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니혼고 프렌즈 홈

12화

돌아온 선생님

2026-10-07 · 읽는 시간 약 14분

12화, 돌아온 선생님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3

12화 대표 이미지

선생님이라는 말은, 신뢰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목요일 아침, 나카무라 아카리의 우편함에는 흰 봉투 하나가 꽂혀 있었다.

이번에는 갈색 봉투가 아니었다.
두껍지도 않았다.
하지만 봉투 앞면에 적힌 이름 때문에, 아카리는 잠시 손을 멈췄다.

「나카무라 켄타 님」

발신인은 사토 켄지였다.

켄타는 등교 준비를 하다 말고 현관 앞에 섰다.
아카리는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네 앞으로 왔어.”

켄타는 봉투를 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사토 켄지라는 이름을 몰랐다.
그런데 이제 그 이름은 엽서, 전화, 세이와 행사 프로그램, 가족 연락표, 그리고 자기 앞으로 온 봉투 위에 차례로 나타나고 있었다.

켄타가 말했다.

“엄마가 먼저 봐도 돼.”

아카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보호해야 할 것과 돌려줘야 할 것을 매일 헷갈리는 일이 부모라는 것을, 요즘 그녀는 너무 자주 느꼈다.

“네 앞으로 온 거야. 하지만 같이 볼 수는 있어.”

켄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봉투 안에는 편지 여러 장과 짧은 문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첫 장 첫 줄에는 또렷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도망쳤습니다.」

켄타는 그 문장을 한참 보았다.

이미 아카리에게 들은 말이었다.
하지만 사토의 손글씨로 보는 것은 달랐다. 말보다 종이는 더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더 오래 남았다.

편지에는 사토가 언제 학원을 그만뒀는지, 왜 연락하지 않았는지, 그동안 어디에서 일했는지, 왜 지금 돌아왔는지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문장들은 지나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치 학생에게 설명하는 국어 선생님의 답안 같았다.

켄타는 마지막 장까지 읽지 못하고 종이를 내려놓았다.

“만나볼게.”

아카리의 손이 멈췄다.

“지금?”

“응. 그런데 오래는 아니고.”

켄타는 편지를 접었다.

“오늘은 질문만 할 거야.”

아카리는 그 말이 아이의 말 같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날 오전, 아카리는 마루산 상사 IT추진실에서 사토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사키는 수화기 쪽을 보지 않는 척하며 입력 로그를 정리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사토가 받았다.

“사토입니다.”

아카리는 짧게 말했다.

“켄타가 만나겠답니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사토의 숨소리가 아주 작게 흔들렸다.

“정말입니까?”

“기뻐할 일처럼 말하지 마세요.”

사토는 입을 다물었다.

아카리는 책상 위에 놓인 처리표를 보며 말했다.

“장소는 코토구 구립도서관 2층 상담실. 문은 닫지 않습니다. 딱 30분만. 인지신고 이야기는 먼저 꺼내지 마세요. 세이와 일도, 켄타가 묻기 전에는 아무 것도 말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아카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그저 질문에 대답할 사람으로 와주세요.”

사토는 한참 뒤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아카리는 한동안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미사키가 조용히 말했다.

“주임님, 오늘 오후 자료 입력은 제가 이어받을게요.”

“미안해.”

“미안하실 일 아니에요. 대신 처리 로그는 제가 남깁니다.”

아카리는 작게 웃었다.

“그건 고맙네.”

미사키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기록은 남겨야 하니까요.”

그 말이 오늘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같은 시각, 동양출판 회의실에서는 와타나베가 새 공문 초안을 타카하시 앞에 놓았다.

제목은 간단했다.

「1971년 세이와 협의 관련 인재 접촉안 존재 확인 요청의 건」

타카하시는 제목을 읽고 고개를 들었다.

“지도 다음은 사람입니까.”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지도에 길이 있었다면, 그 길을 누가 지나갔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공문에는 세 가지 요청이 적혀 있었다.

