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니혼고 프렌즈 홈

19화

창립 30주년 전시회

2026-10-07 · 읽는 시간 약 12분

19화, 창립 30주년 전시회

도쿄 1991, 나의 이름을 불러줘 | 시즌 3

19화 대표 이미지

전시회 설명문은 밤새 세 번 고쳐졌다.

처음 초안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20년 만에 되찾은 천재의 미래.’

타카하시는 그 줄을 보자마자 펜을 들었다.
검은 줄을 천천히 그었다.

회의실에 있던 젊은 홍보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과한가요?”

타카하시는 종이를 내려다본 채 말했다.

“크게 장식하지 말아 주세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창밖 진보초 거리는 아직 젖어 있었다. 비가 그친 뒤의 도시는 종이 냄새가 더 짙게 났다.

헌책방 셔터 앞에는 물기가 남았고, 출근길 사람들은 접은 우산을 들고 빠르게 지나갔다.

동양출판 창립 30주년 전시회.

작은 전시였다.
백화점이나 미술관의 화려한 전시가 아니었다. 회사 1층 로비와 옆 회의실을 터서 만든, 종이 냄새 나는 전시. 오래된 창간호, 필름 사진, 편집자들의 교정지, 저자 친필 원고, 학교도서관 납품 기록, 그리고 한쪽 끝에 1971년 자료가 놓일 예정이었다.

그 자료 앞 설명문은 결국 이렇게 정리되었다.

1971년 신매체 사업안
초안 작성: 타카하시 류지
이후 회사 내부 및 외부 협의 과정에서 작성자 표기가 누락됨.
관련 자료: 1971년 업무 수첩, 자료관리위원회 회의록, 권리 조정 지도 열람 기록, 관계자 진술서.

타카하시는 그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름이 돌아왔다고 해서, 젊은 자신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1971년의 책상, 밤늦은 사무실, 믿었던 동료, 말하지 못한 아내, 놓친 시간들.

그런 것들은 어떤 설명문에도 다 담기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은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어딘가가 아주 조금 느슨하게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와타나베는 회의실 끝에 서 있었다.
그는 전날 제출한 진술서 때문에 이미 회사 안에서 조심스러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사직서는 접수되었지만, 퇴직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타카하시는 설명문 아래 작은 줄을 가리켰다.

“여기에 와타나베 씨 이름도 필요합니다.”

홍보 담당자가 망설였다.

“전시 설명문에요?”

와타나베가 먼저 말했다.

“넣어주세요. ‘관계자 진술서’라고만 쓰면 또 숨기는 겁니다.”

타카하시는 그를 보았다.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더 이상 숨는 사람의 얼굴은 아니었다.

타카하시는 조용히 말했다.

“제 이름만 돌려놓아서는 기록이 기록다워되지 않습니다.”

홍보 담당자는 펜을 들었다.

설명문 마지막 줄이 바뀌었다.

관계자 진술서: 와타나베 히로시 제출.

와타나베의 이름이 그 자리에 놓였다.

그것은 명예가 아니었다. 하지만 책임이었다.

마루산 상사 IT추진실에서는 아카리와 미사키가 전시용 검색 단말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낡은 자료 카드와 사진 목록을 간단히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PC-98 단말이었다.
대단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화면은 푸른색 바탕에 흰 글씨였고, 검색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카리는 그 느림이 싫지 않았다.

너무 빨리 나오는 답은, 가끔 사람을 빠뜨리곤 한다.
한 번 더 확인하고, 한 번 더 이름을 보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미사키가 키보드를 두드렸다.

“자료명, 연도, 작성자, 보관자... 여기까지 뜹니다.”

아카리는 화면을 보았다.

1971년 신매체 사업안
작성자: 타카하시 류지
전달 관련 진술: 와타나베 히로시
보조자료: 칸다 소재 점포 점주 보관 영수증 사본
비고: 점포명 및 점주명 비공개

미사키가 물었다.

“점포명은 이대로 익명 처리죠?”

“응. 마마가 정할 때까지는.”

미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남기는 일도 어렵고, 가리는 일도 어렵네요.”

아카리는 화면을 보며 말했다.

“가리는 게 지우는 일이 되면 안 되니까.”

아카리가 마지막 확인란에 서명했다.

나카무라 아카리.

오전 10시, 전시회가 열렸다.

동양출판 직원들과 몇몇 저자, 오래 거래한 서점 관계자들이 천천히 로비로 들어왔다.
누군가는 창간호 앞에서 웃었고, 누군가는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나도 저때는 머리숱이 많았는데” 하고 농담했다.

