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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협박 봉투

2026-10-07 · 읽는 시간 약 13분

15화, 협박 봉투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3

15화 대표 이미지

봉투는 얇았다.

그래서 더 은밀했다.
두꺼운 봉투는 적어도 준비할 시간을 준다. 무엇인가 들어 있다는 걸 손끝으로 먼저 알게 해준다.
하지만 얇은 봉투는 방심하게 만든다.

동양출판 8층 접수대에 도착한 그 봉투는, 갈색도 아니고 회사 직인이 찍힌 공식 봉투도 아니었다. 흰색이었다. 얇고, 깨끗하고, 지나치게 조용했다.

앞면에는 검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와타나베 히로시 님.
친전.

총무부 직원이 봉투를 들고 와타나베의 방 앞에서 멈췄다.

“이사님, 친전입니다.”

와타나베는 펜을 내려놓았다.

“친전입니까?”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발신인은 없습니다.”

그 말에 와타나베는 바로 봉투를 받지 못했다.
발신인이 없는 봉투는 대개 보내는 사람이 자신을 숨기고 싶을 때 온다.
그리고 숨고 싶은 사람은 대부분, 숨기고 싶은 것을 함께 보낸다.

와타나베는 봉투를 두 손으로 받았다.

“수고했습니다.”

직원이 나가자, 방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와타나베는 봉투를 뒤집어 보았다. 풀칠한 자국이 단정했다. 칼로 조심스럽게 열었다. 종이는 모두 복사본이었다. 원본이 아니라는 뜻이었고, 동시에 원본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첫 장 상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재 접촉안」

와타나베는 그 글자를 보는 순간 숨을 멈췄다.

아래에는 짧은 항목들이 있었다.

타카하시 류지 - 직접 접촉 보류. 아이디어만 확보
와타나베 히로시 - 세이와 이적 후보. 동양 내 협력자 유지
쿠로다 마사오 - 권리 조정 담당
와타나베 히로시 - 동양 내 승격 루트 확보

손끝이 차가워졌다.

와타나베는 종이를 내려놓지 못했다.

그는 한때 세이와로 옮길 수 있다고 믿었다.
더 큰 회사, 더 빠른 미래, 더 넓은 무대.
그때 그는 자신이 선택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종이 위의 문장은 달랐다.

동양 내 협력자 유지.

그는 데려갈 사람이 아니었다.
남겨둘 사람이었다.

더 큰 회사로 데려가 쓰는 것보다, 동양출판 안에 남겨두는 편이 더 쓸모 있는 사람.

와타나베는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동료를 배신하고 차지한 자리가 누군가가 미리 그려둔 설계 안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두 번째 장은 더 짧았다.

「익명 투서안」

문장은 정중했다.

「동양출판 영업부 타카하시 류지가 업계 포럼 이후 세이와 측 관계자와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신규 사업 관련 내부 정보가 경쟁사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사가 필요합니다」

와타나베는 종이를 뒤집었다.

뒷면에는 연필로 적힌 짧은 메모가 있었다.

「T.R. 본인을 의심하게 할 것. W는 드러내지 말 것」

와타나베의 목 안쪽이 말랐다.

그는 그 투서가 자기 손에서 시작됐다고 믿고 있었다.
자신이 질투했고, 자신이 흘렸고, 자신이 숨었다고.

세 번째 장은 일정표였다.

1971년 11월 18일.
神田・雪.
T.R. 관련자료.
W.H. 수령.
K.M. 동석.

그 아래에는 영수증 사본이 붙어 있었다.
스낵 “雪”의 영수증은 아니었다. 세이와 내부 접대비 처리표에 가까웠다. 하지만 장소와 날짜는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

「보험 자료」

그 안에는 일부러 불친절하게 배열된 복사본들이 있었다.

타카하시가 세이와 포럼에서 발언한 일정.
세이와 측 임원 명함 사본.
T.R.이라는 이니셜이 적힌 메모.
그리고 칸다의 가게 이름.

하나씩 보면 결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 놓으면 위험했다.

타카하시가 세이와와 직접 접촉해 무언가를 넘긴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작은 쪽지가 한 장 더 있었다.

타자기로 찍은 문장이었다.

「조용히 물러나십시오. 진술서는 쓰지 않는 편이 모두에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카하시 류지도, 칸다의 가게도, 타카하시 유이의 취재도 함께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와타나베는 의자에 앉은 채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

봉투는 얇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스무 해가 들어 있었다.

전화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와타나베는 수화기를 들기 전부터 누구인지 알았다.

“와타나베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쿠로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료는 받으셨습니까?”

와타나베는 대답하지 않았다.

쿠로다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래된 자료는 해석이 중요합니다. 어떤 순서로 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지요.”

와타나베는 봉투 위에 손을 올렸다.

“협박입니까?”