1971년 별첨 자료 중 인재 접촉 관련 문서의 존재 여부

T.R. 직접 접촉 보류 및 W 경유 표기의 의미

당시 동양출판 내부 인사 및 승진 경로와 세이와 협의의 관련성 확인

타카하시는 마지막 항목에서 시선을 멈췄다.

“와타나베 씨.”

“네.”

“이 항목은 당신에게도 위험합니다.”

와타나베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와타나베는 잠시 손을 내려다보았다.

“쿠로다 씨가 저를 밖으로 데려가려 한 적이 있습니다. 세이와로 옮기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동양 안에 남았습니다. 그게 제 선택이었는지, 쿠로다 씨의 계산이었는지 이제는 확인해야 합니다.”

타카하시는 한참 그를 보았다.

와타나베의 고백은 아직 전부가 아니었다.
하지만 더이상 예전처럼 회사 뒤에 숨어 있지도 않았다.

“보냅시다.”

와타나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팩스 송신음이 회의실 밖 복도까지 길게 흘러나왔다.

종이가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안, 타카하시는 문득 유이의 노트와 아카리의 처리표, 그리고 켄타 앞으로 간 편지를 떠올렸다.

이름을 돌려주는 일은 늘 한 사람의 일이 아니었다.
한 이름을 되돌리려 하면, 주변의 다른 이름들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이와미디어그룹 개발부에서는 오오츠카가 얇은 서류철 하나를 혼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외부 협력자 소개문안」

그 아래 제목은 더 불편했다.

「돌아온 선생님」

혼마는 서류를 넘기다가 얼굴을 굳혔다.

본문 첫 문장은 정중했다.

'한때 학생의 재능을 알아보았으나, 그 뒤의 삶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의 이름과 글이 함부로 사라지지 않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이름은 없었다.
아카리도, 켄타도, 학원도 직접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혼마는 알았다.
이름을 지웠다고 해서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건 누가 쓴 겁니까?”

오오츠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토 씨가 어젯밤 팩스로 보낸 자기소개 초안입니다. 쿠로다 전무가 다음 교사용 설명회 자료에 넣을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혼마는 서류를 다시 읽었다.

돌아온 선생님.

너무 깨끗한 제목이었다.
돌아온 사람의 얼굴만 있고, 기다린 적 없는 사람의 시간은 없는 제목.

그때 쿠로다가 개발부 문 앞에 섰다.

“읽었나?”

혼마는 서류를 덮지 않았다.

“이 소개문은 보류해야 합니다.”

쿠로다는 웃지 않았다.

“이름은 없네.”

“이름이 없어도 누구 이야기인지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더 조심해서 쓰면 되겠군.”

혼마는 더욱 힘주어 말을 이었다.

“조심해서 빌린다고 해서, 남의 이야기가 우리 자료가 되는 건 아닙니다.”

오오츠카가 조용히 기록표를 꺼냈다.

쿠로다가 말했다.

“오오츠카 양.”

오오츠카는 펜을 멈추지 않았다.

“외부 협력자 소개문. 관계자 동의 확인 전 사용 보류. 그렇게 남기겠습니다.”

쿠로다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혼마는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보류라는 도장 하나가, 요즘 세이와 안에서 가장 불편한 말이 되고 있었다.

오후 4시, 코토구 구립도서관 2층 상담실.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어린이 열람실의 책장이 보였고, 복도에서는 사서가 책수레를 미는 소리가 들렸다.

아카리와 켄타가 먼저 와 있었다.

켄타는 편지 사본 한 장과 질문을 적은 수첩을 가지고 있었다.
질문은 세 개였다.

왜 도망갔습니까.
왜 연락하지 않았습니까.

왜 지금입니까.

세 질문 모두 짧았다.
하지만 짧은 질문일수록 대답하기 어려웠다.

사토는 약속 시간보다 3분 일찍 도착했다.

검은 코트, 낡은 가방, 조금 흐트러진 머리.
우에노 행사장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너무 평범했다. 그래서 켄타는 더 기분이 나빠졌다.

