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발표 전날
16화, 발표 전날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3

비는 아침부터 얇게 내렸다.
우산을 쓰지 않으면 젖고, 쓴다고 해도 바짓단은 젖는 비였다.
도쿄의 빌딩 유리창에는 회색 물줄기가 길게 흘렀고, 전철 안 사람들은 접은 우산을 발끝에 세워두고 서로의 어깨를 피해 섰다.
유이는 대학 편집실에 혼자 있었다.
내일은 신문학과 방송·영상론 세미나의 졸업작품 예비 상영일이었다.
정식 제출 전, 교수와 동기들 앞에서 처음으로 틀어보는 날.
책상 위에는 카세트테이프, VHS 테이프, 취재 노트, 세이와미디어그룹 자료 봉투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유이는 밤새 편집한 구성표를 다시 읽었다.
1부. 출판에서 미디어로
2부. 이름이 빠지는 구조
3부. 1971년의 지도
4부. 남겨진 기록들
마지막 장에는 작은 글씨로 적어둔 문장이 있었다.
‘아버지를 영웅으로 쓰지 않는다. 사람으로 쓴다.’
그 문장을 볼 때마다 손이 멈췄다.
아버지의 수첩. 마마의 영수증. 세이와의 권리 지도. 와타나베의 중개. 사토의 소개문.
모든 것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지만, 그 선들은 각자의 삶들과 맞닿아 있었다.
그 소중한 삶을 밟지 않고 걸어갈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편집실 문이 열렸다.
조교가 얼굴을 내밀었다.
“타카하시 씨. 세이와에서 사람이 왔어요. 홍보부 오오츠카 씨하고, 개발부 혼마 씨.”
유이는 펜을 내려놓았다.
“지금요?”
“응. 상영 전 확인 건이라는데.”
상영 전 확인.
그 말이 이상하게 차가웠다.
대학 세미나실 창가에는 빗물이 맺혀 있었다.
오오츠카는 홍보부 파일을 앞에 두고 앉았다.
혼마는 그 옆에 앉았지만, 평소보다 말수가 적었다. 손에는 얇은 서류철이 있었다.
“공식 확인인가요?”
오오츠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세이와미디어그룹 홍보부 명의입니다. 내일 예비 상영 전, 몇 가지 표현과 자료 사용 범위에 대해 요청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혼마는 유이를 보지 않고 서류철을 열었다.
오오츠카가 첫 장을 내밀었다.
「졸업제작 영상 관련 확인 의뢰」
졸업제작 영상 관련 확인 의뢰.
그 아래에는 삭제 요청 항목이 정리되어 있었다.
1971년 권리 지도 원본 화면
타카하시 류지 수첩의 「Wへ一部」 부분
스낵 “雪” 관련 영수증 및 장소 언급
사토 켄지 외부 협력자 소개문 보류 건
세이와 내부 인재접촉안 관련 추정 표현
유이는 종이를 끝까지 읽었다.
종이는 정중했다. 그래서 더 불쾌했다.
오오츠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삭제를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유이는 고개를 들었다.
“전부 중요한 부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오오츠카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법무 검토 전 공개가 어렵습니다. 특히 마마의 가게 이름은 제3자의 생활과 직결됩니다.”
그 말에 유이는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마마. 칸다 골목의 작은 가게.
밤의 기억을 상자에 넣어두고 오래 침묵한 사람.
그 이름을 영상에 올리는 순간, 마마는 다시 그 밤으로 끌려 나올 수 있었다.
혼마가 그제야 말했다.
“타카하시 씨가 다치지 않게 하려는 말이기도 합니다.”
유이는 그를 보았다.
예전 같으면 그 말에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지금도 아주 조금은 흔들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어디까지 진심이고 어디서부터 회사의 말인지 확인해야 했다.
“필요한 부분은 제가 판단하겠습니다.”
혼마는 입을 다물었다.
유이는 자료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마마의 가게 이름은 지우겠습니다. 얼굴도, 구체적인 위치도 쓰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영수증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우지 않겠습니다.”
오오츠카는 펜을 들었다.
“가게명 비공개. 증거 존재는 일반화하여 언급. 기록하겠습니다.”
유이는 다음 항목을 짚었다.
“아버지 수첩은요?”
혼마가 대답했다.
“타카하시 부장님의 동의가 있으면 사용 가능할 겁니다. 다만 세이와 측에서는 그 문장이 와타나베 이사와 직접 연결된다고 단정하는 표현은 피하길 바랍니다.”
“이미 동양출판 회의록에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영상은 다릅니다.”
유이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영상은 다르다. 맞는 말이었다.
종이에 있을 때보다, 화면에 나오면 사람들은 더 빨리 믿고 더 빨리 화낸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지우면 안 되는 것도 있었다.