쿠로다는 낮게 웃었다.

“그런 거친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는 정리를 권하는 겁니다.”

“무엇을 정리하라는 겁니까.”

“자리입니다.”

쿠로다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조용히 물러나는 것을 권합니다.”

와타나베는 눈을 감았다.

“제가 조용히 떠나면, 이 자료는 묻힙니까?”

“묻힌다기보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겠지요.”

“타카하시도 오해입니까?”

잠시 침묵이 있었다.

쿠로다는 천천히 말했다.

“타카하시 부장님은 억울한 점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억울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자료가 어떻게 보이느냐를 봅니다.”

“마마까지 끌어들일 생각입니까?”

“제가 끌어들이는 게 아닙니다. 이미 그 장소가 자료 안에 있습니다.”

와타나베는 수화기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유이 양은 우리 일과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취재자는 어떻게든 연관될 수 밖에 없지요.”

쿠로다의 말은 조용했다.

“더구나 타카하시 류지의 딸이고, 나카무라 아카리와 나카무라 켄타를 알고 있고, 혼마와도 사적인 선이 생겼습니다. 누군가가 유이 양의 취재 신뢰성을 묻기 시작하면, 설명이 복잡해질 겁니다.”

와타나베는 말문이 막혔다.

쿠로다는 사람의 약한 곳을 한 번에 찌르지 않았다.
먼저 그 사람 주변의 이름을 나열했다.
그리고 그 이름들이 모두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술서는 쓰지 마십시오.”

쿠로다가 말했다.

“사직서는 좋습니다. 조용한 사직은 품위 있는 선택입니다.”

와타나베는 아주 낮게 말했다.

“그 품위도 당신이 정합니까.”

쿠로다는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해보십시오.”

통화가 끊겼다.

와타나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방 안에는 다시 조용함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조용함은 아까와 달랐다.
마치 누군가 방 안에 들어와, 보이지 않는 서랍을 하나 열어둔 것 같았다.

와타나베는 복도 끝 세면대로 갔다.

거울 속 얼굴은 낯설었다.
쉰셋의 남자. 동양출판 이사. 회색 양복. 잘 다듬은 머리.
겉으로는 무너지지 않은 사람.

그런데 머릿 속은 이미 1971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해 겨울, 쿠로다는 술잔을 들고 말했다.

“세이와로 오고 싶습니까?”

와타나베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고 싶었다. 아주 많이.
타카하시보다 먼저, 더 큰 회사의 미래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며칠 뒤 쿠로다는 말을 바꿨다.

“당분간은 동양에 계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때 와타나베는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했다.
동양 안에서 기반을 다진 뒤, 더 좋은 자리로 옮기게 해주려는 뜻이라고 믿었다.

이제 알았다.

그는 남겨진 것이었다.
동양 안의 통로로.

세면대 물을 틀었다.
찬물이 흘렀다.
와타나베는 손을 씻었지만, 손끝의 종이 감촉은 지워지지 않았다.

같은 시각, 세이와미디어그룹 개발부에서는 혼마가 사무실 문가에 서 있었다.

쿠로다 방에서 오오츠카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발송 기록지가 있었다.

혼마가 물었다.

“오늘 외부 발송이 있었습니까?”

오오츠카는 잠시 망설였다.

“공식 발송 기록에는 없습니다.”

“공식이 아니라는 뜻입니까?”

오오츠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혼마는 쿠로다 방 문을 보았다.

이미 그는 원본 테이프 요구를 철회했다.
유이와의 접촉도 공식 경로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쿠로다는 그다음 수를 둘 것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료를 못 빼앗으면, 자료를 가진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면 된다.

혼마는 책상으로 돌아와 자기 프로젝트 파일을 열었다.

「어린이 미디어 라이브러리」
표지에는 여전히 그의 이름이 없었다.

혼마는 한동안 그 빈자리를 보았다.
그리고 새 메모지를 꺼냈다.

「본 프로젝트의 데이터 구조 설계 초안 작성자 : 혼마 마사유키」

그는 그 문장을 써놓고도 한참 바라보았다.

자기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누군가와 싸우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는 이제 그걸 알았다.

저녁이 되자 와타나베는 칸다로 갔다.

스낵 “雪”의 간판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마마는 카운터 안쪽에서 얼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에 달린 작은 종이 울리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혼자네요.”

와타나베는 대답 대신 봉투를 카운터 위에 올렸다.

마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또 무슨 종이예요?”

“쿠로다 씨에게서 왔습니다.”

마마는 손을 닦고 봉투를 열었다.
그 안의 복사본 몇 장을 천천히 보았다.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이 차가워졌다.

“우리 가게 이름이 있네요.”

“죄송합니다.”

“그 말은 이제 너무 자주 듣네요.”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마마는 영수증 사본을 내려놓았다.