사토는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나카무라 씨.”

아카리는 고개만 끄덕였다.

사토는 켄타를 보았다.

“나카무라 켄타 씨.”

켄타는 그 호칭을 들었다.
켄타 군도, 아들도 아니었다.

그 점은 조금 다행이었다.
하지만 다행이라는 느낌마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토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켄타는 바로 대답했다.

“처음은 아니에요. 우에노에서 봤어요.”

사토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군요.”

“오늘 처음 말하는 거예요.”

사토는 고개를 숙였다.

“네.”

세 사람은 앉았다.
아카리는 켄타 옆에 앉되, 너무 가까이 앉지는 않았다. 켄타가 자기 질문을 자기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만큼의 거리를 남겨두었다.

켄타가 수첩을 펼쳤다.

“오늘은 질문만 할 겁니다.”

사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답하겠습니다.”

켄타는 첫 번째 질문을 읽지 않고 말했다.

“왜 도망갔어요?”

사토는 준비한 대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켄타의 목소리를 듣자, 그 대답은 입 밖으로 바로 나오지 않았다.

한참 뒤 사토가 말했다.

“무서웠습니다.”

켄타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뭐가요?”

“알려지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 내가 한 일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할 지...”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게 무서웠다는 거예요?”

사토는 입술을 눌렀다.

“네.”

켄타는 수첩을 내려다보았다.

“나쁜 일을 했으니까요.”

상담실 안이 조용해졌다.

그 말은 분노처럼 크지 않았다.

사토는 고개를 숙였다.

“맞습니다.”

켄타는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엄마도 무서웠대요. 병원도, 집도, 사람들도. 그런데 도망 못 갔대요.”

사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켄타가 물었다.

“왜 연락하지 않았어요?”

사토는 손을 모았다.

“처음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나중에는... 내가 연락하는 것이 오히려 두 사람을 다시 흔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가 무서웠던 겁니다.”

켄타는 그 대답을 듣고도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말은 잘하시네요.”

사토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켄타는 이어 말했다.

“선생님같은 말투로 대답하지 말아주세요.”

사토는 마치 한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잠시 숨을 멈췄다.

켄타는 수첩을 닫았다.

“정리해서 말하면, 들을 때는 그럴듯해요. 그런데 그 안에 엄마가 없어요. 나도 없고요. 선생님이 학생한테 설명하는 것 같아요.”

사토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제가 할 줄 아는 말이 그런 식이라서...”

“그래서 더 싫어요.”

아카리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은 끼어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켄타가 세 번째 질문을 했다.

“왜 지금인가요?”

사토는 이번에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었습니다. 교육 일을 다시 하게 됐고, 아이들 이름을 다루는 자료를 보면서...”

켄타가 말을 끊었다.

“그것도 선생님으로서의 이야기네요.”

사토는 입을 다물었다.

켄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내가 필요해서 온 게 아니잖아요. 사토 씨가 견디기 어려워져서 온 거잖아요.”

사토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오늘 켄타가 들은 가장 정직한 대답이었다.

잠시 뒤 사토는 가방에서 문서 한 장을 꺼냈다.

“오늘 이걸 가져왔습니다. 지금 당장 어떤 법적 절차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문서입니다. 연락이나 면회도 켄타 씨와 나카무라 씨 동의 없이 하지 않겠다고 썼습니다.”

켄타는 문서를 보았다.

종이는 너무 깨끗했다.
그리고 깨끗한 종이는 늘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

“그건 엄마한테 주세요.”

사토는 문서를 아카리 쪽으로 밀었다.

아카리는 바로 받지 않았다.
잠시 뒤 조용히 말했다.

“검토하겠습니다.”

사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켄타가 다시 물었다.

“세이와 일은요?”

사토의 손이 멈췄다.

아카리도 그를 보았다.

켄타는 천천히 말했다.

“엄마 글은 안 쓰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또 뭔가 쓰고 있지 않아요?”