유이는 조용히 말했다.
“이름은 가리겠습니다. 하지만 있었던 일은 지우지 않겠습니다.”
혼마가 그녀를 보았다.
오오츠카는 그 문장을 그대로 적었다.
혼마가 낮게 말했다.
“안전한 편집을 해야 합니다.”
유이는 고개를 저었다.
“제 안전을 위해서 누군가의 이름을, 흔적을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세미나실이 조용해졌다.
창밖으로 비가 더 굵어졌다.
유리창에 맺힌 물줄기가 아래로 미끄러졌다.
오오츠카는 펜을 멈추지 않았다.
혼마는 서류철을 닫지 못했다.
그때 유이는 마지막 항목을 보았다.
사토 켄지 외부 협력자 소개문 보류 건.
“이건 왜 삭제 요청입니까?”
혼마가 대답했다.
“사토 씨가 직접 관련자 동의를 얻지 못했고, 소개문 자체가 보류 상태입니다. 공개하면 세이와의 내부 처리 문제가 됩니다.”
“그러니까 삭제하라는 건가요?”
“아니요.”
혼마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쿠로다 전무는 삭제를 원합니다. 저는... 보류 사실은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사를 특정하지 않는 방식으로요.”
유이는 혼마가 말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혼마는 여전히 세이와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말은 쿠로다의 말 그대로는 아니었다.
유이는 노트에 짧게 적었다.
‘보류는 삭제가 아니다.’
그리고 말했다.
“내일 예비 상영에서는 이름을 일부 가리겠습니다. 하지만 보류와 철회가 있었다는 사실은 남깁니다.”
오오츠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기록하겠습니다.”
혼마는 낮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유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동양출판에서는 와타나베의 진술서 초안 일부가 타카하시 책상 위에 놓였다.
비에 젖은 창문 너머로 진보초 거리가 흐릿했다.
서점 간판들이 회색빛 속에서 번져 있었다.
타카하시는 첫 장을 읽었다.
「나는 1971년 당시, 타카하시 류지의 신매체 사업안 일부를 세이와 측에 넘겼습니다.」
문장은 곧았다.
곧은 문장은 때로 더 아프다. 둘러대지 않기 때문이다.
와타나베는 맞은편에 서 있었다.
“아직 초안입니다.”
타카하시는 다음 장으로 넘기지 않았다.
“초안이어도 충분히 무겁습니다.”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내일 유이 양 발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타카하시는 고개를 들었다.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홍보부 쪽에서 말이 돌았습니다. 세이와가 삭제 요청을 보냈다고.”
타카하시는 펜을 내려놓았다.
와타나베가 낮게 말했다.
“쿠로다 씨는 발표 자체를 막기보다, 신뢰를 흔들 겁니다. 타카하시 부장님의 딸이라는 점, 혼마와의 관계, 나카무라 씨와 사토 씨의 개인사... 그런 것들을 섞을 겁니다.”
타카하시의 얼굴이 굳었다.
“유이는 취재자입니다.”
“네.”
“그런데 쿠로다 씨는 딸로 만들고, 학생으로 만들고, 여자아이로 만들겠군요.”
와타나베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은 정확했다.
사람의 이름을 빼앗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에게 다른 이름을 덧씌우는 것이다.
타카하시는 진술서 첫 장을 다시 보았다.
“와타나베 씨.”
“네.”
“내일 발표가 끝날 때까지, 이 진술서는 외부로 나가지 않게 합시다.”
와타나베가 놀라 그를 보았다.
“왜입니까?”
“유이의 발표가 진술서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됩니다. 그 아이는 제 복수의 대리인이 아닙니다.”
와타나베는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타카하시는 조용히 덧붙였다.
“하지만 멈추지는 마십시오. 계속 쓰세요.”
“네.”
“사직서보다 먼저.”
와타나베는 아주 낮게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저녁 무렵, 타카하시는 집으로 일찍 돌아왔다.
유이는 거실 바닥에 자료를 펼쳐놓고 있었다.
테이프, 노트, 수첩 복사본, 흰 라벨지, 검은 펜.
아버지가 들어오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오늘 일찍 왔네.”
“비가 와서.”
그 대답은 변명 같았다. 유이는 눈치챘지만 묻지 않았다.
타카하시는 우산을 세워두고, 젖은 코트 끝을 털었다.
그리고 거실에 앉았다.
“내일 발표라지.”
“응. 예비 상영.”
“세이와에서 삭제 요청이 왔다고 들었다.”
유이는 펜을 내려놓았다.
“벌써 들었어?”
“와타나베 씨에게 들었다.”
유이는 잠시 그 이름을 곱씹었다.
와타나베 씨.
아버지의 동료였고, 배신자였고, 지금은 진술서를 쓰는 사람.