로비 한쪽에서는 유이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오늘은 학교 과제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 마지막 장면을 찍기 위해 온 것이었다.
옆에는 켄타가 서 있었다. 교복 위에 점퍼를 입고, 손에는 작은 수첩을 들고 있었다.

“정말 와도 되는 거예요?”

켄타가 낮게 물었다.

유이는 카메라를 내렸다.

“응. 아카리 씨가 괜찮다고 했고, 타카하시 부장님도 허락했어.”

“제가 있으면 방해될까 봐요.”

“잘 봐둬.”

켄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1971년 자료 앞에 섰다.

켄타는 설명문을 천천히 읽었다.

초안 작성: 타카하시 류지.

그 이름 아래, 와타나베의 진술서와 마마의 영수증, 수첩 사본이 작은 글씨로 이어져 있었다.

켄타가 말했다.

“이름이 돌아오면... 마음도 돌아와요?”

유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타카하시에게도, 아카리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닿아 있는 말이었다.

“아니.”

유이는 천천히 말했다.

“마음은 더 오래 걸려.”

켄타는 설명문을 다시 보았다.

“그럼 이건 뭘까요.”

유이는 잠시 생각했다.

“숨 쉴 자리.”

켄타가 그녀를 보았다.

유이는 혼잣말을 하듯 작게 말했다.

“여기에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 숨을 쉴 수 있어.”

타카하시는 전시실 한쪽에 서 있었다.

그는 자기 이름이 적힌 설명문을 오래 보지 않았다.
이름은 있었지만, 그 이름 앞에 오래 서 있으면 스스로를 전시품처럼 느낄 것 같았다.

아카리가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타카하시는 작게 웃었다.

“괜찮지는 않습니다.”

“그럴 것 같았어요.”

“하지만 너무 크게 걸려 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카리는 설명문을 보았다.

“좋은 문장이네요. 차분해요.”

“차분하게 보이려고 여러 사람이 애썼습니다.”

“부장님도요?”

“저는 지우는 데 애썼습니다.”

아카리는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설명문을 보았다.
서로의 손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둘 사이의 침묵은 이제 낯설지 않았다.

타카하시가 낮게 말했다.

“이름이 돌아와도 시간은 돌아오지 않네요.”

아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도 이름 없이 그 시간을 견디는 것보다는 낫겠죠.”

그 말에 타카하시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렇습니다.”

잠시 뒤, 그는 아카리를 보았다.

“오늘 끝나고... 칸다에 들를 생각입니다. 마마에게 전시 안내장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아카리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타카하시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카리는 조금 웃었다.

“걷자는 말, 오늘은 제가 먼저 하는 겁니다.”

타카하시는 고개를 숙였다.

“네. 같이 가시죠.”

오후 2시가 지나, 세이와미디어그룹에서 두 사람이 도착했다.

오오츠카와 혼마였다.

오오츠카는 세이와 홍보부의 공식 방문자로 명단에 이름을 남겼다.
혼마는 개발부 사람으로 동행했다. 둘 다 쿠로다가 보낸 사람은 아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전시실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타카하시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오츠카가 봉투를 내밀었다.

“세이와미디어그룹 홍보부 공식 회신입니다.”

타카하시는 봉투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열지는 않았다.

오오츠카가 짧게 설명했다.

“1971년 일부 자료에서 원작성자 표기 관리가 부적절했다는 점, 그리고 권리 조정 과정의 자료 관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다는 내용입니다.”

아카리는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사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정도 아니었다.

오오츠카가 곧바로 덧붙였다.

“이것은 사과가 아니라 확인입니다.”

타카하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이 먼저일 때도 있습니다.”

혼마는 전시 설명문 앞에 섰다.

‘초안 작성: 타카하시 류지.’

그는 그 줄을 유심히 보았다.

유이가 다가왔다.

“혼마 씨.”

“타카하시 씨.”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혼마가 먼저 말했다.

“제 프로젝트 발표자료도 수정됐습니다.”

“어떻게요?”

“개발부 안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 설계자로 제 이름이 들어갑니다. 오오츠카 씨가 회의 기록을 남겨줬고, 제가 직접 서명했습니다.”

유이는 조용히 웃었다.

“다행이네요.”

혼마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라고 하기엔 늦었습니다. 저 역시 제 이름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이름을 지울 뻔 했으니까요.”

유이는 그 말을 가만히 들었다.

혼마는 여전히 위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그는 적어도 자기 이름을 남의 원본 위에 세우려 하지는 않았다.

유이는 수첩을 들었다.

“이 말, 써도 돼요?”

혼마는 잠시 생각했다.

“네. 이번에는 기록에 남겨주세요.”