사토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오늘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켄타는 이미 질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사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외부 협력자 소개문 초안을 썼습니다. 세이와 쪽에서 요청한 자기소개문입니다. 이름은 쓰지 않았습니다. 당신들 이야기를 직접 쓴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아카리가 물었다.

“다만?”

사토는 시선을 내렸다.

“그 일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상담실 바깥에서 책수레 바퀴 소리가 지나갔다.

아카리는 천천히 말했다.

“이름을 지워도, 우리 이야기입니다.”

사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켄타가 물었다.

“제 이야기도 들어가요?”

“직접적으로는...”

“직접적이지 않으면 써도 돼요?”

사토는 대답하지 못했다.

켄타는 그제야 조금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안타까운 표정에 가까웠다.

“선생님들은 참 이상해요. 이름을 지우면 학생이 안 보일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사토는 고개를 숙였다.

“철회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문서로 남기겠습니다.”

아카리는 차갑게 말했다.

“이번에는 먼저 멈추셨어야죠.”

사토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30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켄타는 수첩을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

“오늘은 답을 안 낼게요.”

사토가 고개를 들었다.

켄타는 말했다.

“아버지라고 부를지, 안 부를지. 다시 만날지, 안 만날지. 오늘은 정하지 않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 쓰지 마세요.”

사토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쓰지 않겠습니다.”

켄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사토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례하게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냥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카리는 문서를 가방에 넣었다.
사토는 마지막까지 앉아 있었다.

돌아온 선생님은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했다.

그날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한 학생이 아니라 한 아이의 질문 앞에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뿐이었다.

도서관 로비에서 켄타는 잠시 멈췄다.

아카리는 사토와 짧게 사무적인 말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켄타는 혼자 자동대출기 옆에 섰다.

그때 유이가 반납함 앞에서 그를 발견했다.

“켄타?”

켄타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유이 누나.”

유이의 손에는 저작권 관련 책 두 권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켄타의 얼굴을 보고 바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했다.

“오늘... 만났어?”

켄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토 씨.”

유이는 더 묻지 않았다.

켄타가 먼저 말했다.

“평범했어요.”

“응.”

“그래서 더 화났어요.”

켄타가 말했다.

“나쁜 사람이면 쉬울 줄 알았어요. 그냥 미워하면 되니까. 그런데 평범하고, 말도 조심하고, 사과도 하고...그래서 더 싫었어요.”

잠시 뒤 아카리가 로비로 나왔다.
유이는 아카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카리는 유이의 손에 들린 책과, 켄타의 표정을 보았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유이 씨.”

“네.”

“오늘은 고마워요.”

유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카리는 작게 말했다.

“안 하는 것도, 가끔은 도움이 되기도 해요.”

그날 저녁, 세이와미디어그룹에서는 오오츠카가 보류 기록지를 쿠로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사토 켄지 외부 협력자 소개문안
관계자 동의 확인 전까지 사용 보류

쿠로다는 서류를 읽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보류가 많아지는군.”

오오츠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혼마는 문가에 서 있었다. 그는 오늘 유이를 만나지 않았다. 일부러였다.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공식 절차 없이 다가가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쿠로다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검은 파일.
그 안쪽에는 아직 내놓지 않은 인재 접촉안이 있었다.

T.R. — 직접 접촉 보류. 아이디어만 확보.
W.H. — 세이와 이적 후보. 동양 내 협력자 유지. 동양 내 승격 루트 확보.
K.M. — 권리 조정 담당.

쿠로다는 W.H. 옆에 적힌 문장을 다시 보았다.

그는 얇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아직 주소는 쓰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에게 보낼지, 이미 알고 있었다.

와타나베 히로시.

세이와의 서랍도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다만 쿠로다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서랍을 여는 사람이 꼭 안에 든 것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날 밤, 아카리는 집 식탁에서 사토가 가져온 문서를 다시 읽었다.

켄타는 방 안에 있었다.
라디오는 켜져 있지 않았다.

문서에는 사토의 이름이 있었다.

나카무라 켄타에게 법적 절차를 요구하지 않음.
면회 및 연락은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를 우선함.