세상은 이상했다.
한 사람을 한 단어로만 부를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유이가 말했다.
“가게 이름은 지울 거야. 마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영수증이 있었다는 사실은 남길 거야.”
타카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맞다.”
“아버지 수첩은?”
“써도 된다.”
“정말?”
“네가 쓴다면.”
그 말에 유이는 잠시 웃었다. 조금 울 것 같은 웃음이었다.
그러다 그녀가 물었다.
“아빠.”
“응.”
“엄마는 알고 있었어?”
방 안이 조용해졌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타카하시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유이는 재촉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을 찾는 시간을 기다렸다.
마침내 타카하시는 낮게 말했다.
“조금은 알고 있었다.”
“얼마나?”
“내가 회사에서 밀려났다는 것. 내가 밤마다 돌아와도 말이 적었다는 것. 내가 자꾸 회사 서류를 집에 가져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보고만 있었다는 것.”
그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끝까지 다 말하지 못했다.”
유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왜?”
타카하시는 창밖을 보았다.
“말하면 내가 정말 패배자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네 엄마가 나를 그런 눈으로 볼까 봐 무서웠다.”
“엄마가 그랬을까?”
“아니.”
타카하시는 바로 대답했다.
“지금은 안다. 네 엄마는 그러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그걸 믿을 힘이 없었다.”
비는 계속 내렸다.
타카하시는 오래 묻어둔 말을 꺼내듯 천천히 말했다.
“1971년 이후 나는 회사에서 다시 믿을 만한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늦게까지 일했고, 필요 없는 회의에도 나갔다. 누가 묻지 않아도 보고서를 썼다. 내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유이는 조용히 들었다.
“그 사이 집에서는 점점 말이 줄었다. 네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나는 괜찮다고만 했다. 괜찮지 않았는데.”
타카하시는 잠시 숨을 고르다 말했다.
“네 엄마가 쓰러졌을 때도, 나는 회사에 있었다.”
유이의 손이 멈췄다.
“그날 바로 병원에 못 갔어?”
“갔다. 하지만 늦었다. 이웃 아주머니가 먼저 병원에 데려갔고, 나는 그 뒤에 도착했다. 그날 네 엄마가 바로 떠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타카하시는 눈을 감았다.
“나는 그 병이 내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네 엄마 삶을 너무 쉽게 설명하는 게 된다. 하지만...”
그는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나는 그때 곁에 없었다.”
유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타카하시는 아주 낮게 말했다.
“네 엄마에게는, 끝까지 전부 말하지 못했다.”
유이는 아버지를 보았다.
지금 눈앞의 사람은 억울한 피해자였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상처받은 뒤 말하지 못한 사람.
말하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도 멀어진 사람.
그 침묵을 딸에게까지 물려줄 뻔한 사람.
방 안의 비 냄새가 조금 옅어졌다.
그 시각, 아카리는 기요스미 정원 근처 찻집에서 사토를 마주 보고 있었다.
이번 만남은 아카리가 정했다.
사토가 보낸 짧은 편지 때문이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세이와 측에서 외부 협력자 소개문을 다시 요청받았습니다.
관계자와 화해 절차 중이라는 표현을 넣어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카리는 그 문장을 읽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찻집 안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비 때문에 창가 자리는 비어 있었고, 유리창 밖으로 정원 나무들이 어둡게 젖어 있었다.
사토는 먼저 와 있었다.
“나카무라 씨.”
“편지 봤습니다.”
아카리는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화해 절차 중이라고 쓰고 싶다고요?”
사토는 시선을 내렸다.
“세이와 쪽에서 소개문을 다시 다듬자고 했습니다. 직접 이름은 쓰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는 정도로...”
아카리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반성은 글감이 아닙니다.”
사토는 입을 다물었다.
“켄타를 만났죠. 질문도 받았고요. 그런데 그걸 벌써 소개문에 넣으려는 겁니까?”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긴요!”
편지를 쥔 아카리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계속 똑같은 짓을 하려 해요. 이름을 지우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남의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죠.”
사토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정말 속죄하고 싶습니다.”
아카리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우리를 당신의 속죄에 이용하지 마세요.”
사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카리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속죄하고 싶으면, 쓰지 마세요. 말하지 마세요. 세이와 소개문에도, 강연에도, 교재에도, 회의 자료에도. 나와 켄타가 동의하지 않은 어떤 문장에도 우리를 넣지 마세요.”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멈추세요!”
사토가 고개를 들었다.
아카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사과하려면, 먼저 멈추세요.”
그 말 뒤에 찻집은 조용했다.
사토는 두 손을 테이블 아래에서 쥐었다.
“쿠로다 씨가... 이 일을 정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아카리는 눈빛을 바꾸지 않았다.