같은 시각, 아카사카의 세이와미디어그룹 본관.

쿠로다는 자기 방에서 인사 통보서를 읽고 있었다.

「교육미디어사업 대외 대응 담당 변경」

쿠로다 마사오 전무 - 대외 총괄 업무에서 제외
후임: 홍보부 오오츠카, 개발부 혼마 공동 실무 대응

쿠로다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방 안은 깨끗했다.
책상 위에는 검은 파일이 아직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향은 바뀌고 있었다.

그는 유리창 밖을 보았다.

아카사카의 빌딩들은 여전히 반짝였다.
버블이 꺼지고 있다 해도, 유리창은 당분간 빛을 반사할 것이다.

쿠로다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름이 남는다는 건 귀찮은 일이군.”

그는 검은 파일을 서랍에 넣었다.

서랍은 닫혔다.
하지만 닫힌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그 사실을 너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다.

전시회 한쪽 작은 상영 공간에서 유이의 짧은 영상이 틀어졌다.

정식 완성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시 기록용으로 8분짜리 편집본을 허락받아 상영했다.

화면에는 동양출판의 오래된 사진, 세이와 쇼룸의 유리벽, 마마의 이름을 가린 영수증 사본, 타카하시의 수첩 일부, 그리고 푸른 PC 화면이 차례로 나왔다.

유이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

'회사는 미래를 만든다.
하지만 미래가 누군가의 이름을 지우고 세워졌다면, 그 미래는 언젠가 과거를 다시 불러낸다.
이 영상은 누가 나쁜 사람인가를 묻기보다, 어떤 순간에 이름이 사라지는가를 묻는다.'

사람들은 숨 죽인 채 영상을 시청했다.

켄타는 뒤쪽에 서 있었다.
화면 속에 자기 이름은 없었다.
아카리의 이름도 직접 나오지 않았다.
사토의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안심했다.

유이는 이제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져가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상영이 끝난 뒤, 켄타가 유이에게 말했다.

“누나 작품, 복수 같지 않았어요.”

유이는 카메라 가방을 정리하다 그를 보았다.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작게 말했다.

“내 작품은 복수가 아니라 기록이니까.”

켄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네요.”

“뭐가?”

“기록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잖아요.”

유이는 잠시 웃었다.

“응. 지우지 않으면.”

와타나베는 오후 늦게 전시실에 다시 들어왔다.

그는 사람들 사이를 피해 1971년 설명문 앞에 섰다.

초안 작성: 타카하시 류지.
관계자 진술서: 와타나베 히로시 제출.

자기 이름이 거기에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부끄러운 기록이었다.
와타나베에게도 그랬다.
하지만 그 줄이 없었다면, 설명문은 다시 반쪽짜리였을 것이다.

타카하시가 옆에 섰다.

와타나베는 고개를 숙였다.

“이 문장이 공개되면, 제 이름도 계속 남겠군요.”

“네.”

“좋은 이름으로는 아니겠지요.”

타카하시는 잠시 설명문을 보았다.

“좋은 이름인지 나쁜 이름인지는 시간이 정할 겁니다. 하지만 없는 이름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합니다.”

와타나베는 그 말을 가슴에 담기로 했다.

“퇴직일이 다음 달 말로 정해질 것 같습니다.”

“들었습니다.”

“그 전에 남은 정리 자료를 다 넘기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예전의 침묵은 칼 같았다.
오늘의 침묵은 아직 무거웠지만, 적어도 서로의 목을 겨누지는 않았다.

와타나베가 낮게 말했다.

“타카하시.”

“네.”

“자네가 본 미래를... 내가 너무 오래 빌렸습니다.”

타카하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말했다.

“빌린 게 아니라 가져갔습니다.”

와타나베는 눈을 감았다.

“맞네요.”

타카하시는 설명문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 기록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 말이 끝이었다.

와타나베는 더 말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 이상 바라면 안 되는 날이었다.

전시회가 끝난 뒤, 타카하시와 아카리는 칸다로 걸었다.

해는 이미 기울었고, 젖은 거리는 저녁 불빛을 받아 번져 있었다.
둘은 천천히 걸었다.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두 사람만 조금 느린 속도였다.

스낵 “雪”의 간판은 아직 켜지기 전이었다.

마마는 카운터 안쪽에서 얼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둘이네요.”

아카리가 웃었다.

“전시회 안내장 가져왔어요.”

타카하시는 봉투에서 안내장을 꺼내 마마 앞에 놓았다.

마마는 돋보기를 꺼내 천천히 읽었다.

1971년 신매체 사업안.
초안 작성: 타카하시 류지.
보조자료: 칸다 소재 점포 점주 보관 영수증 사본.
점포명 및 점주명 비공개.