“이건 내 상자에서 나간 종이가 아니에요.”

“세이와 내부 접대비 처리표 같습니다.”

“그럼 그 사람도 가지고 있었던 거네요. 자기들이 남긴 냄새는 지우지 못하고.”

마마는 담배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요즘 그녀는 담배를 피우려다 멈추는 일이 많아졌다.

“와타나베 씨.”

“네.”

“이걸 혼자 숨길 생각이었어요?”

와타나베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마는 낮게 말했다.

“혼자 떠안지 마세요.”

와타나베는 고개를 들었다.

마마의 목소리는 부드럽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질책보다 구원에 가까웠다.

“당신이 혼자 떠안으면, 결국 또 누군가의 이름이 빠져요. 이번에는 타카하시 씨일 수도 있고, 유이 씨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죠.”

“쿠로다 씨는 조용히 사직하라고 했습니다.”

“그건 조용히 도망치라는 말이죠.”

와타나베는 입을 다물었다.

마마는 봉투를 다시 접지 않았다.
그대로 카운터 위에 펼쳐두었다.

“타카하시 씨에게 보여요.”

“보이면 그 사람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안 보이면 더 위험해져요.”

마마는 와타나베를 똑바로 보았다.

“당신들이 20년 전에 숨겼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예요.”

그 말에 와타나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게 밖 골목에는 벌써 저녁 냄새가 내려앉고 있었다.
튀김 기름 냄새, 젖은 아스팔트 냄새, 퇴근한 사람들의 담배 냄새.

마마는 봉투를 와타나베 쪽으로 밀었다.

“이번엔 당신이 들고 가요. 하지만 혼자 보관하지 마요.”

“네.”

“그리고 내 이름을 지키겠다고 또 내 말을 빼지 마요. 내가 숨고 싶을 때는 내가 정합니다.”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마마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 알았으면, 오늘은 술 마시지 말고 가요.”

와타나베는 처음으로 아주 작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무너지는 것을 간신히 참는 얼굴이었다.

“네.”

그는 봉투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동양출판으로 돌아왔을 때, 사무실에는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타카하시 자리만 켜져 있었다.
그는 오래된 전시회 설명문 초안을 보고 있었다.

초안 제목은 이랬다.

「1971년 신매체 사업안 관련 자료」

그 아래에는 아직 비어 있는 칸이 있었다.

작성자.

타카하시는 그 칸을 오래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와타나베 씨.”

와타나베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얼굴이 평소보다 더 창백했다.

타카하시는 펜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입니까?”

와타나베는 봉투를 들고 다가왔다.

“쿠로다 씨에게서 왔습니다.”

타카하시는 봉투를 받지 않았다.

“내용은 보셨습니까?”

“봤습니다.”

“혼자 판단할 생각이십니까?”

와타나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왔습니다.”

그는 봉투를 책상 위에 놓았다.

“이건 협박입니다.”

타카하시는 천천히 봉투를 열었다.

첫 장을 읽었다.
「인재접촉안」

T.R. - 직접 접촉 보류. 아이디어만 확보.
W.H. - 세이와 이적 후보. 동양 내 협력자 유지.
W.H. - 동양 내 승격 루트 확보.

타카하시의 손이 멈췄다.

그의 얼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이 아주 조금 깊어졌다.

다음 장. 익명 투서안.

다음 장. 보험 자료.

다음 장. 타카하시가 세이와와 직접 거래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배열.

타카하시는 끝까지 읽었다.
한 장도 서두르지 않았다.

와타나베는 서 있었다.

서 있는 동안, 그는 처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이 되었다.
누군가 자기 이름이 적힌 종이를 읽는 시간.
누군가 침묵으로 판단을 유예하는 시간.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마침내 타카하시가 말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제가 직접 세이와와 거래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겠군요.”

“네.”

“마마의 가게도 끌려 들어갑니다.”

“네.”

“유이의 취재 신뢰성도 흔들 수 있고요.”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네.”

타카하시는 종이를 다시 정리했다.

“와타나베 씨.”

“네.”

“숨기면, 또 누군가의 이름이 사라집니다.”

와타나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타카하시는 봉투를 다시 닫지 않았다.

“이건 총무부 보관 절차로 올립시다. 원본 수령 경위, 시간, 장소, 당신이 처음 열람한 사실, 제가 확인한 사실. 모두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면...”

“네. 당신도 다칩니다.”

타카하시의 말은 차갑지 않았다.
그래서 더 피할 수 없었다.

“저도 다칠 수 있습니다. 유이도, 마마도 이름이 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공식으로 가야 합니다.”

와타나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술서를 쓰겠습니다.”

타카하시의 시선이 와타나베의 얼굴로 향했다.

“오늘 바로 쓰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와타나베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사직서보다 먼저요.”

그 말에 타카하시는 아주 오래 침묵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용서가 아니었다.
그러나 길이었다.