“무엇을 정리해준다고요?”
“내가 다시 교육 일을 할 수 있도록. 과거 문제도... 불필요하게 커지지 않도록.”
아카리는 아주 작게 웃었다.
웃음이 아니었다. 오래전 자신에게 했던 마지막 작별 같은 표정이었다.
“당신은 아직도 누가 당신 이야기를 예쁘게 정리해주길 기다리는군요.”
사토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말했다.
“이번에는 문서로 주세요. 우리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는 각서. 소개문, 교재, 강연, 인터뷰 전부 포함해서요. 켄타와 제가 확인할 수 있게.”
사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문장 뿐 아니라 행동으로도요.”
아카리는 우산을 들고 찻집을 나왔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비는 예전처럼 그녀를 어린 학원생으로 돌려보내지 못했다.
그녀는 더 이상 남아달라는 말에 남는 사람이 아니었다.
밤늦게, 세이와미디어그룹 쿠로다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오오츠카가 남긴 회의 기록과 혼마의 수정 의견을 읽었다.
유이의 예비 상영은 막지 못했다.
원본 테이프도 빼앗지 못했다.
마마의 이름은 지워지지만, 영수증의 존재는 남는다.
타카하시 수첩도 남는다.
사토 소개문 보류도 남는다.
쿠로다는 펜으로 한 줄을 그었다.
「삭제 요청 일부 실패」
그 아래에 새로 적었다.
「소재 확인」
그리고 조금 아래에 더 작은 글씨로 적었다.
「예비 테이프」
내일이면 유이의 영상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재생된다.
영상은 한 번 틀어지면 되감기가 어렵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쿠로다는 창밖을 보았다.
비가 아카사카의 유리창을 천천히 씻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 안쪽의 얼룩은 비로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 밤, 유이는 마지막 구성표를 다시 썼다.
가게 이름은 가렸다.
마마라는 이름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한 줄은 남겼다.
‘1971년 11월, 한 영수증은 그 자리에 없던 사람의 부재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버지 수첩 부분에는 이렇게 적었다.
‘수첩은 한 사람이 자기 억울함을 보관해온 물건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시간을 견딘 흔적이었다.’
사토 소개문 부분은 짧게 줄였다.
‘이름을 지운다고 동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이는 펜을 내려놓았다.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
내일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세이와가 다시 요구할 수도 있고, 누군가 발표를 막으려 할 수도 있고, 자신이 틀린 문장을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지우지 않을 것과 가릴 것을 나누었다.
그 차이를 배우는 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유이는 원본 테이프 상자를 책상 가장 안쪽에 넣었다.
사본 하나는 가방에 넣었다.
예비 테이프는 다른 봉투에 담아 따로 두었다.
라벨에는 이렇게 적었다.
「예비」
그 작은 글씨가 내일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게 될 줄, 유이는 아직 몰랐다.
비가 밤새 내렸다.
도쿄는 젖은 채로 다음 날을 기다렸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削除をお願いしたい箇所があります。 [さくじょを おねがいしたい かしょが あります]
삭제를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문서, 영상, 발표 자료에서 특정 부분을 빼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할 때 · 오오츠카가 유이에게 세이와 측 삭제 요청 항목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장면
2. 名前は伏せます。でも、出来事は消しません。 [なまえは ふせます。でも、できごとは けしません]
이름은 가리겠습니다. 하지만 있었던 일은 지우지 않겠습니다.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은 숨기되, 사건 자체는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말할 때 · 유이가 마마의 가게 이름은 지우되 영수증의 의미는 남기겠다고 결정하는 장면
3. 安全な編集が、誰かを消すこともあります。 [あんぜんな へんしゅうが、だれかを けすことも あります]
안전한 편집이 누군가를 지울 때도 있습니다.
문제를 피하려는 수정이나 삭제가 오히려 중요한 사람의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음을 말할 때 · 유이가 혼마에게 무조건 안전한 편집만 요구하면 다시 이름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
4. お母さんには、最後まで全部話せなかった。 [おかあさんには、さいごまで ぜんぶ はなせなかった]
네 엄마에게는 끝까지 전부 말하지 못했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끝내 말하지 못한 비밀이나 죄책감을 고백할 때 · 타카하시가 유이에게 아내 키미코에게 1971년의 상처를 다 말하지 못한 죄책감을 털어놓는 장면
5. 私たちを、あなたの償いに使わないでください。 [わたしたちを、あなたの つぐないに つかわないでください]
우리를 당신의 속죄에 쓰지 마세요.
누군가가 자신의 반성이나 회복을 위해 타인의 상처를 이용하려 할 때 분명히 거절하는 말 · 아카리가 사토에게 자신과 켄타의 이야기를 그의 ‘돌아온 선생님’ 서사에 쓰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