교육 콘텐츠 및 외부 협력자 소개문에 관계자 동의 없는 개인사 활용을 하지 않음.

행정적인 문장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행정적인 문장들이 조금 필요했다.

아카리는 문서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전화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타카하시였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타카하시가 먼저 말했다.

“오늘 동양출판에서 인재 접촉안 존재 확인 요청을 보냈습니다.”

“지도 다음에는 사람인가요.”

“네. 사람을 지도처럼 옮기려 했던 기록일지도 모릅니다.”

아카리는 문서 봉투 위에 손을 올렸다.

“오늘 켄타가 사토 씨를 만났어요.”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켄타 군이 정한 겁니까?”

“네.”

“잘 버티셨습니다. 오늘 하루...”

그 말에 아카리는 눈을 감았다.

잘한 날도 아니고, 끝난 날도 아니고, 잘 버틴 날.
오늘에 가장 맞는 말이었다.

아카리가 말했다.

“사토 씨는 평범했어요.”

타카하시는 바로 이해한 듯했다.

“그게 더 어렵지요.”

“네. 미워하기 쉬운 얼굴이면 좋았을 텐데요.”

“사람은 대개 내가 대하기 편한 모습으로 나타나주지 않죠.”

아카리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한숨처럼 들렸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수화기 너머의 침묵은 예전보다 덜 외로웠다.

켄타는 방 안에서 수첩을 펼쳤다.

오늘 적은 질문 아래에, 그는 새 문장을 하나 썼다.

‘돌아온 선생님은, 내가 기다린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더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하지만 질문은 내 것이다.’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사토 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지 아직 몰랐다.
다시 만날지도 몰랐다.
용서라는 말은 너무 멀었고, 증오라는 말도 아직 맞지 않았다.

다만 오늘 그는 알았다.

이름이 돌아온다고 해서, 관계가 곧바로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했다고 해서, 답이 바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도쿄의 밤은 조용했다.
멀리서 전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돌아오고,
누군가는 기다리지 않았고,
누군가는 이제야 질문을 자기 손에 쥐었다.

그 밤, 돌아온 것은 선생님만이 아니었다.

켄타의 질문도,
아카리의 선도,
타카하시의 기록도,
유이의 침묵도,
각자 자기 자리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父親としてではなく、答える人として来てください。 [ちちおやとしてではなく、こたえるひととして きてください]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대답할 사람으로 와주세요.
상대가 특정 역할이나 권리를 앞세우지 않고 책임 있게 대화에 임하길 요구할 때 · 아카리가 사토에게 켄타를 만나러 올 조건을 분명히 말한 장면

2. 今日は質問だけです。 [きょうは しつもんだけです]
오늘은 질문만 할 겁니다.
감정적인 결론을 내기보다, 우선 묻고 확인만 하겠다고 선을 그을 때 · 켄타가 사토와 처음 직접 마주 앉아 대화의 범위를 정하며 한 말

3. どうして今なんですか。 [どうして いま なんですか]
왜 지금인가요?
너무 늦게 찾아온 사과나 제안의 이유를 묻고 싶을 때 · 켄타가 사토에게 왜 이제 와서 돌아왔는지 묻는 장면

4. 名前を消しても、私たちの話です。 [なまえを けしても、わたしたちの はなしです]
이름을 지워도, 우리 이야기입니다.
익명 처리나 각색을 했더라도 당사자의 삶을 허락 없이 쓰면 안 된다고 말할 때 · 아카리가 사토의 ‘돌아온 선생님’ 소개문이 결국 자신과 켄타의 이야기임을 지적하는 장면

5. 聞いたことを、すぐには書きません。 [きいたことを、すぐには かきません]
들은 것을 곧바로 쓰지는 않을게요.
인터뷰나 상담 뒤, 상대의 이야기를 함부로 기록하거나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때 · 유이가 켄타의 만남 이야기를 기사나 원고 소재로 바로 쓰지 않겠다고 말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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