마마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돋보기를 내려놓았다.

“이 정도면 됐어요.”

타카하시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마마는 손을 저었다.

“감사는 나중에 하라니까요.”

그러고는 아카리를 보았다.

“아카리 씨도 봤어요?”

“네.”

“이름이 돌아오면 마음도 좀 편해져요?”

아카리는 잠시 생각했다.

“조금 숨은 쉬어져요. 편한 건 아직 모르겠고요.”

마마는 작게 웃었다.

“그 말이 맞겠네요.”

그녀는 안내장을 접어 카운터 아래에 넣었다.

“내 이름은 안 나와도 돼요. 하지만 내가 거기 있었다는 사실은 없어지면 안 돼요.”

타카하시는 조용히 말했다.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마는 잔 세 개를 꺼냈다가, 하나는 다시 넣었다.

“오늘 와타나베 씨는 안 오겠죠?”

“아마도요.”

“그럼 두 잔만.”

마마가 웃었다.

잔에 얼음이 들어갔다.

그날 밤, 유이는 자기 방에서 마지막 원고를 정리했다.

제목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권리의 지도’
‘이름이 사라지는 방식’
‘돌려받지 못한 이름’
‘이름을 돌려주는 법’

여러 제목을 적어두고, 하나씩 바라보았다.

아직 완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향은 정해졌다.

유이는 노트 맨 아래에 오늘의 마지막 문장을 썼다.

‘전시회는 끝이 아니라, 이름을 놓아두는 자리였다.’

창밖으로 전철 소리가 지나갔다.

도쿄는 여전히 바빴다.
누군가는 회사를 떠날 준비를 했고, 누군가는 새 프로젝트에 자기 이름을 올렸고, 누군가는 가게 이름을 숨긴 채 사실을 남겼고, 누군가는 아버지를 영웅이 아니라 사람으로 기록하려 했다.

타카하시의 이름은 돌아왔다.

그러나 사라진 20년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 키미코에게 하지 못한 말도, 젊은 날의 사무실도, 믿었다가 무너진 시간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이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름이 돌아오면, 사람은 적어도 자기 상처 옆에 설 자리를 얻는다.

유이는 펜을 내려놓았다.

책상 한쪽에는 예비 테이프 봉투가 있었다.
켄타가 열지 않고 지켜준 봉투.

그녀는 봉투 위를 손끝으로 가볍게 눌렀다.

이름을 지키는 일은 가끔, 열지 않는 일이었다.
가끔은 크게 쓰는 일이었고, 가끔은 일부러 가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끔은, 오래 지나서야 자기 이름을 조용히 한 줄 적는 일이었다.

도쿄의 밤이 깊어졌다.

전시회의 불은 꺼졌지만, 설명문 위의 이름들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 오늘의 한 문장 — 일본어 학습 박스

1. 大きく飾らないでください。 [おおきく かざらないでください]
크게 장식하지 말아 주세요.
누군가를 과장되게 미화하거나 영웅처럼 꾸미려 할 때 차분하게 말릴 때 · 타카하시가 전시 설명문에서 자신을 ‘천재’처럼 꾸미는 표현을 지우며 한 말

2. 私の名前だけ戻しても、記録にはなりません。 [わたしの なまえだけ もどしても、きろくには なりません]
제 이름만 돌려놓아서는 기록이 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명예 회복만으로 끝내지 않고, 관련된 책임과 사실까지 함께 남겨야 한다고 말할 때 · 타카하시가 설명문에 와타나베의 진술서와 이름도 함께 남겨야 한다고 말한 장면

3. ここに名前があるだけで、少し息ができます。 [ここに なまえが あるだけで、すこし いきが できます]
여기에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 숨을 쉴 수 있어요.
이름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을 때 완전한 해결은 아니어도 작은 안도감을 표현할 때 · 유이가 전시 설명문 속 타카하시의 이름을 보며 켄타에게 말한 장면

4. これは謝罪ではなく、確認です。 [これは しゃざいではなく、かくにんです]
이것은 사과가 아니라 확인입니다.
공식 입장이 사과까지는 아니지만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문서임을 설명할 때 · 오오츠카가 세이와의 공식 회신이 ‘사과’가 아니라 ‘확인’이라는 점을 밝히는 장면

5. 私の作品は、復讐ではなく記録です。 [わたしの さくひんは、ふくしゅうではなく きろくです]
내 작품은 복수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작품이나 글의 목적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이름을 남기는 데 있음을 말할 때 · 유이가 켄타에게 자신의 다큐멘터리 방향을 설명하며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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