유리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다. 그 옆에 아카리의 얼굴이 겹쳤다. 사토의 얼굴은 없었다. 아직은.

그는 생각했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알아본 날이었지만,
그 이름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게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이의 말도 떠올렸다.

싫다고 말한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고.

켄타는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행사 프로그램을 만졌다.

사토 켄지의 이름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켄타는 그 이름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날 밤, 유이는 원고 노트 맨 뒤에 사람들의 이름을 적었다.

사토 켄지.
혼마 마사유키.
타카하시 류지.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켄타의 이름을 적었다.

나카무라 켄타.

유이는 그 이름을 한참 바라보다가, 지우지 않았다.

사랑이라고 쓰기에는 너무 이르고, 걱정이라고만 쓰기에는 너무 아픈 마음들이 있었다.
그런 마음들에도 언젠가는 칸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빈칸으로 두어야 했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欄を作らないと、名前は残りません。 [らんを つくらないと、なまえは のこりません]
칸을 만들지 않으면, 이름은 남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역할이나 이름을 기록하려면 처음부터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 · 혼마가 어린이 정보검색 시연회에서 삽화가와 제작자의 이름도 남겨야 한다고 설명하며 한 말

2. ここでは話しません。 [ここでは はなしません]
여기서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사적인 문제를 공적인 자리에서 꺼내지 않겠다고 선을 그을 때 · 아카리가 행사장에서 다가온 사토에게 켄타와 자신의 일을 공개 장소에서 말하지 않겠다고 한 말

3. あの人を見ると、嫌な気持ちになります。 [あのひとを みると、いやな きもちに なります]
그 사람을 보면 싫은 기분이 들어요.
질투인지 걱정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불편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할 때 · 켄타가 혼마와 사토를 본 뒤 유이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한 장면

4. 私のことは、私が決めます。 [わたしのことは、わたしが きめます]
내 일은 내가 정해요.
걱정받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선택권은 지키고 싶을 때 · 유이가 켄타의 걱정을 받아들이면서도 세이와 취재를 계속할지 말지는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말한 장면

5. 誰が先に見つけたかより、今どう向き合うかです。 [だれが さきに みつけたかより、いま どう むきあうかです]
누가 먼저 알아봤는지보다, 지금 어떻게 마주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과거에 나를 인정해준 사람에게 묶여 있을 때 현재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말 · 타카하시가 사토를 ‘처음 자신을 알아봐 준 사람’으로 기억하는 아카리에게 조용히 건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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