늦었지만, 이제야 한 사람이 자기 발로 걸어야 할 길.

그날 밤, 타카하시는 공중전화 부스에 섰다.

오차노미즈역 근처였다.
전화카드를 넣고 번호를 눌렀다.

아카리가 받았다.

“나카무라입니다.”

“타카하시입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타카하시는 잠시 말을 고르지 못했다.

아카리는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고마웠다.

“쿠로다 씨의 봉투가 왔습니다.”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와타나베 씨에게요?”

“네.”

“내용은요?”

“협박입니다. 제가 세이와와 직접 거래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자료. 와타나베 씨의 승격 루트. 마마의 가게. 유이의 취재 신뢰성까지.”

아카리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드디어 사람을 흔들기 시작했군요.”

“네.”

“와타나베 씨는요?”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숨기지는 않았습니다.”

아카리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럼 아직 길이 있네요.”

타카하시는 부스 밖을 보았다.
퇴근길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갔다. 누군가는 우산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신문을 접어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다.
도시는 늘 그렇듯 모르는 얼굴로 흘러갔다.

“나카무라 씨.”

“네.”

“저는 솔직히 무섭습니다. 유이 이름이 들어간 걸 보니 더 그렇습니다.”

“무서울 겁니다.”

아카리는 쉽게 위로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봉투가 와타나베 씨 손에서 멈추지 않고 부장님께 온 건, 다행입니다.”

“다행입니까?”

“네. 협박은 어둠 속에 있을 때 제일 세요. 누군가에게 보여준 순간부터 조금 약해집니다.”

타카하시는 그 말을 천천히 마음에 담았다.

“오늘도 정확하시군요.”

“오늘은 저도 틀릴까 봐 조심해서 말하는 겁니다.”

그 말에 타카하시는 아주 작게 웃었다.

짧은 웃음 뒤, 둘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기 전, 아카리가 말했다.

“부장님.”

“네.”

“오늘은 혼자 걷지 마세요. 곧장 집에 가세요. 유이 씨가 있는 집으로요.”

타카하시는 눈을 감았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부스 밖으로 나오자 찬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오늘은 걷고 싶지 않았다.

아카리의 말대로, 집에 가야 했다.
딸이 있는 곳으로.

와타나베는 동양출판 자기 방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두 장의 종이가 있었다.

사직서.
진술서 초안.

그는 한참 사직서를 바라보다가, 그것을 서랍 안에 넣었다.

그리고 진술서 초안 위에 날짜를 적었다.

1991년 11월.

그 아래 첫 문장을 썼다.

「나는 1971년 당시, 타카하시 류지의 신매체 사업안 일부를 세이와 측에 넘겼습니다.」

펜끝이 떨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문장은 더 오래 걸렸다.

「그 결과, 나는 동양출판 안에서 승격 기회를 얻었습니다.」

와타나베는 거기까지 쓰고 펜을 내려놓았다.

방 안은 조용했다.
회사 건물은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먼 곳에서 복사기 전원이 꺼지는 작은 소리가 났다.

봉투는 여전히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쿠로다의 봉투였다.
협박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조금씩 다른 것이 되고 있었다.

숨기기 위한 종이에서, 말하기 위한 종이로.

와타나베는 다시 펜을 들었다.

늦은 밤이었다.
너무 늦은 밤이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親展ですか。 [しんてんですか]
친전입니까?
본인만 열어보라는 봉투나 문서를 받았을 때 확인하는 말 · 와타나베가 발신인 없는 봉투를 받고, 자신에게 직접 온 문서임을 확인하는 장면

2. 静かに退くことをおすすめします。 [しずかに しりぞくことを おすすめします]
조용히 물러나는 것을 권합니다.
겉으로는 정중한 충고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압박이나 협박의 의미를 담을 때 · 쿠로다가 와타나베에게 진술하지 말고 조용히 사직하라고 압박하는 장면

3. 一人で抱えないでください。 [ひとりで かかえないでください]
혼자 떠안지 마세요.
문제나 비밀을 혼자 감당하려는 사람에게 함께 드러내고 나누자고 말할 때 · 마마가 와타나베에게 쿠로다의 봉투를 혼자 숨기지 말고 타카하시에게 보여주라고 말하는 장면

4. これは脅しです。 [これは おどしです]
이건 협박입니다.
상대가 보낸 자료나 말이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압박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할 때 · 와타나베가 타카하시에게 쿠로다의 봉투를 내놓으며 그 성격을 인정하는 장면

5. 隠せば、また誰かの名前が消えます。 [かくせば、また だれかの なまえが きえます]
숨기면, 또 누군가의 이름이 사라집니다.
진실을 덮으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거나 책임에서 지워질 수 있다고 말할 때 · 타카하시가 와타나베에게 이번 봉투도 공식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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